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그만두기후유증
불평 그만두기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오일째 되는 날, 불평과 나란히 하는 부정적인 생각을 차단하기 위해 유튜브 시청을 그만두기로 결심했다.
결심한 다음날 아침,
식사를 먹는 동안 심심했다. 손이 저절로 식탁 위에 세팅돼있는 아이패드에 향했으나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여러 가지 일상의 편리함을 줄 거라고 생각했던 고가의 아이패드는 단순 유튜브 시청용으로 전략한 지 오래되었다. 이번 기회에 패드도 식탁 위에서 치워버렸다.
밥을 먹는 동안 심심함을 처음 느꼈다. 혼자서 밖에서 식사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가급적이면 무언가를 시청할 수 있는 상황을 선택 해왔었다. 차 안에서 먹거나, 테이크아웃을 해서 집에 가져오거나.
밥을 먹다 말고 너무 심심해서 이유 없이 거실 한 바퀴를 뺑 돌았다. 그래도 심심함이 없어지질 않았다. 적막한 공간에서 혼자서 밥을 먹고 있는 현실이 엄청 크게 다가왔다. 이전에는 유튜브에서 보는 영상들이 그 적막함을 대신해 줬는데, 오로지 혼자서 밥을 먹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온몸으로 느꼈다.
먹다 보니 평소 소화불량이 잦아 음식을 꼭꼭 씹어먹어야 한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심심하니 이거라도 하자 싶어 먹을 때마다 처음 저작운동을 배우는 아이처럼 속으로 하나, 둘, 셋, 넷, 다섯... 을 열심히 샜다.
아침을 남겼다. 한 숟가락 정도의 밥이지만 더 먹고 싶지 않았다. 평소와 다르게 꼭꼭 씹어먹느라 지친 건지, 심심함으로 식욕을 잃은 건지는 알 수 없으나 크게 맛있게 먹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유튜브를 보지 않고 식사를 해서 가장 좋은 점은, 식사 시간이 빨리 끝이 났다는 점이다.
식사를 마치는 시간이 오히려 기뻤다. 이전에는 식사는 끝났는데 유튜브 영상은 끝나지 않아 시청시간에 맞춰, 밥을 더 퍼서 먹은 적도 많고 빈 밥그릇이 말라가는데도 영상 보기에 정신이 팔린 적도 많았다.
하루에 두 번, 많으면 세 번, 혼자서 식사를 하는데 앞으로 남은 프로젝트 기간 동안 유튜브 그만두기를 잘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불평 그만두기보다 유튜브 그만두기가 더 힘들다는 사실을 프로젝트 육일째 되는 날 피부로 느끼는 중이다.
불평 그만두기가 내게 유튜브를 대신할 수 있는 빈자리를 매우는 숙제를 던져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