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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야 Nov 23. 2023

내가 사랑하는 것에 관한 이야기

나의 까만 단발머리를 읽고


"이 책은 춤이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것이 관한 이야기이다"


리아킴의 자전적 에세이 < 나의 까만 단발머리 >의 서문이라고도 할 수 있는 문장이다.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의 공동 창업자이자 세계적인 안무가인 '리아킴' 이자 인간 '김혜랑'의 인생 서사를 담은 책인데, 리아킴의 팬이라면, 아니 꼭 팬이 아니더라도 한 번쯤은 읽어볼 만한 책이지 않을까 싶다. 문장이 짧아 술술 읽힐 뿐더러, 묵직한 메세지까지 있어 재미있게 읽었다. 무엇보다, 다른 자서전을 읽으며 보았던 잘난척(?) 하는 조언이나 섣부른 판단 등이 느껴지지 않아서 좋았다. 


가장 크게 와닿았던 것은 '춤'을 향한 리아킴의 진심이었다. 


그녀가 '춤'이란 것을 추기 시작한 때는 인생에서 가장 어두웠던 시절이었다. 학창 시절 따돌림으로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이라는 무기력감에 잠식되어 있을 즈음, 티비에서 방영하는 마이클잭슨의 무대 영상을 보게 된 것이었다. 환한 스포트라이트와 많은 사람들의 환호의 중심에 있던 그가 부러워, 주민센터에서 열리는 춤 수업에 나가기 시작했는데, 그곳에서 가르치는 모든 동작이 쉽게 느껴졌다고 한다. 


"어쩌면 나, 춤에 재능이 있을지도..?"


난생 처음으로 받아보는 인정, 성취에 대한 감각은 무슨 수를 쓰더라도 잊을 수 없다. 내가 잘하는 그 '단 하나'를 향하여 미친듯이 집착하게 되고, 더 큰 성취를 갈망한다. 마약에 중독되는 것처럼 성취에 중독되는 것이다. 리아킴 또한 마찬가지였다. '춤'이란 것을 처음 배운 그날을 기점으로 특수 부대 수준의 '하드 트레이닝'을 이겨내고 전국은 물론 세계 대회를 휩쓸고 다니며 아주 짧은 기간에 스트릿씬의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진짜 어려움은 그때가 시작이었다. 


정점을 찍고 난 후, 더 이상 성취할 곳이 없어진 나머지 방황하기 시작한 것이다. 


"쟤, 한물갔데-"


이 말이 듣기가 싫어서, 내가 더이상 최고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춤을 추는 것을 회피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때 포기했더라면 지금의 리아킴은 없을 것이다. 자신이 가르쳤던 제자들이 심사위원으로 있던 '댄싱나인'에서 예선 탈락을 한 후, 비로소 자신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머리를 자르고, 살을 빼고, 낮밤이 바뀌어버린 생활 습관을 뜯어고치는 것은 물론, 팝핀, 락킹 등 익숙했던 장르에서 벗어나 현대무용과 코레오 등 새로운 시도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안무가로서의 전설이 시작되었다. '24시간이 모자라', '보름달', 'TT' 등의 안무가 연달아 히트하고, 유튜브 채널 또한 댄스 분야에서는 세계 1위를 하게 되었다. 


물론, 이러한 신화가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리아킴만큼, 아니 리아킴보다 더 노력하고 변화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꾼 사람도 운 또는 상황에 따라 실패하기도 한다. 그만큼 '성공'에 대한 기준은 평등하지 못하다. 하지만, 그때 리아킴이 얻은 것은 단지 그 화려한 성과들이 아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이 최고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인 그 순간, 춤이 다시금 재미있어진 것이었다. 


그래, 잘 추고 못추고가 뭐가 중요하겠어. 

재미있으면 된거지, 그리고 그게 사람들에게 전달되면 더 좋고. 


성취에 취해 '즐기고자' 했던 본질을 잊지 말자. 

글을 쓰는 내게도 꼭 필요한 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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