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투자를 통해 충분한 실탄을 확보한 당근마켓의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요? 인재확보/수익모델 고도화/글로벌 확장 등 다양한 목표가 있겠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이번 투자금을 통해 당근마켓의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에 대해 예측 가능한 수준의 검증 및 준비를 마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속가능한 수익을 만들 수 있는 모바일 플랫폼의 필수 조건은 무엇일까요?
“서비스가 성공하려면 이용자들의 스마트폰 첫 화면에 자리 잡고 매일 한 번은 켜보는 앱이어야 합니다.” — 당근마켓 김용현 대표 인터뷰 중
‘당신 근처의 마켓’이라는 네이밍처럼 당근마켓은 지역기반 중고거래 서비스로 시작했습니다. 1,500만의 사용자로 국민앱의 펀더멘탈을 갖춘 지금은, 커뮤니티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통해 중고거래 앱을 넘어 ‘로컬 영역의 포탈 서비스’로의 진화를 꿈꾸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정도 현실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당근마켓이 ‘동네생활’ 메뉴를 홈화면 바로 옆에 위치시키면서까지 커뮤니티 기능을 강화하는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습니다. 사용자가 당근마켓에 더 자주 접속하고(접속빈도), 더 오래 머물면서(체류시간), 동네 주민들과 더 활발하게 소통(인앱활동)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당근마켓이 지속가능한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수시로 방문할 수 있는 베네핏을 제공해야 하며, 당근마켓은 커뮤니티 기능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킴으로써 이를 실현하려 하고 있습니다.
현재 당근마켓의 커뮤니티 기능은 ‘동네생활’ 메뉴에서 제공됩니다. 동네생활은 게시판 형태로 되어있고, 우리동네 질문 / 같이해요 / 해주세요 등 다양한 주제로 이웃들과 소통할 수 있습니다.
(2021년 8월 기준으로 ‘같이해요’ 기능이 갑자기 사라졌네요. 글 작성을 시작했던 2021년 7월 초순의 당근마켓 버전을 기준으로 계속 작성하겠습니다.)
그 중에서도 조금 성격이 다른 주제가 하나 있는데요. ‘같이해요’는 동네 이웃끼리의 오프라인 모임을 지원합니다. 그리고 ‘같이해요’ 주제의 게시글은 ‘동네질문’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임 기능은 커뮤니티 플랫폼 성공의 필수 요소인 ‘지속성’과 ‘강한 유대 관계’를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특히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모임 플랫폼으로서의 당근마켓은 중고거래 플랫폼만큼이나 편리하고 유용할까요?
모임에 참여하는 사람의 니즈는 크게 a/ 목적 달성과 b/ 관계 형성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a/ 사용자는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모임에 참여하며 (‘달리기’, ‘영어회화’ 등)
b/ 사람과의 연결을 통해 긍정적인 감성 경험을 하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참여자 니즈의 종류에 따라 크게 c/ 일회성 모임과 d/ 주기적 모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c/ 일회성 모임에 대한 참여자의 니즈는 단기적이고 즉흥적이며, 관계 형성에 대한 니즈 또한 저차원 적입니다. 이러한 니즈는 한 번의 모임을 통해 쉽게 해소됩니다.
일회성 달리기 모임 참여자 C는 몸을 움직여서 찌뿌둥함을 해소하고 싶고, 달리는 동안의 무료함을 달래줄 누군가 필요합니다.
d/ 반면 주기적 모임에 대한 참여자의 니즈는 장기적이고 계획적입니다. 또한 소속감 등의 상대적으로 고차원적인 유대감을 필요로 합니다.
스포츠댄스 모임 참여자 D는 춤 실력을 쌓아 내년 대회에 나가는 것이 목적이고, 춤이라는 공통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이어나가고 싶습니다.
(단, 참여자 니즈는 절대적으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며, 한 명의 사용자는 상황에 따라 일회성 모임의 참여자가 될 수도 있고, 주기적 모임의 참여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참여자 니즈를 바탕으로 일회성/주기적 모임 참여자가 플랫폼에 기대하는 것을 아래와 같이 나타낼 수 있습니다.
