인공수정 비용과 난임 수술 지원금 (대학병원 기준)
난임과 직장생활, 그 딜레마 10
5번의 자연주기 요법 시행 끝에 인공수정에 들어갔다. 비용이 만만치 않다, 몸이 정말 힘들다 라는 글을 많이 접해왔던 터라 거부감과 두려움이 무척이나 컸다. 하지만 경험하고 보니 생각보다 정말 괜찮았다. 난임부부 수술비 지원금 수혜 가능한 소득범위에 든다면 더더욱 부담이 적다.
비용과 신체적 고통 때문에 시도하길 주저하고 있는 부부가 있다면 인공수정은 안심하고 도전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다니는 병원마다 진행하는 검사와 처방하는 의약품 차이로 금액이 들쭉날쭉 하지만, 내 경우 상당히 담백하게 진료를 봐서 최소의 금액이 나온 듯 하다. 아마 대학병원이 아니라 의원에서 시술을 진행한다면 이보다 더 적게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
처음 난임시술 지원금을 받아보는 나는 다음과 같은 사항들이 헷갈렸다. 대학병원과 일반의료원의 비용 처리 방식이 달라서 다른 경험글들만으로는 풀리지 않는 의문점들이 있었다.
- 급여부문 개인부담금 30% vs 난임지원금 10% 자기부담금
보통의 진료비는 건강보험공단에서 40%, 개인이 60% 부담한다. 즉 총 진료금액이 10,000원 나오면 6,000원만 결제하는 식이다. 그런데 난임시술의 경우 건강보험공단 70%, 개인 30% 부담으로 바뀐다. 진료비가 10,000원이 나오면 나는 3,000원을 낸다.
처음에는 개인부담률이 줄어든 것이 난임 지원금인 것으로 이해했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난임지원금은 실제 지원될 금액의 90%를 지원해주며 인공수정 지원한도는 30만원이다. 즉 결제할 금액이 3,000원이면 자부담금 10%인 300원만 최종 결제하고, 나머지 2,700원은 지원금 한도 30만원에서 차감된다. 그러니 상당히 많이 지원되는 것이었다.
- 지원금 차감 형식이 아닌 환불 방식
위 개념을 시술받는 내내 이해하지 못했던 이유는 바로 결제 방식 때문이었다. 다른 난임 여성들의 경험글을 보면 대게 그날그날 결제 시 지원금 차감이 이뤄지더라. 그런데 나는 매번 온전한 금액을 모두 내야 했다. 원무과에 왜 난임 지원이 이뤄지지 않았는지 물어보면, 급여 부분에서 개인부담금이 원래 60% 였는데 30%로 내려갔으니 난임치료 요율이 잘 적용된게 맞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시술이 모두 끝난 후에 알게 된 것이지만, 대학병원에서는 난임 지원금이 바로바로 적용되지 않는다. 환자가 한 주기동안의 정상금액을 모두 결제한 다음 3주 정도 뒤에 원무과에서 연락이 왔다. 환불 및 정산 절차를 밟는 다는 소식이었다. 이때 진정으로 국가 난임시술비 지원을 받게 됐다. 뜻밖의 소식이라 오히려 용돈 받는 듯 기분이 좋아졌다.
- 약제비 별도 환급 신청이 필요한가?
원내 약국이 없는 의원에서는 약제비 별도 환급 신청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대학병원에서는 원내처방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결제금액에 약제비가 모두 포함된다. 지원금 처리 때문에 일부러 원내처방을 해주는 것 같았다. 인공수정 전에는 모두 원외 약국에서 직접 약을 탔기 때문이다. 이부분은 참 편리했다.
- 오비드렐은 그래서 지원 가능한 약제인가?
호르몬 작용 원리 차이 때문인지, 인공수정 일정 때문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에는 배란유도를 위해 IVFC-5000을 맞고가는 대신에 오비드렐이라는 주사제를 처방받았다. 집에서 시간 맞춰 배에 직접 주사해야 한다. 이 주사 한 대가 비급여로 무려 39,600원이다. 프로게스테론 계통의 의약품이 아니고서야 비급여 약품은 지원이 안된다고 써져 있다. 설마, 영양주사도 아니고, 오롯이 인공수정을 목적으로 타의로 맞는 주사젠데 지원이 안될까. 합리적인 의심을 거듭 했지만, 결과적으로 지원 안되더라. 아직도 이해가 안가는 정부방침이다.
