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내일 동복 체육복 입어야 해요, 찾아주세요.”
“엄마, 핸드폰 15분만 열어주세요.”
“엄마, 발목이 아파요”“엄마, 나방이 있어요”
...엄마엄마엄마... 나는 아이들의 콜센터다.
아이들이 11살 9살이 되던 해였던가, 아이들이 평소 좋아하던 뷔페에 식사를 하러 갔다. 언제나처럼 남편과 내가 아이들과 함께 음식을 뜨러 출발하려던 참이었다. 둘째가 엄마를 찾지 않고 언니를 따라 먼저 사라졌다. 그리고 접시를 들고 언니와 테이블을 돌고 있다. 아주 안정적으로!! 첫째와 둘째가 처음으로 엄마 아빠 없이 음식을 고르러 떠난 테이블에 남편과 둘이서만 남겨졌을 때 느꼈던 감정은 두 가지였다. 막상 챙겨야 할 아이들이 없으니 남편과 나만 남아 갑자기 고요해진 테이블에서의 어마어마한 어색함과 드디어 나에게도 곧 내 한 몸만 건사하면 되는 이른바 육아의 해방일지를 시작할 수 있는 시간이 목전에 왔다는 설레임.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그냥, 한 끼 식사시간으로 한정된 육아해방일지.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고 무자식이 상팔자이며 죽어야 끝난다는 조금은 무시무시하기까지 한 옛 어른들의 말들이 관통하는 하나는 바로 자식이다. 거기에 MBTI의 성격유형 중 해결사의 본능이 기본값으로 장착되어 있다는 ISFJ 유형의 엄마라면 아이들의 24시간 대기 콜센터, 그중에서도 심화과정으로 프리패스 확정이다.
MZ 라는 단어가 유행이다. MZ의 뜻을 살펴보자면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통틀어 지칭하는 대한민국의 신조어다. 밀레니얼 세대는 X세대와 Z세대 사이의 인구통계학적 집단이다. 일반적으로 1981년부터 2010년까지 출생한 사람으로 정의한다- 라는 것이 MZ에 대한 정의이지만 실제로는 떨어지는 문해력을 넘어서서 기본적인 단어도 모르거나 하루종일 헤드폰이나 무선 이어폰을 끼고 다니며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는 모습 등 예의와 개념이 없고, 사회성이 매우 떨어지는 모습을 비하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쉽게 말하면 요즘 것들에 대한 돌려까기랄까. 결핍이 없는 세대, 쉽게 좌절하고 받는 것이 당연한 세대. 극뽀옥~(이 드라마를 아신다면 MZ에서 제외해 드림)하려는 의지도 견뎌내려는 참을성도 없는 세대. 그런데 MZ들이 이렇게 된 데에는 부모들의 양육방식 탓이라는 의견들이 있다. 내 아이가 가장 소중해서, 내 아이가 힘든 모습을 견디지 못하고 모든 걸 해결해주는 부모의 탓이라는 것이다. 좌절을 견디고 스스로 극복하며 좌절내구력을 키워야 하는데 부모가 모든 걸 해결해 주다보면 아이는 이 좌절내구력을 키울 적절한 기회와 시간을 잃고 MZ로 큰다는 것이다.
다시 또 언급해보자면 나는 해결사 본능을 기본으로 장착한 ISFJ 엄마이다. 아이들의 요청에 즉각적으로 응답하고 해결하지 않으면 내내 마음에 걸려 결국은 해주게 되는데 또 해주고 나서도 마음이 편치 않다. 전문가들의 강의와 책을 듣고 읽어보면 부모가 즉각적으로 아이의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것이 아이를 위한 일이 아니라는데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렇다고 아이들의 요구를 묵살하려니 권위적인 부모의 행동이 아이의 자존감을 무너뜨리고 결국엔 스스로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는 무력한 아이를 만든다는 전문가의 말이 문득 떠오른다. 하루에도 수백 번 ‘해결해주느냐 묵살하느냐 그것이 문제로다’의 블랙홀에 빠지는 것이다. 나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골룸처럼 뱅뱅뱅뱅 도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