현재 당근마켓이 제공하는 모임 기능은 ‘같이해요’ 메뉴의 게시글과 그룹채팅방입니다. ‘같이해요’는 당근마켓 홈화면의 ‘동네생활’ 탭에 속해있으며, 유저 플로우에 따라 게시판, 글쓰기, 게시글, 그룹채팅 네 가지로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모임 참여를 원하는 당근마켓 사용자는 아래의 과정을 거쳐 모임에 참여합니다.
1/ 동네생활 탭 접속
2–1/ ‘같이해요’ 주제의 게시글 작성
2–2/ 혹은 누군가가 생성한 게시글 조회
3/ 그룹채팅방 참여 후 사람들과 Fit 맞춰보기
4/ 모임 이벤트 참석
당근마켓의 모임 기능인 ‘같이해요’가 모임 참여자의 니즈에 맞는 기능적인 베네핏을 제공하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같이해요’에서 제공하는 각 메뉴 기능은, 아래와 같은 관점에서 각 모임 참여자의 니즈 충족에 미흡한 부분이 있습니다.
[Product-Needs MisFits]
1. 일회성 모임 참여자
a. 게시판에서 원하는 주제의 모임 검색이 어려움
- 카테고리 탐색 기능 부재
- 게시글에 모임 주제 태그 없음
b. 모임 종료 후 앱 내에서 주기적 모임으로 전환이 어려움
- 주기적 모임 운영을 위한 필수 기능 부재
2. 주기적 모임 참여자
a. 게시판에서 원하는 주제의 모임 검색이 어려움
- 카테고리 탐색 기능 부재
- 게시글에 모임 주제 태그 없음
b. 게시글에서 모임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얻기 어려움
- 자유형식으로 인한 정보 누락 (모임 주기, 주제, 가입 조건 등)
c. 그룹채팅방에서 모임 관련된 컨텐츠 공유가 어려움
- 사진, 위치를 제외한 첨부 기능 부재(동영상, 파일, 일정, 설문조사 등)
d. 주기적인 모임을 통해 축적되는 자산을 아카이빙하기 어려움
- 자료 축적에 적합한 메뉴 기능 부재
이처럼 당근마켓의 모임 기능은 즉흥적인 일회성 모임에는 비교적 적합한 편이지만, 주기적 모임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주기적 모임을 원하는 사용자에게 당근마켓 ‘같이해요’ 메뉴는, 모임의 새로운 참여자를 모집하는 창구 역할에 적합한 기능만을 제공합니다.
주기적 모임의 운영을 위한 필수 기능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모임 참여자가 카톡, 밴드 등의 타 채널로 이탈할 수 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회성 모임이 주기적 모임으로 발전하는 경우에도 위와 같은 이유로 타채널로 이탈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현재의 기능적인 특성을 살려 일회성 모임만 장려하고 지원하면 될까요?
처음에 언급했듯이 당근마켓이 사용성과 수익성 측면에서 목표를 달성하려면 스마트폰의 첫화면에 자리잡고 사용자가 하루에도 수시로 사용하는 앱이 되어야 합니다.
일회성 모임의 경우 모임을 통해 축적된 컨텐츠는 대부분 자기소개 등의 일회성 컨텐츠이고 / 모임이 끝나면 참여자의 니즈는 해소되며 / 형성된 관계는 단절되거나 프라이빗한 소통 채널로 변경됩니다. (대면&연락처 교환 후 모임 플랫폼으로 돌아올 이유가 거의 없음)
반면 주기적 모임의 경우 모임의 주제에 맞는 정보성 컨텐츠가 축적되고 / 목적 달성 시점까지 니즈가 유지되고 / 소속감을 충족시키기 위한 일정 빈도 이상의 다대다 커뮤니케이션이 이어지기 때문에 접속빈도 및 체류시간 양쪽 모두에서 도움이 됩니다.
따라서 당근마켓이 진정한 의미의 커뮤니티 플랫폼이 되기 위해서는 주기적 모임이 활발하게 생성되고 운영될 수 있도록 기능적인 지원을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