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픔에장사 없다.
주말 저녁, 갑자기 바닷가 앞에서 파는 새우 요리가 먹고 싶었다. 운전으로도 꽤 거리가 있는 식당이라 평소에는 잘 가지 않는데 오늘따라 남들처럼 휴가 기분도 낼 겸, 꼭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휴가기간이고 주말이라 혹시나 하여 출발 전에 전화를 걸었다. "몇 시까지 가면 식사할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더니 "7시 30분까지만 오시면 됩니다"라고 했다.
시간은 이미 6시 30분을 넘기고 있어, 남자 친구와 커피숍에서 마시고 있던 음료를 급하게 밀어 넣고 차로 이동하였다.
7시 30분이 넘으면 주문을 더 이상 안 받는다고 할까 봐, 마음이 조급하여 평소보다 운전도 조금 더 서둘러했다. 그렇게 도착한 식당 앞에 급하게 주차하고 시계를 보니, 7시 28분이었다.
들뜨고 조급한 마음으로 식당에 들어갔더니, 오늘 영업 종료되었습니다 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낯익은 목소리였다. "제가 전화로 문의드렸을 때는 7시 30분까지만 오라고 말씀하셨잖아요"라고 다소 날이선 목소리로 항의했다. "죄송합니다, 재료가 다 떨어졌어요"라고 지치고 무관심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배고픔에 장사 없다. 불평 프로젝트고 뭐고, 짜증이 확 올라왔다. 일부러 손님을 안 받는 것도 아니고, 재료가 없어서 못 판다는데 항의한다고 없는 재료가 뚝딱 생기는 것도 아니다. 실망감과 짜증이 뒤 섞인 감정으로 뒤돌아서 나왔다.
식당이 많은 곳이 아닌, 외진 곳이라 주변에 다른 식당을 찾기가 어려웠다. 일단 끼니부터 해결하기 위해 근처의 자장면집에 전화를 걸어봤다. 세 곳 모두 동일하게 오늘 장사 종료되었다고 했다.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고 해도 이미 저녁 8시가 지나 밥집은 다 문을 닫을 터이다. 수확 없이 돌아오는 길에 왜 그리 짜증이 나는지.
불평하지 않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니 불평하지 않겠다고 여러 번 반복해서 생각했다. 생각만큼 내 마음을 스스로 제어하기 어려웠다. 속으로는 "불평하지 말아야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이다"라고 스스로를 진정시켰지만, 허기와 함께 진심으로 올라오는 짜증은 도저히 억제하기 힘들었다.
차를 몰다 말고 여기까지 왔는데 어차피 식당에서의 저녁은 꽝이다 생각되어 차를 돌려 식당 근처 바닷가로 향했다. 바닷바람을 쐬다 보면 짜증 나는 마음이 그렇게 쉽게 가라앉지는 않았다. 함께 온 남자 친구에게 괜스레 짜증 섞인 목소리로 대하였다. 그깟 한 끼 하나로 나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는 내 모습이 한심하고 실망스러워 나를 더 부정적인 늪으로 빠져들게 했다.
8월의 첫째 날. 습하고 더운 바닷바람이 온몸으로 느껴졌고 등과 이마에는 땀이 쏟아졌다. 감정도 파도처럼 왔다 갔다 하나보다. 넓은 파도를 보고 있자니 짜증도 풀이 죽어갔다.
불평을 그만두기로 한 네 번째 날.
머리와 감정이 따로 노는 걸 절실히 느꼈다. 짜증 내지 않고, 불평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해서, 감정도 "Yes, sir!" 하고 고분고분 순응하지 않는다.
불평 그만두기 21일 프로젝트를 마치면 정말로 기적처럼 내 삶이 달라져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오히려 짜증이 올라왔을 때 제대로 표출하지 못해 화병이 생기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21일 뒤에 아무 소득 없이 화병만 얻게 되면, 21일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한 "나는 불평을 그만두기로 했다"의 저자에게 항의글이라도 보내볼까 생각하다 그만뒀다. 저자가 "당신 지금도 불평하는 중이네요"라고 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