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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야 Aug 15. 2023

한국판 선협 드라마

구미호뎐 1938 후기


구미호뎐은 내게 참 특별한 작품이다. 판타지 장르를 좋아하는 나에게 한국 드라마는 볼모지나 다름 없는데, 대부분의 작품들이 현실을 배경으로 현실적인 이야기를 그려내기 때문이다. 판타지적인 요소가 존재한다고 해도, 세계관 자체가 새로운 것이 아닌, 그저 '요소'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구미호뎐 또한 동떨어진 세계를 배경으로 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동물이 수련을 하여 요괴가 되고, 신선이 된다는 선협 장르의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시즌 1 부터 재미있게 시청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후속작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기분이 정말 좋았다. 현 시대보다는 조금 더 생경한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하여, 조금 더 판타지적인 색깔을 드러낼 수 있을 터였다. 

작품을 시청하는 내내 동양과 레트로, 서양 문화가 오묘하게 섞인 구한말의 풍경과 정교한 세트는 새로운 판타지 세계에 놓인 것만 같이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내가 잘 모르는 한국 전설을 다루어 배워가는 재미 또한 있었다. 그렇게 구미호뎐은 내게 볼꺼리가 많은 작품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볼꺼리가 많다는 장점이 단점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너무 많은 것을 한꺼번에 다루려고 하다 보니, 정신이 없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독립운동부터 홍백탈, 형제간의 우정, 그 형제의 사랑 스토리와 과거의 서사까지. 갖가지의 다양한 에피소드로 구성된 작품은 무언가 하나의 큰 줄기로 정의될 수 없었다. 스토리에 조금 더 신경을 써 그 모든 이야기를 하나의 결말로 묶을 수 있으면 안되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 후속작이 나온다면 재미있게 시청할 것 같다. 아직까지는 내게 대체할 수 있을만한 시리즈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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