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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야 Aug 08. 2023

낭만과 현실 사이에서

낭만닥터 김사부 3 후기


낭만닥터 김사부는 내가 한창 의학 드라마에 빠져 있을 적에 1부터 챙겨본 작품이다. 그래서 이번에 3가 나온다고 했을 때도 기대가 많이 되었다. 아쉬운 점이 없었다고는 하지 못하겠지만, 그리도 이름 값을 한 시리즈가 아니었나 싶다. 

낭만닥터 김사부3는 서우진과 차은재가 돌담병원에 들어온 낭만닥터 김사부2로부터 3년이 지난 시점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시리즈의 트레이드 마크라고도 할 수 있는 인물 간의 성장 서사가 약하게 느껴졌다. 낭만닥터 김사부는 구닥다리 시골 병원에 반(?)강제적으로 오게 된 젊은 의사가 그 병원의 정신적 지주인 김사부로부터 의학적인 부분은 물론, 인생의 중요한 가르침까지 배우며 성장하는 이야기인데, 작품의 주인공인 서우진과 차은재는 2를 통해 충분히 성장했기 때문이었다. 김사부와 갈등을 빚기는 커녕 열렬한 추종자가 되어 버렸으니, 시즌 1 이나 2 보다 두 주인공, 그리고 김사부를 맞설 더 강력한 외부 갈등이 필요했다. 

그래서인지, 자극적이라고 느껴졌던 에피소드가 자주 등장했던 것 같다. 탈북민이라던지, 건물 붕괴라던지, 병원내 칼부림이라던지....일생 내 한번도 일어나기 쉽지 않은 사건들이 연달아 나타나니, 조금은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보이는 김사부의 내적 갈등이 조금은 무리하게 느껴질 수 있는 서사에 정당성을 부여해 주었다. 

시즌 1 & 2에서의 김사부는 절대적인 철학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살린다. 그 어떤 수단과 방법을 쓰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이것은 모두 김사부의 실력이 존재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서우진은 분명 실력있는 써전임은 분명하지만 김사부 만큼 노하우에 있어서 완벽하지는 못하다. 당연하게도, 각종 위험을 맞닿뜨린다. 환자를 구하기 위해 붕괴된 건물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가 부상을 입고 다시는 수술을 하지 못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여기서, 이 한 사람이 의료진의 목숨과 미래와 맞바꿔서라도 구할 가치가 있었는가에 관하여는 의문이다. 더 더군다나, 그 환자를 구하지 못할 확률이 큰 상황에서는 말이다. 

애당초 규칙, 선 등이 존재하는 이유는 필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 규칙과 선이 과도하게 실행되어 본질을 해치는 경우는 있다. 하지만 그 보다, 지키지 않았을 경우의 위험이 더 크기 때문에 병원, 군대와 같이 생명을 다루는 직장에서는 융통성을 희생하기도 한다. 

김사부는 구닥다리 병원에서 오직 자신의 실력으로 환자를 살렸을 적에는 융통성을 희생하지 않고도 충분히 위험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외상 센터로 병원이 커지자, 한계를 깨닫는다. 이제는, 자신의 손길이 모든 곳에 영향을 끼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과 상반되는 철학을 가지고 있는 차진만과 강동주를 불러들여 균형을 맞추고자 한다. 단순히 '낭만'이 아닌 '현실'으로 뻗어나가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보이는 부분이었다. 

개인적으로 낭만닥터 김사부4는 나오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같은 포맷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뽑아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낭만닥터 김사부3는 꿈과 현실 사이를 줄다리기 하는 여느 젊은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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