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진다.'는 말은 비단 연인만의 문제는 아닌 듯 하다.
최근 혼자서 보내는 시간들이 늘어났다. 다들 바쁘게 살아가는 세상에서 문득 다들 어떻게 살아가는지 궁금해져 카톡 친구목록을 본 적이 있다. 다들 잘 사는 듯 하다. 그런데 누군지 모를 사람들의 프로필도 사이사이 자리해있다. 이름은 분명 누구인지 아는데 프로필이 바뀌어있는 사람(아마 번호가 바뀌었겠지), 이름마저도 내 기억 속에서 사라져버린 사람 등. 그 사람들도 내 과거에 존재했던 사람일 것이다. 나 또한 그 사람들에게 기억이자 추억이었으리라.
추억에 빠져들 때면 한편으로 쓸쓸함도 마음 한켠에 자리한다. 사람을 현재에 만날 때는 그 사람의 미래에 내가 존재할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면 누군가에게 나는 과거가 된다. 모두에게 내가 미래가 된다는 것이 욕심이라는 걸 머리는 너무 잘 알고있지만 마음은 언제나 네 살 짜리 아이처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누군가에게 좋은 과거로 자리잡는다면 그것 또한 좋은 삶이겠지, 그때의 나는 좋은 사람이였겠지 하면서, 과거에 그 사람들과 함께했던 추억을 곱씹으면서, '바쁘겠지, 괜히 내가 연락해서 뭐하나' 생각하며 멀리서나마 그 사람을 응원하면서 마음을 달랜다.
얼마 전 넷플릭스 영화 '우리는 모두 어른이 될 수 없었다.'를 봤다. 영화는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그래픽 디자이너 마코토가 우연히 페이스북으로 전 여친의 프로필을 보면서 과거회상을 하는 내용이다(한번은 보는 것을 추천!). 영화에서 핵심적으로 느꼈던 건 '우리는 특별한 것 같지만 돌아보면 평범했고,평범했던 삶도 돌아보면 특별했다.'는 메세지이다. 내가 과거를 회상하며 가끔 쓸쓸함을 느끼는 것은 내 과거는 특별했고, 현재는 평범하다고 느껴서일지 모르겠다.
이제는 사람을 만나는 일 보다 사람을 보내주는 일이 더 많아지는 것 같아 더 험난한 인간관계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것도 평범한 일이고, 특별한 일이 될것이다. 익숙해지자. 사람을 보내는 것은 특별하지만 평범하고 평범하지만 특별할 일이다. 나는 아직도 어른이 되기에는 이런 저런 생각이 어렵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