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박 8일 동안 인도 출장을 가게 되었다. 인도 출장은 이번이 세 번째라 문화충격으로 놀랄 상황 - 거지가 당당하게 돈을 요구한다던가, 길거리에 소가 누워 있다던가, 아침이면 길거리에서 칸막이 하나 없이 누워 면도 시술을 받는 사람 여러 명을 본다던가 등등 - 은 이미 겪어 보았다.
이번 출장의 염려되는 점은 바로 처음 타보는 에어 인디아라는 것이다. 어느 도시를 가는지에 따라 다르지만 국적기 직항도 있고 그 외 직항은 아니지만 태국 항공, 싱가포르 항공, 말레이시아 항공도 많은데 에어 인디아라니! 스타얼라이언스에 합류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동료 중에 에어 인디아를 타 본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내가 첫 케이스였다. 그래서인지 다들 유튜브나 블로그로 검색을 해보고 나에게 링크를 보내주는데... 비행기 안에서 박쥐가 나왔다는 둥, 비행기가 너무 낡았다는 둥 그 어느 것도 마음 놓이게 하는 내용은 없었다.
하지만 지원팀은 최저가 항공만 승인해 줄 뿐이었고,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다. 비행기 안에서는 커피와 물, 빵 한 조각만 먹는다는 마음으로 라운지에서 마지막 식사를 거하게 했다. 사실 먹는 것보다 더 걱정은 냄새였다. 비염과 예민한 후각으로 약간의 습도와 온도 변화, 냄새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인도 공항에 첫 도착했을 때 공기 중에서도 카레 냄새가 난다는 경험은 꽤 강렬했기에 벗어날 공간이 없는 비행기 내에서의 냄새를 7시간 가까이 견딜 수 있을까 싶었다.
그렇게 설렘과 걱정으로 공항에 도착했다. 탑승 게이트에는 예상대로 90퍼센트의 인도인과 출장자, 주재원 가족으로 보이는 10퍼센트의 한국인만 보였다. 기내의 공기는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승무원이 지나갈 때 은은한 향수 냄새가 날뿐 특유의 향신료 냄새는 없었다.
비행기가 이륙하자 이런저런 문제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일단 리모컨이 접지 불량이었고, 터치스크린은 홈버튼, 선택 버튼 외 클릭이 잘되지 않았다.
겨우 영화를 선택했지만 음량이 최대로 설정되어 있어 귀가 아팠다. 볼륨을 낮출 수 없으니 이어폰을 한쪽씩 번갈아 가면서 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독서 등이 켜지지 않고 승무원 호출 안되고 등등
식사는 예정했던 대로 빵에 버터 발라 먹고 요구르트, 커피로 마무리했다. 메인 요리를 한 숟가락 뜨자마자 내려놓은 날 보며 이런 날도 오는구나 싶었다.
뭐든 남김없이 잘 먹고 잘 소화시켰건만 그것도 젊음이 허락해 준 특혜였나 보다.
마음을 단단히 먹어서인지 최악의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 입사하고 가장 많이 출장을 다닌 나라가 인도이지만 또 퇴사하면 다시 갈 일 없을 인도이기에 좋은 경험이라 생각하자. 다행히 귀국할 땐 비즈니스석이니 지금보단 나을 것이다.
착륙 직후 에어 인디아에서의 마지막 인사말 We never say goodbye but see you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