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맑은 아이처럼 웃고 싶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세상은 새롭고, 계절마다 나부끼는 바람에 기분이 단숨에 좋아졌다. 여름의 습기를 다들 불쾌해하지만, 그마저도 나는 온몸을 빈틈없이 앉아주는 어머니의 품 같아 좋았다. 사진기를 꺼내 들고 세상에 갓 나온 아이처럼 세상을 뛰어다닌 게 불과 1년 전인데, 이제는 밖을 한 발자국 나가려고만 해도 힘이 들고 기운이 빠진다.
왜 이렇게까지 달라졌을까. 나의 변화는 점진적이지 않았다. 그저 잊으려 했던 현실적인 고민들이 더 이상 숨을 참기 힘들어 수면 위로 불쑥 튀어나온 것뿐이다. 대학교 4학년 숨참고 외면했던 물밖 세상이 나를 위협하고 있었다. 아가미가 없어 숨을 참고 잠수를 해야 하지만, 나는 물고기가 되고 싶었다. 그저 수면 아래 푹 잠겨 현실을 모른척하고 고요한 물밑에 묻히고 싶었다. 하지만 난 물고기가 아니고 사람이었고, 결국은 호흡하기 위해 물밖으로 나와야 하는 현실이었다.
과연 나의 물밖 여정은 무사히 시작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