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이 Jun 29. 2022

안녕, 나의 사랑하는 고양이 4

4. 비눗방울 속의 기억


하늘 높은 곳으로 날아오르던 무지개다리는 어느 순간 텅 하는 소리와 함께 멈췄다. 

나비는 무지개다리 저편을 바라보았다. 보라색 꽃이 가득 핀 꽃밭에 무지개의 끝이 내려앉아 있었다.


-나는 몰라! 나는 몰라! 나비! 너 도대체 어떻게 하려고 그러니? 이걸 어쩌면 좋냔 말이야!


짧은 꼬리는 비명을 지르며 무지개다리의 끝으로 달려갔다. 

그러더니 꽃밭을 가로질러 어디론가 달려가 버렸다. 

짧은 꼬리가 보이지 않게 되자, 무지개다리 위에는 나비와 희나만이 남았다. 

나비는 무지개다리 위에서 잠깐 가만히 서 있었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바람결엔 이슬 맺힌 풀잎의 상쾌한 향기가 실려 오고 있었고, 하늘엔 금빛 꽃가루가 날리고 있었다. 

무지개다리 너머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나비는 살면서 이렇게 멋진 곳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아마도 이곳이 짧은 꼬리가 말했던 고양이 나라 같았다.


그렇게 나비가 풍경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등 뒤에서 뒤척이는 소리가 났다. 희나가 일어나고 있었다.


-희나야.


“으으……. 나비?” 


무심코 대답하다가, 희나는 깜짝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나비? 너 어떻게……. 방금 말한 거 너야?”


희나의 말에 나비도 깜짝 놀랐다. 나비는 너무 기뻐서 가르릉 소리를 내며 희나의 품속으로 뛰어들었다. 


-희나야. 우리 말이 통하네! 정말 신기하다!


“그러게. 말이 통하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희나는 어리둥절하면서도 일단 나비를 꼭 껴안아주었다. 희나는 두 눈을 깜빡였다. 

희나는 지금 무지개다리 위에 있었고, 무지개다리 끝에는 보라색 꽃이 가득한 꽃밭이 펼쳐져 있었다. 

그제야 희나는 이 상황을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아. 아무래도 지금 꿈을 꾸고 있나봐. 

그러니까 갑자기 꽃밭에 보이고, 무지개 다리 위에 앉아 있고, 나비도 말을 하는 거 아니겠어? 


희나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앉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나저나 여기가 어딜까?”


-여기는 고양이 나라야.


희나의 질문에 나비가 바로 대답했다. 평소처럼 야옹이라는 대답이 아니었다. 

희나는 그게 기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해서 조그맣게 웃었다.


“그래. 고양이 나라구나.”


희나는 아주 태연하게 대답했다. 나비는 그 모습에 놀랐다. 


-놀라지 않는 거야?


“별로 놀랍진 않은데. 여기가 고양이 나라라서 너도 말을 할 수 있나봐. 정말 신기하다.”   


-미안해. 내가 너를 여기로 데려오고 말았어. 그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나비가 고개를 푹 숙이고 사과했다. 희나는 나비의 사과에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여기에 데려와줘서 기뻐.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는 곳인 걸.”


-하지만 돌아갈 방법을 모르는 걸.


“괜찮아. 마음만 같아선 계속 여기에 있고 싶거든.”


나비는 희나가 지금 꿈을 꾼다고 생각하는 걸 몰랐다. 그저 희나가 기쁘단 말에 안심했다. 

나비는 그제야 무지개다리를 쪼르르 건너갔다. 


-괜찮다니 다행이다. 그럼 일단 이 무지개다리에서 내려가자. 누가 우리를 도와줄 수 있나 찾아보자.


서둘러 달려가는 나비를 보며 희나가 가볍게 웃었다.


“서두르지 마. 천천히 구경하면서 가자.”


-희나도 참. 느긋하기는.


나비는 투덜거렸지만, 희나는 정말 느긋하게 고양이 나라를 구경하고 싶었다. 

부모님의 지시 없이 이렇게 자유롭게 시간을 즐기는 게 얼마만인지 몰랐다. 

게다가 지금 희나는 나비와 이야기도 나누고 있었다. 

