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사람들은 해가 지고 나니 거리에 많이 나온다.
낮에는 사람이 별로 보이지 않더니 밤이 되니 어디서 들 나왔는지 분주하게 다닌다.
야행성 인간 부류들에 속하지 않을까?
이곳 남자들은 아직까지 담배들을 열심히 피우고 있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손가락에 끼인 담배는 필수품이다.
곳곳에 꽁초도 많고 사람들이 모인 곳이나 길거리, 가게에 들어가도 연기가 자욱하다.
우리나라의 70~80년대처럼...
우리도 80년도 정도까지는 사무실에서 연장 담배를 피웠던 것 같다.
코가 특히 예민한 벼리는 코를 막고 뛰쳐나오거나 숨을 참거나 이리저리 피해 다닌다.
호흡이 짧은 벼리는 참고 나서 "헥헥. 으아악...
공기가 잠시라도 없으면 진짜 죽을 것 같단다.
공기의 고마움을 알지만 이곳에서는 실감 난다고 종알종알이다.
"담배 피우는 사람보다 숨을 참으며 도망 다니는 내가 더 빨리 돌아가시겠네."
저렇게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대다수니 이 나라의 사망 원인 1위가 뭔지 궁금하단다.
대단한 담배연기나라야.
산이라는 산에는 나무 한그루가 없다.
모두가 암벽이고 흙으로만 되었으며 평지는 모래사막으로 이루어진 황량한 국토일 뿐이다.
거기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참 복 받은 나라인 것 같다.
산에 나무 많지, 우수한 인재 많지, 사람들 열정적이지, 근면 성실하지... 좋은 점이 참 많은데...
정치만 좀 더 잘하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나라도 참 많이 변하고 발전한 것 같다.
점점 잘 되리라 믿는다.
와디럼이라는 사막에 가려고 버스표까지 사 두었는데 이집트 가는 일정이 변경되니 내일 하루동안 사막에서 관광이 무리일 것 같아 의논했다.
와디럼 관광은 패스하고 호텔에서 블로그 정리하면서 편히 지내기로 했다.
어제 표 취소를 호텔 측에 부탁했는데 안된다고 했다.
일어나자마자 버스터미널에 가니 카드 취소가 안되고 현금으로 준단다.
이른 아침이라 손님이 많이 없어 현금이 부족하니 기다리라나.
벼리의 요구로 어제 배정받은 방이 마음에 들지 않아 다른 방으로 옮겨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 아래서 호캉스를 즐기고 있다.
오후에는 부근에 있는 시장 구경과 아카바 도시 투어를 잠깐 해 볼까 생각한다.
이집트 가는 배값을 달라는 대로 지불했는데 어젯밤에 문득 궁금해져서 내역서를 요구하니 알겠단다.
오전 7시에 온다더니 9시 그리고 오후 3시로 근무시간이 자꾸 바뀐다.
지배인이 출근하면 내일 이집트 가는 교통편 내역서로 확인하여야겠다.
호캉스 덕분일까?
와디럼을 갔으면 확인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45분 정도면 이집트로 가는데 뱃삯이 너무 비싼 게 이상해서 검색해 보니 호텔에 지불한 돈의 50프로 수준이다.
반값 정도면 두 사람이 갈 수 있는데 우리나라 돈으로 48만 원을 계산했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
검색 결과를 메모해서 호텔의 다른 직원에게 문의했다.
직원은 우리의 배편을 예약해 준 지배인에게 전화를 하더니 무척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지배인과 개인적으로 해결하라고 하는 게 아닌가.
나는 당신들 호텔에서 발급한 계산서를 가지고 있으니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다.
호텔 측 입장에서 나의 문제를 해결해 줘야 하는 게 아닌가 하고 따져 물었다.
그랬더니 수그러들면서 도우려 한다.
해당 지배인과 인스타그램으로 대화하니 VIP로 예약해서 그렇단다.
45분 가는데 VIP는 무슨 VIP!!!!
일반으로 변경해 달라는 나의 제안을 받아들이겠다며 9시에 보잔다.
해가 조금 기울자 우리는 시장 구경과 홍해 바닷가로 갔다.
여전히 더운 바람은 찜질방 수준으로 머리 위에서 맴돈다.
모세가 유대인들과 함께 로마군에 쫓길 때 바다를 갈라서 피난한 곳, 바로 기적의 바다 홍해다.
바닷물은 맑고 투명했으며 작은 돌모래가 연한 붉은색을 띠고 있어 홍해라고 했지 않나 싶다.
바닷물이 무척 짜다.
풍덩 뛰어들고 싶지만 옷 말리는 일이 있으니 꾹 누르며 참는다.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그 기적이 실제로 있었을까 라는 의문을 가져봤다.
지금 우리는 홍해바다에 머물고 있다.
꿈만 같은 순간이다.
어렸을 때 가진 파란 꿈이 시간을 타고 여기로 오게 한 건 아닌지...
더위를 잊고 수영하는 꼬마들을 보니 자주 갔던 가포해수욕장처럼 낯익은 풍경이다.
어릴 때 저 애들처럼 수영하며 천진난만하게 놀았는데...
바다에서 시장 따라 올라가는 길에 재밌는 가게에 또 가보자고 한다.
견과류, 커피, 젤리, 초콜릿 등을 무더기로 쌓아놓고 저울에 달아서 파는 가게다.
요르단 사람의 손에 과자를 담은 비닐봉지가 적어도 5개 이상씩 들려있다.
사기도 엄청 많이 사고 기다리는 줄도 길다.
진기한 풍경이 어제와 같은 오늘이다.
큰 편은 아닌데 유명한 가게인가 보다.
견과류를 좋아하는 벼리의 눈은 역시 휘둥그레진다.
3 봉지나 있어 살 수 없어서 아쉽지만 보는 것만으로 즐겁단다.
지배인이 왔다는 연락이 왔다.
또 변경된 시간이지만 온 것만으로 고마웠다.
환급금 약 24만 원을 돌려줬다.
사기를 치려고 한 게 아니니 오해 말라고 한다.
오해하지 않겠다며 서로 악수하고 "감사합니다"로 인사하니 안심한 듯 웃는다.
특유의 번드러한 말과 표정, 뛰어난 언변은 살아있다.
사기 치는 사람의 특징이라면 너무 과한 건지?
어제 우리를 안심시키며 모든 것이 잘 되도록 돕겠다던 말이 진심이었는지 알 수 없다.
시간 약속을 몇 번 바꾸면서 나타나지 않는 것이 사기성이 있어 보인다.
대한민국 해리에게 사기를 치려하다니...
해리의 맛을 보고 싶나?
이 문제로 중동사람들에 대한 이미지가 나쁘게 인식되지 않았으면 해서 더 이상 따져 묻지 않기로 했다.
대부분은 친절하고 선하게 보였다.
나의 권리는 내가 찾아야 한다는 절실한 경험을 요르단에서 했다
바로 환전소로 갔다.
이 환전소는 쉬지 않고 24시간 영업하며 직원들이 친절하다.
이집트 파운드로 환전을 하고 오는 길에 미처 환전하지 못한 동전 하나가 바지 호주머니에 있었다.
다시 재밌는 가게에서 동전만큼의 견과류를 달라니 조금밖에 안된단다.
"그래도 좋아요."
135그램이다.
세 번째 방문한 가게에서 산 견과류를 들고 "동전 한 닢 보다 훨씬 좋다"는 벼리.
오늘도 보람 있고 재밌는 하루네. 이집트로의 출발 준비를 위해 호텔로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