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책을 가만히 읽지 않는다. 읽다 보면 떠오르는 생각들을 그 자리를 벗어나 해결해야 직성이 풀리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집중하지 못하는 스스로가 모자라 보여 부끄럽기도 했다. 특히, 도서관에서 책을 펼친 지 10분도 안 돼 몸이 근질거릴 때면 민망해서 책장 넘기는 척만 하고 그 자리에 묶여 움직이지 못한 적도 있다. 글씨를 읽었다기보다는 훑었다는 말이 어울리게 말이다. 단어는 읽으면 의미가 생긴다. 하지만 읽지 않고 눈으로만 스치면 힘을 가질 수 없다. 읽는 이로 하여금 끝까지 문장을 쳐다보게 하는 게 작가의 문장인가 싶다가도 그냥 난 다른 사람한테 관심이 없다. 그러다가 내가 공감 가는 문장 하나를 발견하면 그걸 불씨로 삼아 막혀있던 내 이야기를 풀어내기를 반복한다. 엉킨 실타래를 푸려고 이야기를 읽었고 다른 이의 생각을 엿보기 위해 독서를 해온 것이다. 이런 나의 깨달음은 왜 그토록 책에 집중치 못했나를 설명한다. 설명 그래 설명! 나는 요즘 나를 설명하기 위해 끊임없이 나를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