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하고 별일없던 날, 밤
이런 날이었어요.
오전에 해야 하는 일이 매끄럽게 처리되고,
건강한 음식으로 점심도 잘 챙겨먹고,
오후 일정도 예상 범위 내에서 통제되어
무탈했던 날이요.
아이들 하원 후 놀이터에서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다치거나 아프지 않았고,
집으로 돌아와 개운하게 목욕하고,
솜씨는 없지만 열심히 한 따뜻한 밥과 반찬을
아이들과 남편이 꽤 든든히 먹고,
아빠에게 안녕히 주무시라고 인사하고 방에 들어가
침대에서 기도하고, 도란도란 이야기하다
들리는 쌔근쌔근 숨소리.
잠든 아이들을 뒤로 하고
침대에서 나와 남은 집안일을 마무리하고,
식사 후 운동을 다녀온 남편이
고민하면서 사 온 버블밀크티를 수줍게 내밀고,
아무래도 양심에 걸려 기쁘게 받지는 못하고
못 내켜 받는 듯 연기를 하며 받은 버블밀크티를
마시면서 거실에 나란히 둔 부부책상 앞에
각자 앉아
성경필사를 하는 밤이요.
성경을 쓰다 고개를 돌려 남편에게
‘나 천국에 있는 것 같아.’ 말하니
남편이 고개를 끄덕이며
‘다 당신 덕분이에요. 고마워요.’ 답하는데
코끝이 찡한 밤이요.
강남 집, 슈퍼카, 많은 현금, 투자 성공,
멋진 외모, 영재 자녀, 명품, 고가품…
이런 것들과는 차원이 다른 행복을 느낀
저 날, 저 밤이
꽤 오래 마음이 남아 있어요.
천국 모먼트.
그래서 이렇게 이름을 지어봤어요.
힘들지 않고, 좋은 일만 있고,
아프지 않고, 슬프지 않은 삶은 아니지만,
힘든 일도, 싫은 일도,
아픈 일도, 슬픈 일도 잘 버티고 흘려 보내며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평안하게 잠들 수 있는 밤.
이 모먼트는 절대 공짜가 아니었지만,
그 이상의 가치가 충분히 있어요.
천국같은 그 순간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자주 느끼시길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