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물푸레 Dec 08. 2021

학교는 어딨어요?

숲학교 이야기

아이들이 처음 숲에 오면 늘 하는 말이 있다.

"학교는 어딨어요?" 두리번거리며 학교 건물을 찾는다.

"학교? 이 산 전체가 다  너희들 학교야!" 나는 능청스럽게 웃으며 말한다.

"건물이 있는 학교도 있지만 건물이 없는 학교도 있어." 

"너희들이 배우는 곳이면 어디든지 다 학교지!"

그러면 아이들은 김 샜다는 듯이  '에이~'소리를 내놓는다.


산 전체가 다 학교라니 이 얼마나 멋진가!

산은 아이들에게 즐거운 놀이터이다.

아이들은 산에만 오면 망아지처럼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아파트라는 닫힌 공간에 살면서  풀지 못한 질주본능을 다 풀려는 듯 그저 산길을 내달린다.

여자아이들은 다소곳이 숲길을 걷기를 좋아하지만 남자아이들을 걷기보다는 그저 산길을 달리고 싶어한다.

질주본능을 어느 정도 해소하고 나야 어여쁜 꽃들과 눈도 맞추고 나무 둥치를 안아보기도 한다.


그것은 아이들에게 새로운 세상이다. 

햇빛이 투과된 아름다운 꽃들의 색과 모양을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본다. 맨손으로 흙을 만지고 흙냄새를 맡아보며 이 흙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궁금해 한다. 새소리를 들으며 나라는 존재 이외에 다양한 존재들이 이 우주에서 삶을 영위해가고 있음을 알게 된다. 나무와 인사하다가 나무 둥치를 안으며 손으로 느껴지는 까칠한 혹은 매끈한 질감을 몸이 기억한다. 처음에는 곤충을 보고 꺅~소리를 지르던 아이들도 곤충의 생태를 이해하하면서 어느새 곤충과 친해져 스스럼없이 곤충을 만지게 된다. 딱정벌레의 딱딱한 껍질을 쓰다듬으며 아름다운 빛깔과 자태에 감탄하기도 한다. 


숲에 아이들이 오면 자연스럽게 숲과 한몸이 된다.

아이들이 숲에 들어 종알거리면 고요하던 숲에 생기가 돈다.

숲의 나무들은 아이들 오는 것을 기다린다.

숲의 요정들이 바로 이 아이들이었다.


봄 햇살이 투명한 날, 풀들이 햇살에 눈부시게 빛난다.

아이들이 지나치지 못하고 그 햇살 무대에 뛰어든다.

풀들이 길게 자라있고 누구가 풀밭에서 폴짝폴짝 뛰어다닌다. 

아이들이 따라서  히히! 하하! 함께 풀밭을 폴짝거린다.

바람에 머리카락이 휘날리고 아이들의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힌다.

아이들은 바람과 한 몸이 된다. 아이들의 세포가 살아난다.

아이들을 자연의 은총을  삶의 기쁨을 느낀다.


정윤이는 감기가 들어서 숲학교에 못 오게 되면 대성통곡을 하고 울었다.

엄마가 전화를 바꿔주며 달래주기를 청한다.

마음에 숲 물이 들고나면 아이들은 숲에 오지 못하는 것을 너무나 아쉬워했다.

아이들의 몸이 존재의 기쁨을 기억하는 것이다.

어린 시절은 뇌가 말랑말랑한 시기라서 세상 만물을 스펀지처럼 흡수한다.

내가 자연을 알량한 지식으로 받아들일 때 

아이들은 자연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먼저 느끼고 몸으로 뛰어들었다.

아이들은 숲에서 뛰어놀며 삼라만상의 이치를 자기도 모르게 배운다.*



작가의 이전글 고봉산을 지켜주세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