그 외에 같은 주기에 처방 받았던 페마라정(급여)과 유트로게스탄 질좌제(비급여)는 지원 범위에 포함됐다.
1차 외래: 생리 시작 3일차. 질 초음파로 자궁내벽과 난소 확인. 페마라정 2알씩 5일치 원내 처방.
지원 전 결제 비용: 53,500원
이 날 바로 정부24를 통해 난임부부 수술비 지원을 신청했다. 직전 월 소득이 없거나 혼인신고를 안했거나, 부부가 주민등록이 따로 돼 있는 등의 사유가 아니라면 온라인으로 아주 간편하게 신청 할 수 있다. 대신 남편이 따로 정부24에 로그인해 동의절차를 밟아야 한다. 보건소에 물어 본 결과, 내부승인은 나중에 나더라도 지원신청 한 날부터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 지원금 신청부터 남편 동의까지 꼭 당일날 마치는 것을 추천한다.
2차 외래: 생리 시작 11일차. 질 초음파로 난자 성장 상태 확인. 오비드렐 원내 처방.
지원 전 결제 비용: 81,000원
주사는 처방 당일 밤 12시에 맞춰 배에 놨다.
3차 외래: 2차 외래 후 2일 뒤. 인공수정 당일. 유트로게스탄 질좌제 원내 처방.
지원 전 결제 비용: 139,300원
인공수정 일엔 시술 30분 전 남편이 먼저 병원을 방문 해 정자 채취를 진행한다. 나는 그 후 30분 있다가 도착했지만 시술 전에 옷 갈아 입고 복부 초음파를 보느라 실제로 시술이 이뤄진 것은 한시간 뒤 쯤이었다. 복부 초음파를 위해 방광에 소변을 채워 오라고 당부했다. 그런데 마지막 화장실을 다녀온지 2시간이 지나도 방광이 차질 않아 애 먹었다. 간호사가 초음파를 진행하면서 물이 안 차 보이질 않는다며 연신 배를 눌렀다. 아직 배란되지 않았는지, 난자가 성장한 난소가 왼쪽인지 오른쪽인지 확인 후 방향 맞춰 인공시술이 진행되었다. 전혀 아프지 않았고 불편한 감도 크게 없었다. 시술 후 30분간 안정실에서 누워있다 그제서야 소변이 차기 시작해 허겁지겁 화장실을 찾아 나왔다. 진짜 고역은 인공수정 당일부터 2주간 질좌제를 삽입해야 한다는 점이다. 유트로게스탄은 프로게스테론 성분의 질좌제로, 자궁내벽이 일찍 허물어지지 않도록 두께를 유지해 준다.
4차 외래: 인공수정 후 2주 뒤. 혈액검사 진행. 3시간 후 결과를 전화로 알려줌. 추가 비용 없었음.
혈액검사 4~5일 전부터 임신테스트기를 통해 비임신일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었다. 문제는 오비드렐(배란 유도제) 주사가 임신테스트기에 희미한 두 줄을 남긴다는 것. 인터넷 글들을 통해 사전에 가짜 임신결과에 대비하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몰랐다면 엄청난 희망고문이었을 것이다. 확실히 인공수정 후 12일은 지나야 주사제의 효과가 깨끗이 가신다.
임신이 안됐을 것을 알면서도 혈액검사 받으러 가는 마음은 착잡하다. 그래도 시술 사이클을 종결하고 지원금 정산을 받기 위해서는 무조건 거쳐야 하는 검사다. 마음을 이미 내려놨는데도 당일 비임신이라는 결과를 들으니 씁쓸한 기분을 막을 수 없었다. 홀로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생리혈이 비쳐 또다시 병원을 찾았다. 이제 클리닉을 방문하면 접수대에 직접 이름을 대기도 전에 간호사 분들이 반갑게 인사해주고 내 이름을 찾아 도착확인을 눌러준다.
지원 전 총 결제 비용: 273,800원
지원 후 최종 결제 비용: 43,580원 (230,220원 환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