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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우 Jul 20. 2021

네!? 팥죽색 잉크요?

몽블랑 어린왕자 에디션 로즈버건디 잉크

중요한 미팅을 앞두고 만년필 잉크가 떨어진 걸 알게 되면 당황스럽기보다 반갑다.

평생을 써도 다 못 쓸 잉크가 집과 사무실에 있기 때문에 새로 출시됐다는 이유만으로 잉크를 사는 건 죄책감이 들지만,

외출 중에 잉크가 떨어진 걸 알게 되면  '아, 이거 난감하게 되었는걸' 이란 말과 함께 '어쩔 수 없잖아?'같은 표정을 지으며 근처 대형 문구점에 방문할 명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매장 직원이 서랍을 열어주자 다양한 색의 잉크 패키지가 보무당당하게 나타났다.

 도열해있는 잉크 중에 팥죽색 잉크가 예뻐 보여 달라고 했더니 점원이 ‘팥죽색’을 알아듣지 못한다.

팔을 쭉 뻗어 가리키니 그제야 원하는 색상을 꺼내 준다.


꺼내 준 잉크를 받아 드니 이번에 출시된 어린왕자 리미티드 에디션이었다.

내가 팥죽색이라 불렀던 잉크색의 출시명칭은 ‘로즈버건디’

 로즈버건디를 감히, ‘팥죽색’이라 했으니 점원이 알아듣지 못 한건 당연하다.  내 탓이다.




버건디를 흔히 와인색으로 통칭하지만 버건디는 엄밀히 말해 프랑스 부르고뉴 지역의 영어 이름이다.

베네치아를 영국인은 베니스라고 부르는 것처럼.

아무튼 버건디는 지역 이름일 뿐 그 자체로 와인을 뜻하는 건 아닌데 부르고뉴가 워낙 와인산지로 유명하다 보니 지역명이 색상명이 되어버린 경우다.


일테면 닭갈비 양념장을 연상케 하는 짙은 다홍색을 두고 ‘딥 춘천’이나 ‘울트라 순창’이라 불러도 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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