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 대니얼스 길버트는 인간은 왜 지금의 자신에 만족하지 못하고 늘 굶주린 영혼을 지닐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 촌철살인의 말을 남긴 바 있다.
"인간은 미래를 생각하는 유일한 동물이다. 음식을 먹을 때 뚱뚱해질 것을 걱정하는 두더지는 없으며, 눈가의 주름을 걱정하는 코끼리나 내년 식량을 걱정하는 판다도 없다."
- 정희재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 중에서
주말 호수를 산책하면 든 생각이다.
'새들은 절대로 배가 부를 때까지 먹이를 먹지 않을 거야. 뚱뚱해지면 날기 힘들어서? 아니다. 새들은 둥지에 먹이를 미리 잡아서 쌓아 놓지도 않을 거야. 신선한 먹이를 먹기 위해서? 아니다. 결론은 의외로 쉽게 난다. 그럴 필요가 없어서.'
원하면 지천으로 널린 게 먹이다. 그러다가 이상 기후현상이라도 닥쳐 먹이를 구할 수 없다는 거 생각해봤니? 이 대책없이 사는 새야. 쓸데없이 미리 걱정하는 건 너희 인간들이나 하는 짓이지. 우린 지금 이 순간 배가 고프기 때문에 부지런히 자맥질해서 물고기를 잡아 먹을 뿐이고, 배가 적당히 차면 사냥을 멈추고 양지 바른 곳에서 낮잠을 자지.
혼자 상상하며 웃는데, 눈앞에 뚱뚱한 비둘기가 뒤뚱뒤뚱 걸으며 나타난다. 내가 가까이 가도 피하지 않는다. 뚱뚱해서 마냥 귀찮은가? 인간 손에 있는 먹이를 받아 먹어서 인간이 더 이상 무섭지 않은가? 배가 불러도 음식을 꾸역꾸역 먹는 능력이 생겼다는 건 혹시 없던 미각이 발달했나?
인간이 음식을 꾸역꾸역 먹을 수 있는 건 순전히 맛의 쾌감을 알기 때문이지. 비둘기도 한때는 날렵한 몸매로 하늘을 날며 필요한 만큼만 사냥하던 시절이 있었겠지. 오직 지구에서 사는 생명체 중 인간의 생각과 손만이 지옥이다.
걱정과 불안은 미래에 대한 부정적으로 과대망상 때문에 생긴다. 인간이 다른 동물보다 기억력이 뛰어나다. 기억은 미래에 닥쳐올 사건을 예측할 근거가 된다. 인간은 엉터리 근거를 바탕으로 계획을 세우고 미래를 대비한다. 예측과 계획은 대부분 빗나간다. 인간은 시간(과거와 미래)을 인식하면서 불행을 발명했다.
그렇다면 현재만 사는 동물들은 어떤 상태일까? 행불행은 인간의 관념이라면, 동물은 쾌불쾌의 본능밖에 없을까? 혹자는 이렇게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과거와 미래라는 시간을 인식하면서 비로소 인간은 동물과 다른 길을 가게 되었다고. 그래도 걱정과 불안에 지쳤을 때, 본능만 가진 짐승이 되고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