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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반인의 테슬라 Sep 01. 2023

테슬라 팬이 솔직히 밝히는,
'제주도 테슬라 렌트' 후기

※ ‘라맨’이 쓴 글입니다.


한동안 브런치 업데이트가 뜸했다. 앗, 그러고 보니 브런치가 브런치스토리로 바뀌었기도(...) 


별다른 이유들이 있었던 건 아니다. 다들 회사와 가정과 육아에 바쁘다 보니 그랬던 것뿐. 글쓰기엔 무심했지만 그래도 그간 테슬라 소식들은 열심히 챙겨보고 있으며, 테슬라를 타고 여기저기 잘 돌아다니는 건 여전하다. 


그런 차원에서 잘 돌아다닌 경험 하나. 여름휴가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이번 여름은 유난히도 더웠던 것 같다. 찌는 듯한 더위의 한복판 8월 중순, 나는 와이프, 5세 아들과 함께 예정된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목적지는 제주도. 사실 제주도가 가장 만만하기도 했고, 오랜만에 아들에게 비행기도 태워주고 싶었다. 


그러면서 하고 싶었던 건 모델3 렌트! 서울에서 모델Y를 신나게 타고 있지만 정작 모델3를 제대로 타본 적이 없어서, 제주도에서 모델3를 빌려 원 없이 타보겠다는 계획을 세웠었다. 



제주도 공항에서 내린 뒤 찾아간 렌터카 주차장에서 모델3는, 강렬한 빨강으로 우리를 맞아줬다. 아들이 좋아하는 빨간색! 이걸 타기 위해 강렬한 햇살을 뚫고 여기까지 왔구나, 생각을 하며 차키를 받아 든 순간 예상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 문제들을 맞닥뜨리게 됐다. 


여기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 본다.



1. 반드시 완속 충전기 어댑터를 챙겨라


"완속 충전기 어댑터는 없는데요. 사전에 안내해 드렸어요." 


렌터카 직원의 말이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안내를 받았었나? 완속 충전기를 못 쓰면 사전에 세웠던 완속 충전 계획은 다 물거품이 되는 것이었다. 급속 충전만으로 이번 여행을 잘 마칠 수 있을까? 갑자기 머릿속에 짜증이 밀려왔다. 



운전석 옆 수납함에는 나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이 커다란 DC콤보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렌터카 홈페이지를 다시 확인해 보니 홈페이지엔 완속 어댑터에 대한 안내가 있긴 있었다. 하지만 렌트 이후 온 카톡 메시지에선 그런 안내가 없었기 때문에, 카톡 안내만 꼼꼼히 읽어본 나는 그 내용을 놓쳤던 것이었다. 


그런데 왜 완속 어댑터를 안 챙겨주는 걸까? 이용자들이 잃어버려서? 그러면 잃어버릴 때마다 그 사람에게 변상하라고 하면 된다. 최근에 외국 테슬라 팬이 비슷한 이슈를 X(트위터)에 제기한 적이 있다. 허츠 렌터카에서 테슬라를 빌렸는데 모바일 충전기를 주지 않더라는 것이다. 일론이 여기에 답글을 달아 내용을 살펴보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여긴 이미 DC콤보밖에 없다. 어쩔 수 없이 약간의 귀찮음을 감수하기로 했다. 서울에선 자주 안 쓰는 DC콤보와 친해지기로 했다. 한켠으론, 집에 있는 'J1772'가 눈물겹게 보고 싶었다. 



2. 급속 충전 속도는 제각각


그런데 급속 충전을 하는 것도 고역이었다. 분명히 50kW급의 충전기인데도 불구하고 실제로 충전되는 속도는 24kW. 어느 세월에 충전을 하고 돌아다닌단 말인가. 프리컨디셔닝하지 않아도 100kw 속도는 나와줬던 슈퍼차저가 그리웠다. 


그 이후로 여러 차례 찾아간 각각 다른 곳의 급속 충전기 속도는 33kW, 13kw(...), 23kW 등등 제각각이었고, 하나같이 만족스럽지 않은 속도였다. 그나마 마지막날 공항으로 복귀하기 전 찾았던 충전소에선 44kW의 속도가 나와 마치 사막에서 만난 오아시스와도 같은 느낌을 주었다. 


스크린에서 슈퍼차저를 선택해 프리컨디셔닝을 시키는 방법이 효과가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막상 돌아다니다 보면 그렇게 세세하게 프리컨디셔닝을 하기도 어려웠고, 프리컨디셔닝으로 깎아먹는 배터리를 빠르게 회복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였다. 


결론: 동선 상의 100kW급 충전소를 잘 봐두자. 하지만 거기서도 속도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50kW급이라도 방문하는 식당이나 카페 옆이라면 그나마 낫다. 완속 충전기라 생각하고 느긋해지자. 



