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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ameLee Dec 10. 2023

23년 11월의 창업 일지

첫 번째 창업을 그만두고, 두 번째 창업을 시작하다

목차  
1. 첫 번째 창업을 그만뒀습니다.  
2. 창업을 지속하기 위한 3가지 요소  
3. 용기라는 자질  
4. "잘했어"라는 망상


첫 번째 창업을 그만뒀습니다.

 첫 번째 창업 팀을 이탈했다. 마이플랜잇을 그만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신념"에 있다. 쉽게 말해, 교육 문제는 내가 정말 풀고 싶은 문제가 아님을 깨달았다. 마이플랜잇팀은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며, 저를 제외한 공동 창업자들이 계속 유지합니다. 


 창업한 지 1.5년 동안이 지나고 나서야 내 신념과 맞지 않음을 드디어 받아들이고, 다른 선택을 내리게 됐다. 이전에도 인지하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교육 문제에 집중한 이유는 간단하다. 창업을 한 시점부터 내가 집중해야 하는 문제는 "내가 풀고 싶은 것"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것"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성적으로 옳은 판단이었지만, 그만큼 심리적 피로감이 느끼는 순간이 많았다.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이지만, 기존의 교육 시장은 사기라고 생각한다. 많은 교육 회사가 꿈을 포장해 비싼 강의를 팔고 있다. 자신들의 비싼 강의를 들으면, 엄청나게 달라진 미래가 펼치진다고 설파한다. 하지만, 이들은 강의를 결제한 시점부터 그토록 주장한 미래를 정말 만들어 주려고 하지 않는다. 수강생들이 강의를 포기하지 않게 만들려는 노력도, 강의에서 배운 지식으로 무엇인가를 하게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긴 시간의 강의를 따라가지 못한 수강생들의 잘못으로 책임을 전가한다. 아이러니한 점은 수강생들도 교육 회사의 상반대인 모습에 큰 반론을 제기하지 않는다. 강의를 통해 배운 것이 있든 없든, 결제한 자신의 진취적 모습만을 바라보며 만족한다. 


 마이플랜잇이 집중한 문제는 교육 시장에서 명백히 존재하지만, 모두가 들쳐보지 않으려는 문제에 속한다. 보통 이러한 유형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면, '당연함'이란 기준을 바꿈에 따라 큰 임팩트를 발생시킨다.  이 임팩트를 믿었기에 팀의 비전을 '모든 사람들이 배우고 싶은 게 있다면 비싼 돈과 오랜 시간을 들일 필요 없이, 확실하게 배울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으로 설정했고, 북극성 지표도 '강의 완주율'과 '재결제율'에 집중했다. 


 액션을 할수록, 문제가 확실히 있고, 정말 잘 풀어가고 있음을 느꼈다. 1년도 안 돼서 SPC, 사람인, LG전자 같이 유수한 기업에서 먼저 연락을 받아 교육 제휴를 맺었고, 수많은 유저 인터뷰에서 팀이 집중한 문제와 가치를 검증할 수 있었다. 북극성 지표도 기존 경쟁사들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를 보였다. 하지만, 교육은 내가 풀고 싶은 문제가 아님도 깨달았다.






창업을 지속하기 위한 3가지 요소

 결국, 내 의지로 첫 번째 창업을 그만뒀다. 팀을 나오면서, 창업을 꾸준히 지속하기 위해서 어떤 요소가 필요한지 고민했다. 고민 결과, 창업을 시작하기 맘먹고, 계속하기 위해서 3가지 요소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1] 고객의 가치 : 내가 집중한 문제가 고객이 진심으로 공감하는 문제인가?

[2] 시장의 크기 : 시장이 충분히 큰가? 문제를 해결했을 때, 많은 수익을 발생시키는가?

[3] 문제를 향한 신념 : 내가 집중한 문제가 정말 내가 행복하고, 재밌어하는 문제인가?


[1] 고객의 가치 : 내가 집중한 문제가 고객이 진심으로 공감하는 문제인가?

  프로덕트는 고객이 겪는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프로덕트는 고객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 주의해야 하는 부분은 자신이 풀고 싶은 문제에서 시작하는 게 아니라, 고객이 겪는 문제에서 시작해야 한다. 


[2] 시장의 크기 : 시장이 충분히 큰가? 문제를 해결했을 때, 많은 수익을 발생시키는가?

