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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야사 Jul 13. 2024

하루 기록_712

2024.07.12(금)


생일이다. 엄마가 미역국을 끓였다. 오전 내내 침대에서 빈둥거리는 호화로운 생활을 했다. 점심에는 여권 사진을 찍었고, 여권 신청을 하러 시청에 갔고, 회사에서 받은 백화점 상품권을 교환하러 백화점까지 갔다. 상품권은 모두 엄마에게 양도했다. 집에 오는 길은 배가 고프고 지치고 힘들어서 반쯤 정신이 오락가락했던 것 같다. 어쨌든 무사히 귀가했다. 숙제를 끝낸 기분이었다. 홀가분했다.


황수영 작가의 산문집 <새벽 산책 허밍>을 읽었다. 나는 새벽을 좋아하지만 새벽에 산책한 적은 없다. 새벽은 자야 하는 시간이다. 혹은 놀아야 하는 시간이다. 어두운 새벽은 무서울 것이다. 어스름한 새벽녘이 밝아오는 시간은 좋을지도 모르겠다. 특히 가을이라면 더 좋을 것이다. 피부에 닿는 공기가 선선할 테니까. 새벽 산책을 좋아하는 사람을 사랑하게 된다면 나는 잠 대신 산책을 선택할까? 음… 아무래도 각자의 생활과 취향을 존중하는 것 또한 사랑의 중요한 조건이 아닐까 싶다.


친구들에게서 연락이 많이 왔다. 생일 선물로 무엇을 가지고 싶냐는 질문에는 대부분 책을 답했다. 책장을 하나 더 사야 할 것 같다. 새로운 책을 정리하고 이제는 레코드판도 정리해야 하니까. 내 방은 집에서 가장 좁다. 그나마 옷장이나 화장대가 필요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짐을 조금 줄여야겠다. 아직 미니멀리즘은 내게 이르다. 남들이 보면 나의 생활 방식과 소비 습관도 단순하고 단조롭게 보일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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