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용하는 음악앱 Spotify 에서 올해를 정리하는 2021 Wrapped! 가 나왔다.
개인의 일 년간의 음악 청취를 분석해서 흥미로운 통계자료들을 보여준다.
외출이 적은 요즘에는 디지털 세계에서 연말이 가장 빨리 느껴지는 듯하다.
12월이 오기도 했고, 밀리의서재를 통해 그동안 어떤 책들을 읽었는지 정리도 할 겸 오랜만에 브런치를 열었다. 재미있게 읽은 책들, 꾸역꾸역 끝낸 책들, 끝끝내 포기한 책들이 뒤섞여있는 나의 책장에서 몇 권을 뽑았다.
재밌게 읽었고, 혹은 내용이 기억이 남는 책들을 모았다.
-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김누리 지음. 출판사: 해냄)
왜 우리는 항상 경쟁의 소용돌이에 서 있는가? 우리나라에는 폐지를 줍는 어르신들이 그렇게 많을까? 헬조선이라 불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왠지 모르게 우리를 불편하게 했던 질문들.
이 책에서는 한국과 독일의 정치, 사회, 역사를 비교하고 분석한다.
물론 이 한 권으로 명쾌한 답을 얻을 수는 없지만, 우리 사회의 문제점들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을 얻을 수 있다.
- 유혹하는 글쓰기 (스티븐킹 지음, 김진준 옮김. 출판사: 김영사)
글쓰기에 대한 스티븐킹의 조언들, 물론 영어작문에 더 많은 도움이 되겠지만.
그 보다 더 많은 비중은 그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다.
- 오만과 편견 (제인오스틴 지음, 이정아 옮김. 출판사: 더디)
재미있게 읽기는 했는데 내용이 딱히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고전은 그 시대의 사회 상황과 역사를 알면 더 재밌게 읽을 수 있겠다,라고 생각했던 작품. 술술 읽힌다.
- 징구 (이디스워튼 지음, 이리나 옮김. 출판사: 책읽는고양이)
단편소설모음집. 이것도 비슷한 느낌. 단순하게 재밌는 책이었다.
-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올리버색스 지음, 조석현 옮김. 출판사: 알마)
밀리의서재에서 올리버색스 책들을 메인화면에서 광고한 적이 있는데, 그때 집어 들었다.
시적으로 느껴지는 제목과는 달리 신경과학자이자 의사인 올리버색스의 [진찰 일지] 내지는 [연구도서]이다. 그렇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게 진행되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 뇌과학과 심리학이 알려주는 시간 컨트롤 (장폴조그비 지음, 원광우 옮김. 출판사: 처음북스)
내년에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우리의 시간관념, 나이가 들수록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 어떻게 하면 더 시간을 길게 쓸 수 있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과학적 사실들을 배울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도 나의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갔으니… 배운 내용을 제대로 실천하지는 않았나 보다.
- 온 더 무브 (올리버색스 지음, 이민아 옮김. 출판사: 알마)
올리버색스의 자서전. 이 책은 사흘 전에 시작했지만 이제 거의 다 읽어간다. 그는 능력 있는 의사이면서도 글 쓰는 데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사람이었다.
왠지 모를 사명감으로 완독 한 책들.
- 데미안 (헤르만헤세 지음, 북트랜스 옮김. 출판사: 북로드)
클래식이니까, 아주 지루하지는 않았지만 아주 재밌지도 않았다.
- 사피엔스 (유발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출판사: 김영사)
뒤로 갈수록 지루해졌던 책.
이런 책이 우리나라에서 오랫동안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는 것에 대해 김누리 교수님이 어떻게 생각하실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유발하라리의 다른 책들도 책장에 넣어두기는 했는데, 손이 가질 않는다.
책을 포기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나의 취향을 확실히 알게 되는 값진 경험이다. (이렇게 자기 합리화를 한다..)
- 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 (히가시노게이고 지음, 최고은 옮김. 출판사: 알에이치코리아)
다작이라고 다 좋은 건 아니다. 이 작가분은 고심이 필요해 보인다.
- 뉴코스모스 (데이비드아이허 지음, 최가영 옮김. 출판사: 예문아카이브)
우주과학이 좋았었는데, 이로서 우주와 조금 더 멀어졌다.
- 요절 (2002. 조용훈 지음. 출판사: 효형출판)
BTS의 리더 알엠이 읽었다는 그 책이다. 문장이 너무 화려하고 단어선택도 의미 없이 어려워서 포기했다.
밀리의서재에서 찾기 힘든 책들이 있어서 내년에는 종이책도 빌리거나 사서 읽고 싶다.
-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김영하 지음. 복복서가)
김영하 작가가 검은꽃 다음으로 낸 소설집.
밀리의서재에서 그의 책들이 하나 둘 미 서비스되는데, 그전에 읽어버려야겠다.
- 신곡 (단테알리기에리 지음, 강미경 옮김. 출판사: 느낌이 있는 책)
- 거꾸로 읽는 세계사 (유시민 지음. 출판사: 돌베게)
- 달과 6펜스 (서머셋 몸 지음)
고등학교 때 읽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밀리의 서재를 처음 쓰기 시작했을 때는 거의 매번 독서노트를 적었다.
자기 전에 침대에 누워서 독서하는 시간이 늘면서 이 습관은 지켜지지 못했는데, 이제부터는 적은 양의 노트라도 남겨두려고 한다.
이렇게 정리해서 글을 쓰려니 기억나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남은 12월, 내년에는 더욱더 많은, 좋은 책들을 만나고 싶은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