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과 후회는 행동과 별개다
내가 7학기 동안 대학원에서 생활하면서, 지금에야 깨달았던 것 중 하나는 바로
이다. 이는 굉장히 중요하게 마음속에 가져가야 하는 것 같다.
내가 여태껏 반성과 후회를 하면서도, 실제로 그 이후에 비슷하게 행동한 적이 얼마나 많았는지 느낀다. 나는 매 순간 우리의 행동에 대해서 반성하기도 하고, '왜 이런 일을 해버렸나', '왜 나는 이러지 못했지'와 같은 후회도 많이 하였다. 이런 자신에 대한 성찰, 반성과 후회에 대한 성찰은 물론 굉장히 중요하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알고 있고, 또 무엇이 중요한지 인지하고 있다는 것을 반영한다.
그러나 반성과 후회가 행동과는 별개다. 반성과 후회를 하는 것은 우리에게 하나의 큰 함정을 만들어낸다. 바로,
이다. 결국 다음 행동을 하지 않은 채로 그저 '반성하고 후회하면서 내가 아직까지 완전히 정신을 놓아버린 것은 아니구나!'정도에 대한 고양감을 쌓으면서, 그렇게 그저 하루를 마무리하고, '다음에는 잘해야지'와 같이 '이후의 나'에게 나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밀어둔다. 그것이 나에게 반성과 후회가 만들어내는 함정이다. 아직 나는 행동하지 않았다. 그것은 정신적인 자위에서 그칠 뿐이라는 것이다.
'다음에는 이렇게 해야지'는 우리에게 그 어떤 것도 기약해주지 않는다. 마치, 일면식이 없는 사람이 나에게 '당신에게 내일 몇 만 원 더 얹어서 돌려드릴 테니, 저에게 지금 당장 100만 원을 빌려주세요'라고 하는 말 하나만 믿고, 100만 원을 빌려주는 것과 같다는 이야기다. 그 사람이 오늘 100만 원을 빌려주었다고 해서, 내일 그 몇 만 원을 얹어서 돌려줄 어떤 근거가 있는가? 며칠 뒤에 줄 수도 있고, 심지어는 다시 돌려줄 것이라는 어떤 근거라도 있는가? 우리는 현재의 내가 100만 원을 미래의 나에게 어떤 근거 없이 더 얹어서 돌려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100만 원을 빌려주는 것과 같다.
이는 꽤나 심각하다. 남에게 빌려주는 것보다 훨씬 심각한 일이다. 남에게 100만 원을 아무 근거 없이 빌려주는 거라면, 그 사람은 돌려주지 않게 된다면 100만 원을 그 사람은 아무런 이유 없이 벌어들인 것이고, 나는 100만 원을 손해 본 것이지만, 미래의 나에게 주는 것은, '나와 나 사이의 거래'이다. 내가 나에게 빌려주는 100만 원은 실제로 그 어떤 손익도 없고, 심지어 나 스스로에게 부담감만 지워줄 뿐이다. 나는 그런 더 얹어진 부담감 때문에, 다시 지옥의 쳇바퀴를 돈다.
지옥에서 한 발짝씩 빠져나가려고 하는 대학원생에게, 나 스스로에게 이런 이야기는 한 걸음 더 딛게 해주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