3. 햇살이 바로 들어오는 천장


충전은 필요할 때마다 하는 걸로 마인드셋을 한 후 조금이나마 마음이 편해졌다. 그런데 또 해프닝이 있었다. 우리가 숙소를 옮기면서, 중문에서 성산으로 가는 날이 있었다. 때는 한낮인 12시. 


햇살이 기가 막힌 가운데, 나는 파노라마 선루프가 모델3에도 있었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사실 운전을 하는 나는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뒷자리에 앉은 와이프가 '머리 뜨거움'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1시간 30분 정도 이동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딱히 방법이 없는 상황. 이런 상황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천장이 막힌 EV6 한대가 유유히 우리 옆을 지나쳐갔다. 


하... 완속 충전도 그렇고, 천장도 그렇고, 제주도에선 현기를 타야 하나...


차 안에서 양산을 펴본 적이 있는가


와이프는 결국 양산을 빼들었다. 마치 텐트를 친 것처럼, 뒷좌석에는 자그마한 양산이 엄마와 아들의 머리를 보호하고 있었다. 이 또한 추억이 되리라,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한여름에 테슬라는 답이 아닐 수도 있겠다. 선쉐이드를 갖고 다닐 순 없지 않은가.



4. 내 차가 아닌 너, 폰으로 컨트롤할 수 없는 너


또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은 폰으로 차를 컨트롤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렌트사에선 카드키만 한 장 덩그러니 준다. 다들 아시다시피 그걸 운전석 쪽 B필러에 대 열고 잠그는 방식이다. 그런데 그뿐, 테슬라의 장점인 폰으로 제어할 수 있는 권한은 주지 않는다. 차를 렌트하는 동안 운전자 권한을 설정해 주면 될 텐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테슬라가 아닌 다른 일반 차를 모는 것과 똑같게 되어버렸다. 불편한 점은 여러 가지였다.


우선 키를 항상 들고 다녀야 한다. 여행 내내 주머니엔 항상 테슬라 카드키가 들어있다. 키 들고 다니는 게 이렇게 귀찮았었나.


그리고 그 더운 날 차를 타기 전 에어컨을 미리 틀 수가 없다. 차문을 열고 에어컨을 켜 3~4분은 열을 식혀야 한다. 테슬라 맞아???


에어컨을 켜놓고 더위를 식히는 동안 차 옆에서 개미를 관찰하는 아들 ㅠㅠ


차에 없는 동안 차량의 배터리 수준을 확인할 수 없는 것도 불편했다. 실내 과열 방지와 센트리 모드를 켜놔서 안 그래도 배터리가 줄어드는데 숙소 등에서 배터리 현황을 알 방법이 없으니 동선을 어떻게 할지 계획 짜는 데 많이 불편했다. 


한 번은 이런 적도 있었다. 충전기를 꽂아놓고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충전이 다 되었는지 신용카드 결제 메시지가 왔다. 그런가 보다 하고 밥을 다 먹고 가니, 이유는 모르지만 충전이 중간에 중지되어 목표한 충전량을 채우지 못한 채였다. 폰으로 배터리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면 다시 가서 충전기를 꽂았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소하지만 불편했던 건, 차에서 내린 후 보조석 뒷자리에 있는 아들을 내려준 다음 다시 운전석으로 돌아와 차를 잠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쓸데없는 동선... 폰으로 차의 대부분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건 정말 엄청난 편리성이었다!



5. 그래도 익숙한 테슬라


그나마 모델3를 타며 만족했던 건 따로 적응할 필요가 없었던 운전 감각이었다. 


모델Y보다 시야도 낮고 시트포지션도 다르지만, 어쨌든 내가 평소 쓰던 값으로 주행 옵션을 설정하니 마치 내 차를 모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홀드' 모드, 스티어링 '표준', 가속 모드 '표준', 오토스티어 'ON', 오토파일럿 속도 '현재 속도' 등을 차례대로 설정하고, 스티어릴 휠과 미러 등을 조절하니 금세 적응이 되었다. 모델3 스탠다드 모델이었음에도 확실히 Y에 비해 날렵하면서도 가벼운 느낌이었다. 나도 그렇고 뒷자리에 앉았던 와이프도 그렇고 승차감은 모델3 승이었다. 


사실 폰을 어디에 거치할 지도 고민이었다. 모자형 거치대를 들고 갈까 생각하기도... 결론은, 무선 충전 자리에 놓고 운전대를 10시, 5시로 잡아 힐끗힐끗 아래를 보는 것이었다.




내 것이 아닌 테슬라를 오래 타보긴 처음이라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여행 자체는 즐겁게 끝이 났다. 


다음 제주도 여행에서도 테슬라를 렌트할래? 라고 물으면 예스라고 대답을 못할 것 같다. 렌터카로 자유도 높게 테슬라를 이용하기엔 아직은 무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타보지 못한 모델을 타보는 건 즐거웠고 어떤 모델이라도 하나의 감각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의 힘은 대단했다. 아직 테슬라를 경험하지 못해 본 분들이라면 렌트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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