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야 Jun 11. 2023

잘 만들어진 성장 드라마

추광자 후기


< 장월신명 >을 끝내고 헛헛한 마음에 잠시 중태기가 왔었다. 새롭게 방영하는 여러 드라마에 찍먹을 해 보았지만 딱히 마음에 드는 작품을 발견하지 못했고, 결국 주연을 맡은 '라운희'가 출연한 또 다른 드라마, < 추광자 >를 시작하게 되었다. 한 가지 걸리는 점은, < 추광자 >가 중국 공산당 홍보 드라마라는 사실이었다. 평소에는 정치색이 들어나는 작품을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배우빨로 한 번 시도는 해보자 싶었다. 하지만 그 '중뽕' 구간이 길지 않아서 딱히 불쾌하게 다가오지는 않았던 것 같다. 


< 추광자 >는 'Light Saver Rescue' 라 불리는 사설 구조 단체를 소재로 하는 작품이다. 아픈 동생을 보살피기 위해 오직 돈만 쫓아 살아온 변호사, 라본이 오직 봉사자로 이루어져 있는 구조 단체의 훈련에 반강제적으로 동참하면서 벌어지는 각종 에피소드를 다룬다. 


처음에 < 추광자 >를 시작할 때는 현대극이다 보니, < 장월신명 > 후 잠시 쉬어가자는 마음 가짐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라운희는 지독히도 비극적인 서사를 가진 캐릭터에 특화된 배우였고, 그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되었다. 라본 또한, 겉으로는 돈에 영혼을 판 속물처럼 보이지만, 누구보다 안타까운 과거를 가진 인물이었다. 


어렸을 적, 지진으로 인해 부모를 잃고, 기적적으로 입양되었으나, 양부모님들 또한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가신다. 그렇게 어린 여동생을 홀로 키워오다, 자신의 실수 탓에 그녀가 실명하여 평생 장애를 얻게 된다. 그 죄책감으로, 여동생이 평생을 아무런 걱정 없이 살아가게 하기 위해 미친듯이 일하여 돈을 모으고, 그런 그녀의 안전에 극도로 예민한 모습을 보인다. 심지어는 남자친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방안에 감금하거나, 상의없이 해외로 보내기도 한다. . 


사실 호감이 가는 캐릭터는 아니다. 말도 세고, 다혈질인데다가, 예민하고, 여동생을 대하는 태도는 꼰대(?)를 연상시키기도 하니 말이다. 하지만 그래서 더욱 현실적이었다. 소방관이나 여느 구조 단체를 소재로 하는 드라마에 등장하는 영웅적인 캐릭터보다, 이렇게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함으로서, 어쩌면, '진짜' 영웅은 멀리 있지 않다는 사실을 시사해 주는 셈이다. 


게다가 그런 그가 사설 구조원으로 일하기 시작하며 삶의 의미를 찾고, 여동생에 대한 집착 또한 버려, 서서히 성장해 나가는 과정이 좋았다. 어릴 적 겪은 그 지진으로 비롯된 트라우마를 이기기 위해, 재난과 직접적으로 맞서는 방법을 선택했다는 것이, 상당히 설득력이 있기도 했다. 


비록, 대규모의 재난 상황이 극중에서 너무 자주(?) 일어난다는 사실이 종종 어색하게 다가오기는 했지만, 내용으로 보나, 연기로 보나 웰메이드의 작품이었던 것 같다. 라운희의 필모깨기를 하고 계시는 분들이라면, 적극 추천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잊혀진 서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