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절친, 다이닝 친구, 유튜브와 이별
프로젝트 속의 작은 프로젝트1
나의 절친, 다이닝 친구, 유튜브와 이별
불평을 그만두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아직까지 눈에 띄게 삶이 변화 거나 달라진 것은 없다. 다만 불평을 그만두어야겠다고 결심한 순간, 그리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글로서 기록을 남기기로 결심한 뒤로는 스스로를 감시하는 중이다.
불평을 그만두는 것은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누워서 떡먹기만큼 나큼 쉬운 일 일수도 있다.
불평이 나오려고 할 때마다 입을 다물면 된다. 머릿속에는 분노가 회오리바람처럼 일어나더라도 입 밖으로 만 내뱉지 않으면 불평을 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눈 가리고 아웅이다. 나의 내부감시자가 못마땅하다는 듯이 쯧쯧 차며 쳐다보는 것 같은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원초적으로 입 밖으로 나오는 불평의 "소리"만 조절하기보다는, 조금 더 깊게 내부적으로 변화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바로 불평이라는 주파수와 깊은 연관이 있는 "부정적인" 생각을 도려내는 일이다.
번역가인 나는 우리 집 거실이 사무실이다. 거실에서 일을 하다가 허기가 지면, 사무실에서 3초 거리밖에 안 되는 부엌으로 가 상을 차린다. 혼자서 먹는 끼니는 적막하기에 주로 유튜브가 나의 다이닝(dining) 친구가 된다. 몇 년째 나의 절친한 다이닝 절친과 이제 그만 인연을 끊어야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이 친구는 주로 나에게 "부정적인" 생각을 주입시키는데 몇 년간 가장 큰 공을 쌓고 있기 때문이다.
유튜브에 소개되는 영상들은 주로 시청자의 클릭을 유발하기 위해 가장 자극적이고 엽기적인, 그러니까 주로 극단적인 소재가 많이 사용된다. 자극적인 제목에 끌려 한번 클릭하게 되면 유튜브의 똑똑한 알고리즘이 비슷한 소재, 더 자극적인 콘텐츠만 쏙쏙 골라서 추천 영상으로 소개해주기에 한 끼 식사를 마칠 때쯤이면 생각 없이 두, 세 시간이 그냥 흘러간 적도 많다.
이 알고리즘은 나의 취향을 완벽하게 분석해내어 한 번씩 구글 개발자들의 재능에 감탄이 나올 정도이다. 주로 유튜브에서 현실세계로 그만 나와야겠다고 생각이 들 때쯤이면 이미 눈으로 너무 많은 불필요한 소재거리를 흡입한 상태였다. 영혼의 안식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지적 갈망도 해소해 주지 않는 그저 말 그대로 가십거리밖에 안 되는 콘텐츠로 이러다 어느 순간 제대로 체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자극적이고, 부정적인 콘텐츠를 밥보다 더 많이 먹은 날이면 어쩐지 하루 종일 기분이 다운되어있기도 하고, 기분이 묘하게 지저분하거나 구정물이라도 뒤집어쓴 듯 부정적인 감정에 휩쓸려 보내는 날들이 자주 있었다. 그런 날에는 작은 일에도 훨씬 더 예민하게 반응하여, 불평하지 않아도 될 일에 과장하여 불평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는 걸 알면서도 여러모로 유용한 유튜브의 세계는, 그리고 나의 충실한 다이닝 친구만큼은 포기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프로젝트 오일째 되는 날, 남은 프로젝트 기간만큼은 나의 다이닝 절친인 유튜브를 끊기로 결심하였다. 어제까지만 해도 지긋지긋한 광고 때문에 유튜브 프리미엄을 결제할까 말까 고민했던 터라 불평을 그만두는 것보다 훨씬 더 결단력이 필요한 일이다.
지금 이 순간부터 몇 년을 동고동락했던 나의 다이닝 절친, 유튜브에게 작별인사를 고한다. 다이닝 친구야, 그동안 식사시간을 함께 보내줘서 고마워. (아, 벌써부터 외로움이 몰려온다)
오늘의 숙제 - 새로운 다이닝 친구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