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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야 Mar 20. 2024

아이돌이 가진 한계

르세라핌의 smart를 듣고

https://youtu.be/KNexS61fjus?si=vdmMkFk8jzY_P2MT


요즘 하이브의 기세가 아주 미쳤다!!


BTS를 시작으로 투머로우바이투게더, 엔하이픈까지...매력적인 세계관을 가진 남자 아이돌로 팬덤을 공략함에 이어  뉴진스와 투어스는 대중들에게도 사랑받는데 성공했다. 이제는 르세라핌까지 빌보드 차트 핫 100에 입성하면서 케이팝 시장을 손 안에 쥐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적으로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가지게 되었지만, 그만큼 다문화를 향한 존중이나 인식이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 특히, 수록곡 중 하나인 < Smart >는 문화적 도용 ( cultural appropriation )의 일종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문화적 도용 ( cultural appropriation )이란 한 사회나 커뮤니티의 문화적 요소를 다른 구성원들이 '함부로' 차용해서 쓰는 것을 뜻한다. 여기서, '함부로'란 그 요소가 가진 역사적 가치나 의미등을 고려하지 않고 이득만을 취하려 할 때이다. 르세라핌의 < Smarter > 또한  '아프로' 리듬과 춤, 라틴이나 히피를 연상시키는 스타일링을 차용했기에 그 장르에 대한 연구가 충분했는가 논의가 오가는 것이다. 나의 개인적인 의견을 묻는다면, '그래도 노력은 했다' 라고 답하고 싶다.


가장 먼저, < Smart >가 이미지를 차용했을 것으로 생각되는 트와이스의 < Alcohol Free > 그리고 아이들의 < 덤디덤디 > 로 이야기를 시작해 보려 한다.


https://youtu.be/dvdD0LO0geQ?si=LtDBWxPMyc9H4smA

https://youtu.be/J7X6iK3Ox3U?si=F4ES9dm9y6t5yi8T


음악적으로는 확연히 다른 장르를 가지고 있지만, 스타일링에서 유사점이 있다고 느꼈다. 공통적으로 화려한 패턴을 가지고 있으며, '트로피칼' 또는 '여름'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 Smart >는 아래 두 곡과 묘하게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같은 소재를 기반에 두고 있으나, 다른 접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 alcohol free >와 < 덤디덤디 >는 특정 인종이나 문화와 연결짓는 대신 바다, 휴양지 등이 가지고 있는 시원함, 자유로운 분위기에 집중했다면, 르세라핌은 라틴, 아프로, 히피와 그들이 말하는 '에코페미니즘'에 관한 메세지를 담으려 했다. 나는 이것을 유사한 멜로디를 지닌 doja cat의 < Woman >과 연결지어 생각해 보려 한다.


https://youtu.be/yxW5yuzVi8w?si=U-uVD2vRzsak7qal


'I'm a smarter baby smarter' 와 'women, let me be your women.' 두 곡의 싸비 부분이 겹쳐 들린다.


가사의 주제에 있어서 또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여성'의 몸으로 주체적인 메세지를 전달한다는 것이다. < Women >의 경우 직접적으로 드러나지는 않는다. '너의 여자가 되어 줄게' 라는 선정적인 가사와 의상으로 자칫 male gaze를 공략한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번째 벌스의 가사를 살펴보면....


And you never know a god without goddness
( 여신들 없이는 신이 존재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될 거야 )
Honest as fuckin honest get
( 솔직할 수 있는데까지 솔직하고 )
And I could be on everything
( 난 모든 것 위에 있을 거야 )


도리어 조롱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남성들은 여성들에게 성관계를 요구함으로 그녀를 소유하거나 ( 너의 여자가 되어 줄게 라는 가사에서도 드러났듯이 ) 우위에 서려고 하지만, 진실은 그 반대이다. 성관계는 여성에게 또다른 남성( 아들의 형태로 )을 가질 수 있게 만든다. 따라서, < Women >에서의 화자는 남성들의 성욕을 이용해 '어머니' 라는 지위를 얻고자 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지구와 신을 인류의 '어머니'라고 접근하고, 아이를 낳고, 기르며, 사랑하는 행위를 신성한 것으로 보는 에코페미니즘과도 상통하는 메세지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에코페미니즘이 아프리카의 모계사회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 Women >은  아프로라는 장르의 역사와 특성을 효과적으로 적용한 예라고 볼 수 있다.


< Smart > 또한 마찬가지로,


하날 보면 열까지 간파해서 돌파하지
신경 안 써 쉿쉿쉿쉿쉿
내 패배 위에 필 아름다움 대신
더 강한 이름 'villian'을 택했지


노출이 많은 의상으로 male gaze를 공략한 듯 보이지만, 간파한다는 가사 한 줄로 그러한 대중들의 시선을 비꼬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에코페미니즘의 상생, 사랑과 같은 가치 보다는 '힘', '돌파' 등 가부장적인 표현을 쓴다. 곡 후반에서 볼 수 있는, '찌르는' 형태의 더블링으로 청각화하기도 했다. 공격적인 페미니즘이 일반적인 한국 사회에 대입하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곡 자체 만으로 보았을 때는 효과적으로 메세지를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 메세지를 표현하는 주체이다.


한국의 아이돌들은 많은 발언권을 가지지 못한다.  특히, 르세라핌과 같이 신인의 경우에는 더하다. 기획자나, 소위 말하는 '높은' 분들이 결정권을 갖기 마련이고, 아이돌은 그에 따른 상품일 뿐이다. 아직까지는 그 '높은' 분들의 상당수가 남성들이며 ( 방시혁을 포함해서 ), 'male gaze'를 비꼬는 메세지 또한 남성들을 통한 결과물이기에, '페미니즘' 을 이야기 하는 것 자체가 역설적이다. 한국의 아이돌들이 예술적, 사회적 역량에 있어 가지는 한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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