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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야 Sep 19. 2023

한국적이라는 클리셰

뮤지컬 스웨그 에이지 외쳐 조선 후기


오늘은 저번 달 즈음인가 관람한 뮤지컬 <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 의 후기를 기록해 보려고 한다. 사실 알게 된 지는 꽤 오래 된 작품이다. 유튜브에서 우연히 "새로운 세상" 이라는 넘버를 듣고 아! 이 작품은 언젠가 꼭 관람해야 겠다!! 하는 생각을 해 두었기 때문이었다. 혁명을 소재로 한 가사와 쭉 뻗은 멜로디가  취향이었다. 게다가 워낙 시대극을 좋아하는지라 인터파크에서 티켓팅을 시작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예매를 하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기대했던 것보다는 실망이었다.


한국적인 색을 잘 담고 있는 작품이라는 것만은 분명했다. 전통 한복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동양적인 색체가 드러나는 의상부터, 무대 위에서 배우들의 움직임은 다른 여느 극 과는 달랐다. 전체적으로 타령, 판소리를 연상시키는 선을 사용해 시원시원한 느낌을 주었던 것이다.  넘버 또한 한국인의 귀에 익숙한, 그리고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발라드, 댄스곡 등의 감성을 가지고 있었다. 더군다나, '흥', '한' 그리고 '출생의 비밀' 등을 다루는 소재로 이보다 더 한국적인 극이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것을 다른 말로 하면, 한국적이라는 틀에 갇혀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외국인의 눈에는 극이 신선해 보일지 모르겠지만, 한국에서 자라고 큰 나에게는 너무나도 예상 가능한 연출과 줄거리였다. 특히, 출생의 비밀을 다루는 부분에서는 그걸 꼭 넣어야만 했나 싶을 정도였다. 너무 많이 맛본 것이라 지루하게 느껴지는 반면, 빠져도 그 내용이 줄거리에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언론의 자유라는 심오한 소재를 겉핥기만 했다. 정부에게 선동된 동네 사람들에게 낙인이 찍혀 삶이 망가진 주인공을 소재로 하는 만큼, 그 '선동' 이라는 요소에 좀 더 깊게 들어갔으면 어떨까 싶었다. 단순히, 시조를 백성들의 어려움을 하소연하는데 그치지 않고, 정부와 같이 백성들을 선동해 원하는 것을 이뤄내는 줄거리였다면, 언론의 자유가 가진 양면성을 표현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한 소재가 현 시대를 살아가는 내게 와닿지 않는다는 사실도 문제였다. 나는 조선시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관심이 없다. 극이 전국노래자랑, 블랙핑크, 방탄소년단 등의 현대적인 요소를 코미디에 차용한 것처럼, 현실 속 언론에 관한 정치적인 논제를 언급했더라면 시사하는 바가 더 컸을 것 같다.


물론, 그게 어떤 방향이던지 정치적인 색을 띄면 논란의 여지가 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내가 학교에서 배운 연극은, 뮤지컬은 정치와 권력이 뒤바뀌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배웠다. 그렇게 해야만 공연 예술이 단순한 오락거리에 그치지 않고 사회를 움직이는 주체가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보지 못한 이라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보는 재미, 듣는 재미는 있었던 작품인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한국적인 색을 담은 다른 작품들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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