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데이지 Aug 05. 2021

불평 그만두기 프로젝트 Day7

유튜브 그만두기 후유증 < 장점

유튜브를 보지 않겠다고 결심한 뒤 다른 부작용도 생겨났다. 


유튜브가 아닌, 네이버 TV를 보는 것이다. 염연히 네이버 TV는 유튜브가 아니기 때문에 결심을 어기는 것은 아니다. 다만, 주로 시간을 낭비한다는 점에서는 유튜브와 같았다. 


식사 중에 유튜브 시청을 그만둬야겠다는 결심을 한 것은 바로 반복되는 시간낭비, 그리고 지적 갈등에 도움이 되지 않는 소재들을 시청하거나, 오히려 부정적인 감정을 촉발시키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네이버 TV도 개인적인 시청 방향이 오락적인 면만 충족된다는 점에서 유튜브와 다를 것이 없었다. 따라서 네이버 TV 시청은 어쩐지 교활하게 나 자신을 속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네이버 TV도 시청 중지 결정을 했다. 


평소 책을 좋아하기에 책을 읽으면서 밥을 먹어보려 했지만, 어딘지 정말 어울리지 않았다. 일단 자세가 너무 불편했다. 한 손이 묶여있다는 부분이 불편했고, 밥을 먹으면서 김치 국물이며 음식이 책에 튈까 봐 불안했다. 

물론 전자책으로 읽는다거나, 책 받침대를 산다거나 차선책을 찾아볼 수도 있겠으나 식사 중 책 읽기는 도저히 적응이 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책 읽기는 제대로 시도조차 못하고 탈락. 


영상을 보지 않고, 식사시간을 유익하게 보낼 차선책을 찾는 것은 생각보다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 


차선책을 찾아못한 상태로 배꼽시계는 어김없이 정확히 흘러갔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가장 간단한 선택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음악소리도 없이 앉아서 밥을 먹었다. 여러 유혹거리가 가득한 핸드폰은 일단 식탁 위에 가져오지 않았고, 식사 시간 동안은 무음으로 해두었다. 


식사를 하는 동안, 불편한 연락이 오거나 일과 관련된 전화를 받아야 할 때면, 식사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입맛이 없어져 정성 들여 차린 음식이 그대로 쓰레기통으로 낭비되는 경우가 있었다. 


식사시간 동안은 그 누구의 방해도 받고 싶지 않았다. 


오로지 테이블에 차려진 음식과 나만 존재했다. 밖에서 사방으로 들려오는 매미 울음소리를 벗 삼았다. 


식사 중 유튜브 시청을 그만두기로 한 첫날엔, 밀려오는 심심함으로 식욕까지 없어졌으나, 삼일쯤 지나니 심심함도 서서히 적응이 되었다. 아,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더니 그 말이 정말 정답이다. 


식사시간에 주로 영상을 시청하느라 대충 편한 자세를 취하느라 골반, 허리, 어깨, 목 등이 바른 자세와는 완전 반대 자세로 식사를 하였는데,  밥 먹는 일 외에는 할 일이 없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세에 신경을 쓰게 되었다.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바른 자세 표지모델이라도 된 듯 앉아있자니 엄청나게 불편했다. 당장이라도 힘이 잔뜩 들어간 허리를 새우등 자세로 바꾸고 거북목 자세로 편안하게 밥을 먹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지만 참아봤다. 


좋지 않은 자세로 대충 식사를 해서 소화불량에 걸린 적도 자주 있었다. 이번 기회에 평소 고질병이었던 만성 소화불량을 청산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밥에만 집중하다 보니 내가 뭘 먹고 있는지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은 기분 좋은 발견이었다. 먹으면서 내가 현재 먹고 있는 음식이 기름이 많은 음식인지, 탄수화물 위주로 차려진 음식인지를 판단하여 다음 끼니는 야채 위주로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여유가 충분히 생겼다.  그러다 보니 다음 끼니가 왔을 때 허겁지겁 대충 준비하지 않고 그날의 내 몸을 위해 필요한 재료로 준비할 수 있었다. 


유튜브 그만두기를 통해서 현재까지는 오락적인 면은 잃은 듯 하나, 내 몸을 소중히 여기고 "건강한 식사"를 할 수 있는 보상을 선물 받은듯하다. 


불평 그만두기 프로젝트를 위해 시작한 유튜브 그만두기는 후유증보다는 장점을 더 많이 알아가는 중이다. 

작가의 이전글 불평 그만두기 프로젝트Day 6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