같이 야옹거리는 것도 즐거웠지만, 진짜 얘기를 나누니 이전보다도 훨씬 더 즐겁고 재미있었다. 

희나는 저 멀리 먼저 뛰어가 버린 나비의 뒤를 천천히 쫓아갔다. 

무지개다리를 내려가니 상쾌한 풀잎 향기가 물씬 풍겨왔다. 

앙증맞은 보라색 꽃잎은 또 어찌나 예쁜지. 아. 어쩌면 이렇게 멋있는 꿈일까. 

희나는 할 수 있다면 영원히 이 꿈 속에 머무르고 싶었다.     


나비와 희나는 낮은 담장으로 둘러싸인 마을에 도착했다. 예쁜 황금색 돌로 담장을 쌓은 마을이었다. 

마을 안에선 음악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무슨 재미있는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나비와 희나는 서둘러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작은 광장 안에서 축제가 벌어지고 있었다.

 색색의 깃발을 단 끈을 가로등 사이에 걸어두고, 맛있는 음식을 커다란 식탁 위에 한가득 차려놓았다. 

또 광장의 분수 앞에는 드럼과 키보드, 기타와 베이스를 치고 있는 고양이들이 있었다.

 많은 고양이들이 광장에 모여 고양이 밴드의 연주를 지켜보고 있었다. 마침 연주는 막바지에 다다라 있었다.


징지지지징 징징 징징!


화려한 기타 솔로와 함께 연주가 끝났다. 관객들의 박수소리가 울려 퍼지고, 사회자는 퇴장하는 밴드 멤버들 사이를 헤치고 나왔다. 

사회자는 조금 나이 들었지만, 정정하고 목소리도 우렁찬 고양이었다.


-정말 대단한 연주였습니다! 냥냥 밴드를 향한 함성소리가 대단한데요. 이 열기를 이어 이제 대회 1부 마지막 참가자를 맞이하겠습니다. 참가자들이 행복한 기억을 자랑하는, 전국 행복 자랑! 참가번호 7번 샴 엄마, 나와 주십시오!


사회자가 소개하자, 광장의 사람들 사이에서 날씬하고 예쁜 고양이 한 마리가 튀어나왔다. 

그 고양이는 얼굴 가운데, 귀 끝, 발 끝, 꼬리 같은 곳이 다른 부분보다 짙은 색의 샴 고양이었다. 

샴 고양이는 사회자로부터 마이크를 받아 호호 웃으며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기호 7번 샴 엄마입니다.


샴 엄마의 자기소개에 관객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를 쳤다. 

나비와 희나도 계속 박수를 치고 있었다. 잘 모르는 대회였지만, 아까 전 멋진 연주를 본 다음이라 앞으로 있을 행사가 몹시 기대되었다. 

박수가 끝나자, 샴 엄마가 자기 얘기를 시작했다.


-오늘 여러분과 제 소중한 기억을 나누고 싶어서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제 아기 이야기랍니다.


샴 엄마의 목소리는 긴장으로 조금 떨리고 있었다. 


-저는 지금까지 많은 아기들을 낳았답니다. 제 아기들은 하나같이 예뻤죠. 따뜻하고, 젖 냄새가 나는 내 아기들. 누워있으면 내 쪽으로 꼬물꼬물 기어와 젖을 먹곤 했죠. 아직 색깔도 제대로 나오지 않은 짙은 파란색의 눈동자를 동그랗게 뜨고 나를 빤히 바라보곤 했었죠. 따끈따끈한 등을 내게 기대고 낮잠을 자곤 했었죠. 그렇게 사랑스러운 아이들이었어요. 


희나는 샴 엄마의 아기들을 상상했다. 분명 엄마를 닮아 예쁜 아이들일 터였다. 

샴 엄마는 자신이 아기를 기를 때의 행복한 이야기를 하려는 걸까? 하지만 곧 희나의 예상과 다른 이야기가 이어졌다. 


-그런데 저는 그 아기들은 한 번도 제대로 길러본 적이 없었어요. 아기가 조금만 크면, 집주인 부부가 제게서 아이들을 빼앗아 갔거든요. 집주인 부부는 사람들을 데려와 내 아기들을 데려가게 했어요. 아직 발톱도 넣지 못하는 아기들, 젖도 제대로 떼지 못한 그 불쌍한 아기들을 말이에요. 너무 크면 데려갈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자립하기엔 너무 어린 그 아기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너무 일찍 보내버렸답니다.


