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 이야기 4 - 인도에 대한 인상
직장의 이해
그동안 숯 하게 해외출장을 다녔지만
업무와 프로젝트가 바뀌었던 덕분인지
한 번 갔던 나라를 또 간 적은 많지 않다.
미국 한 번, 영국 한 번, 독일 한 번, 러시아 한 번,
폴란드 한 번, 대만 한 번.
이스라엘 두 번, 베트남 세 번,
이번 출장을 더해 인도는 세 번째 방문 국가가 되었다.
짧은 기간 연달아 방문했던 앞의 두 나라와는 다르게
인도는 20대 후반, 30대 중반, 그리고 지금까지 대략 8~10년의 텀을 두고 오고 있다. 그래서인지 예전의 경험과 다르게 새롭게 느껴지는 것들이 많다.
과거 경험한 인도는 불호에 가까웠다.
한비야와 류시화의 책을 여러 번 읽었어도
인도의 첫인상은 눈길이 향하는 곳마다 상상 이상이었다.
공항에 내리자마자 코를 찌르는 카레 냄새.
엄청난 경적소리와 매연, 교통체증.
길거리를 활보하는 소들과 개들.
당당하게 돈 요구하는 거지.
특히 아침이면 칸막이 하나 없는 노천 이발소에 누워서 면도를 받는 손님들이 여럿이었고
물컵 들고 양치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들은 다 거지였던 것인가,
집에 물이 안 나와서 거리로 나온 것인가
그야말로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길거리에서 쪼그려 앉아 용변 보는 사람과 눈 마주치지 않은 게 다행이라 여겨질 정도였다.
호텔은 5성급이고 법인은 가장 번화가에 있는데
호텔에서 법인으로 가는 길은 전쟁 직후 폭격 맞아 파괴된 동네 같았다. 해외 종군기자들이 1900년대 초 우리나라를 찍은 모습과 별다를 바 없었다.
사무실로 출근하여 법인장과 주재원에게 인사하였더니
제일 먼저 건네주시는 게 콜레라 약이었다.
지금 당장 먹으라 하시면서 알려주시는 당부사항이 먹는
물 조심하고 양치도 생수로 하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조심했어도 운이 나쁜 출장자 중에는 샤워 물이 입술에 한 방울 닿았는데 설사를 했다는 둥, 출장 마지막 날에 호텔에서 아이스커피를 마셨는데 얼음에 문제가 있었는지 장염에 걸렸다는 둥 여러 괴담이 있었다.
그래서 다들 인도 출장을 기피하는 분위기였고 한 번 다녀온 남자 동료들은 다시 인도 출장을 가느니 군대를 한 번 더 가겠다고 할 정도였다. 그.랬.는.데. 이번에는 뭔가 달라진 포인트들이 있었다.
1. 카레 냄새
델리 공항에서는 전혀 못 느꼈고 벵갈루루 공항에서는 첫 들숨에 느꼈으나 밖으로 나오자 그 냄새가 곧 사라졌다.
이제 인도=카레 냄새 공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는 듯하다.
2. 소와 개의 숫자
인도! 하면 떠오르는 첫 이미지는 도로를 활보하던 소 아닌가. 정말 도로 한복판에 소가 떡하니 앉아 있고 차들이 조심히 피해 다녔다. 지금도 소는 보이긴 하지만 그 수가 현저히 줄었고 도로 중간이 아닌 갓길이나 인도에 있더라.
그리고 이번에는 스테이크도, 쇠고기 패티가 들어간 햄버거도 먹었다.
3. 특유의 제스처
우리의 제스처와 외국의 제스처가 다른 점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반대면 정말 헷갈린다. 처음 인도 갔을 때 말을 하는데 사람들이 자꾸 고개를 좌우로 도리도리 했다. 안 그래도 생소한 발음에 이것이 영어인가 아닌가 알아듣기 힘들고 헷갈리는데 '내 말이 틀렸다는 건가?' 싶어 불안했다. 근데 그 도리도리의 반경이 매우 적은데 모든 말에 그런 반응이니 나중에는 장난치는 건가 싶었다. 한참 시간이 흘러서야 그들의 도리도리는 no가 아닌 yes 임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번에 방문해서 내가 만났던 사람 중 도리도리 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본사가 한국이라 한국화 되어서인지 임원, 매니저급, 엔지니어들은 아무도 도리도리 제스처를 취하지 않았다. 청소 여사님, 팬트리 보이, 운전기사에게서만 볼 수 있었다.
4. 보안검사할 때 여성 우대
인도에서는 공항뿐 아니라 호텔, 법인, 쇼핑몰 등 어디 규모 있는 곳에 들어가면 가방도 스캔하고 온몸을 수색한다. 그런데 여성 라인이 따로 있고 커튼 있는 칸막이로 들어가서 체크한다.
사람 많은 곳에서 가슴이며 다리 사이 다 훑는 것은 솔직히 기분 좋지 않다. 우리나라도 그렇고 선진국이라고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인도에서는 존중받는 느낌이 들었다. 이건 정말 배웠으면 하는 좋은 점이다.
5. 국제선보다 더 힘든 인도 국내선 수하물 심사 기준
노트북 따로 빼는 것은 공통이고 충전기 케이블, 이어폰, 워치, 마우스, 보조배터리까지 다 빼서 재검사받아야 했다. 기내 수화물은 액체류도 국제선과 동일하게 지퍼백에 담아야 하고 용량 제한이 있었다. 암튼 김포공항보다 힘들다!
예전에 인도 출장을 다녀온 후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를 봤는데 특히 초반부에서 맞아맞아를 연발했다. 물론 영화는 2009년 개봉했으니 시간이 많이 흐르기도 했지만 이제 그 영화를 다시 본다면 과거의 이야기처럼 느껴질 것 같다.
암튼 인도도 변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