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우리가 이스라엘의 남쪽 끝에 있는 에일라트 가는 버스를 탈 수 있을지 무척 긴장이 된다.
아침 6시에 간단히 식사를 하고 바로 배의 1층 출입구에 가서 순서를 기다리니 제법 많은 사람들이 배에서 일찍 나가려고 대기를 하고 있었다.
다행히 우리는 식사하러 가기 전에 짐을 맨 앞쪽에 두고 갔기 때문에 짐 따라 줄을 섰다.
예정대로 6시 30분이 되자 하선이 시작되었다.
먼저 내릴 수 있는 승객은 이스라엘 국민이 아닌 외국인들 중 본인 짐을 스스로 옮긴다면 조기 하선이 가능한 시스템이다.
일등으로 하선한 우리는 입국과 세관절차가 간단할 줄 알았는데 크루즈 타는 날 배에 오를 때 보다 더 거쳐야 할 관문이 많아 마음이 조급했다.
겨우 마치고 택시 승강장으로 나오니 택시가 우리를 맞이한다.
버스정류장까지 얼마냐고 하니 120세겔이라고 한다.
벼리가 비싸다고 100 세켈을 제시하니 안된다고 해서 다른 기사에게 물으러 갔다.
그러자 갑자기 20 세켈이 떨어지며 100 세켈에 가자고 한다.
역시 흥정은 벼리가 수준이 높다.
나는 그런 것이 약하다. 왜 그런지???
10분 정도의 거리인데 거의 4만 원이라니..
이스라엘의 물가가 비싸지만 바가지도 심하다.
바쁘지 않으면 택시가 많은 앞쪽으로 가서 흥정할 수 있지만 버스시간에 맞추려면 급해서 할 수 없이 가야 했다.
택시를 타고 버스정류장에 가니 7시 10분이었다. 하선이 빨라 생각보다 일찍 도착해서 여유가 있었다.
유유히 버스티켓 출력기에서 예약번호와 아이디를 입력하니 예약이 없다고 한다.
이게 웬일인가??
여기저기 물어봐도 모른다고 한다.
예쁜 여학생 2명이 자기들 차 타는 시간도 되어가는데 우리를 도와주려고 정성을 다했지만 알지 못한다.
시간은 8시로 째깍째깍 흘러가는데 되어가 결론은 버스기사에게 문의하라는 것이다.
다른 버스기사에게 물어보니 이게 또 무슨 변고인고???
여기에서는 에일라트 가는 버스가 없다고 한다. 버스 출발 시간 15분 전인데 버스는 오지 않고 에일라트 가는 버스는 여기에 없다고 하니...
다른 쪽을 가리키며 가라고 안내한다.
헷갈리고 어지러워 정신을 바로 잡을 수가 없다.
결국 또 다른 기사께서 여기서 조금만 기다리면 에일라트 가는 991번 버스가 온다고 했다.
티켓문제는 버스기사에게 이야기하라고 한다.
출발 5분 전, "와, 드디어 나타났다."
플랫폼으로 들어오는 버스가 이렇게 반갑다니... 기사에게 사정을 이야기하니 버스에 타라고 하니 고맙기 그지없었다.
아침부터 서두르며 이리 뛰고 저리 뛴 것이 이 순간 시원스레 해결되었다.
가방 2개는 버스의 화물칸에 싣고 휴대용 가방만 가지고 버스에 올랐다.
가는 내내 버스기사 눈치만 보고 별일 없기를 바라며 달려가고 있다.
2곳의 휴게소와 몇 곳의 정류장을 거쳐 약 7시간의 시간이 흐른 뒤 에일라트 입구쯤의 정류장에 버스가 진입했다.
구글지도를 켜 보니 최종 목적지 전에 내려야 요르단 국경 진입 도로와 가깝다고 판단되었다.
바로 다음 정거장에 내리겠다고 말했다.
별 탈없이 내렸지만 이스라엘 아스팔트 열은 하늘을 찌르는데 도로에 우리만 남겨두고 버스는 쌩 떠나 버렸다.
세상의 외톨이가 된 기분.
요르단 가는 게 참 힘든 과정이구나.
구글지도를 보면서 요르단 가는 길목으로 접어드니 도로의 열기는 더 후끈후끈거렸다.
달걀 프라이가 된다는 말이 실감 났다.
조금 걸으니 빈택시가 오길래 냉큼 잡아 탔다.
벼리는 걸어가지 왜 택시 타야 되냐고 또 한마디 한다.
나도 나지만 벼리를 위해서 편하게 해 주겠다는데 걷자니..
약 1킬로 넘는 거리를 우리가 짐을 가지고 걸어갈 수가 있겠는가.
꼭 가야 한다면 갈 수는 있겠지만 이번 여행은 좀 편하게 하고 싶었다.
이스라엘 검문소를 통과하니 다음엔 요르단 국경 검문소.
담배 연기가 코를 찌른다.
'아이고, 아직 미개국? 검문소 사무실에서 담배를 피우다니' 벼리가 말한다.
시간과 씨름하며 힘들게 여기까지 온 우리에게 반갑지 않은 향이다.
특히 벼리는 코를 막고 숨을 참으며 순간을 참기 위해 애쓰고 있다.
내가 담배를 피우지 않았으니 연기에 노출되면 못 견뎌한다.
독가스를 맡은 듯이..
만약 내가 담배를 피웠더라면 면역이 되었을까?
드디어 요르단에 우리는 첫발을 내디뎠다.
입국수속을 마치고 요르단 땅을 뚜벅뚜벅 걸어가니 택시가 기다리고 있었다.
예약한 호텔로 덜덜거리는 고물 택시를 타고 비틀거리듯이 달리며 도착했다.
호텔이 생각보다 좋지 않았다.
사진과 실제와 달라 곤란한 경우가 있는데 오늘이다.
하루만 예약하길 잘했다.
여기서는 하루만, 나머지 두 밤은 다른 곳에서 자기로 했다.
여러 경로로 알아본 결과 가성비가 괜찮아 보이는 호텔을 찾았다.
내일 가보고 싶은 페트라 버스표를 예약하기 위한 제타버스 정류장은 호텔과 가깝다.
조그만 매표소에 들어서니 직원들의 표정이 밝지 않다.
예약과정에서도 무뚝뚝하고 친절하지 않다.
그러거나 말거나 소원성취했으니 가자.
돌아가는 길에 요르단에서 이집트 가는 교통편을 알아보기 위하여 내일 예약한 호텔로 갔다.
퉁퉁하고 넉넉한 가슴인 직원이 친절하고 정성껏 도와준다.
다른 얘기들을 나누면서 웃기도 하고 엄지 척도 올리는 게 처음 만난 사람 같지 않다.
버스터미널과는 너무 다르다.
친절이 도가 지나치면 경계를 하라던데..
낯선 나라에서 도움을 받으니 고맙기만 했다.
벼리가 두 손을 모우며 감사합니다 인사를 하니 따라 한다.
벼리와 직원이 몇 번을 되풀이하니 우리나라 말을 가르치는 시간 같았다.
그러면서 더 가까워지며 웃음은 늘어갔다.
아쉬운 듯 내일의 만남을 약속하며 오늘밤에 자려고 하는 호텔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