이 부분은 창업을 시작할 때, 크게 고민을 하지 않았던 부분이다. 그리고, 창업을 하면서 마인드셋이 가장 크게 변화한 부분이기도 하다. 창업을 하면서 가장 크게 깨달은 부분은 가치만큼이나 돈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해도,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구조를 비즈니스적으로 구축하기 어렵다면, 사업을 지속할 수 없다. 


[3] 문제를 향한 신념 : 내가 집중한 문제가 정말 내가 행복하고, 재밌어하는 문제인가?

 '고객 가치'와 '문제를 향한 신념'은 서로 충돌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요소다. 각각의 요소는 판단 주체가 다른데 전자는 '고객'을 주체로 하지만, 후자는 '나'를 주체로 한다. 프로덕트가 성공하기 위해선 고객이 겪는 문제를 제1순위로 집중해야 한다. 바꿔 말해, 내가 풀고 싶은 문제가 아닐지라도 고객에게 필요한 문제라면, 이성적으로 고객의 입장을 따르는 게 맞다. 


 하지만, 두 요소의 부조화는 창업이란 힘든 여정을 버틸 수 있는 힘을 점점 줄어들게 만든다. 물론, 이 힘의 총량은 사람마다 다를 수가 있다. 나는 충분히 버틸 수 있다고 판단했지만, 결국 총량에 다 달았음을 깨닫게 됐다. 고객과 나, 서로의 관점에서 바라본 문제를 조율할 수 있어야 한다.






용기라는 자질

 그렇다면, 나는 왜 더 일찍 교육에 대한 문제를 포기하려고 하지 않았을까? 용기가 부족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요즘 들어, 창업가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은 "용기"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아닌 것을 받아들이고, 그동안 이뤄온 것들을 포기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 이 주제로 지인 창업가들과 회고를 했는데, 창업가가 자신의 서비스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로 크게 아래가 나왔다. 

[매몰 비용] 내가 이뤄내 온 것들을 버리는 게 아깝기 때문이다.

[미래에 대한 희망] 지금은 그래도, 나중에는 잘 될 수도 있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서비스에 대한 애착] 자신이 그동안 만든 서비스가 가망이 없다는 걸 인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신의 부족함] 서비스를 포기하거나 창업을 그만둔다는 것은 내 역량이 겨우 이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주변의 시선] 남들에게 창업을 설파했지만, 결국 실패라는 엔딩이 쪽팔리기 때문이다.


 각자가 생각한 '용기'의 정의는 다르다. 다만, 여기서 내가 말한 용기는 '두려움을 안고 가는 것'이다. 이 정의에는  "두려움의 인식 유무"와 "두려움의 포용 유무", 2가지 차원이 존재한다. 두려움을 모르는 것과, 두려움을 아는 것은 전혀 다르다. 두려움은 우리를 더 깊게 고민하게 만든다. 만약 두려움을 모른다면, 오히려 경계심이 떨어져 막연한 생각만을 가질 수도 있다. 


 그다음으로, 두려움을 아는 것과 이를 안고 가는 것은 별개의 차원이다. 두려움을 앞에 두고, 누군가는 고민을 핑계로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 반면에 누군가는 두려움을 받아들인 상태로 묵묵히 나아가려고 한다. 매몰 비용, 서비스에 대한 애착 등 두려움의 이유가 무엇이든지 간에 받아들이고, 다음 결정을 내려서 나아가는 게 창업가의 자질이지 않을까? 






"잘했어"라는 망상

 창업은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창업을 실패했을 때, 그동안의 과정만으로 가치가 있고 성장을 위한 밑거름이 됐다는 생각이 든다면, 정말 "창업을 하고 싶은 게 맞았는가?"를 꼽씹어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창업이 단 하나의 목표였다면, 실패한 결과에 슬프고, 화가 나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최근에 <위플래쉬>라는 영화를 봤는데, 아래의 대사가 마음에 크게 각인됐다. 이 대사를 본 순간, 스스로가 부끄러워졌다. 나는 "Good job"라는 말로 위안을 삼고 있는 게 아닌지 되돌아봤다.

There are two words in the english language more harmful than 'good job'
세상에서 제일 쓸데없고 해로운 말이 '그만하면 잘했어(Good job)'야


 좋은 연이 닿아서 생성형 AI를 다루는 스타트업에 공동 창업자로 합류했다. 첫 번째 창업은 실패했지만, 두 번째 창업은 다른 결과를 맞이하고 싶다. 각오를 다지기 위해 핸드폰과 애플워치 배경을 <위플래쉬>의 대사로 설정했다. 내년이면 29살을 맞는다. 적어도 29살의 창업은 27, 28살의 창업과 완전히 달라지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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