샴 엄마의 이야기에 관중들이 놀라서 숨을 들이켰다. 어린 아기를 엄마에게서 떼어내다니. 

얼마나 슬프고 괴로웠을까.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아기를 가질 때마다, 이번만은 주인집 부부가 아이를 빼앗아가지 않기를 기도했어요. 하지만 그 소원이 이루어진 적은 없었지요. 주인집 부부는 늘 네모반듯한 종이뭉치와 내 아기들을 바꿔버렸답니다. 저는 너무 슬펐어요. 제 소원은 단 하나뿐이었거든요. 사랑하는 내 아기를 내 손으로 직접 예쁘게 길러보는 것, 그것 하나뿐이었어요. 


관객들 몇 명이 훌쩍이기 시작했다. 나비와 희나도 저도 모르게 콧물을 훌쩍이고 있었다. 

지금은 전국 행복 자랑 아니었나? 샴 엄마의 말은 전혀 행복하게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샴 엄마는 담담하게 이야기를 계속해 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제 아기 고양이 한 마리가 여느 때처럼 입양을 가던 날이었죠. 그날 어떤 엄마와 학생이 왔었어요. 그 사람들은 제 아기 하나를 이동장에 넣어 데려갔죠. 그리고 주인집 부부는 그 사람들을 마중하러 나갔고요. 집에는 남은 한 마리 아기 고양이와 남편 고양이와 나밖에 없었죠. 그런데 뭔가 이상하단 느낌이 들었어요. 창문이 아닌 쪽에서 바람이 불어오지 않겠어요? 바람이 불어오는 쪽을 보니, 이게 무슨 일이람? 늘 굳게 닫혀있던 대문이 살짝 열려있지 뭐에요? 그걸 보자 제 가슴은 쿵쿵쿵 뛰기 시작했답니다.


희나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꼭 눈앞에 샴 엄마가 본 열린 문이 보이는 것 같았다. 


-저는 남편 고양이에게 아기를 데리고 문 밖으로 나가자고 했어요. 하지만 남편고양이는 그러고 싶지 않다고 했죠. 바깥세상이 무섭다면서요. 하지만 저는 바깥세상이 무섭지 않았어요. 제가 정말 무서운 건, 제 마지막 남은 아기 고양이까지 누군가가 데려가 버리는 것이었어요. 저는 주인집 부부가 돌아오기 전에, 제 아기의 목덜미를 물고 집밖으로 도망 나와 버렸답니다. 


담담하게 말하던 샴 엄마의 목소리가 점점 빨라지기 시작했다. 

관중들도 이야기를 들으며 긴장감에 두 주먹을 꼭 쥐었다.


-저는 허겁지겁 뛰었어요. 주인집 부부가 쫓아와서 저희를 다시 집으로 데려갈까 봐 무서웠거든요.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요. 그렇게 아기 고양이와 나는 집을 나와 뒷산에 자리를 잡았어요. 


그렇게 산으로 간 샴 엄마와 아기는 어떻게 지냈을까?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새로운 궁금증이 솟아났다.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어요. 힘들고 가난한 날들이었죠. 사람들 집에 있었을 때와 달리 따뜻한 온돌바닥도 신선한 물도, 그릇 가득한 밥도 없었답니다. 그런데도 행복했어요. 사람들의 집에선 결코 얻지 못했던 행복이 그 힘들었던 날들에 있었죠. 제 아기는 정말 영리하고 예뻤어요. 마음씨도 곱고 활기차서, 늘 저를 웃게 만들었죠. 아기를 기르는 게 너무 행복해서, 전 당시에 힘들었던 것도 전혀 모르고 살았었어요. 


샴 엄마는 활짝 웃었다. 그 표정에서 샴 엄마가 그때 얼마나 행복했는지 상상해볼 수 있었다.


-저는 제 아기에게 모든 걸 가르쳤죠. 사실 저도 집고양이로만 살아왔기에 잘 못하는 게 많았지만, 아이에게 가르쳐주며 함께 배웠죠. 저는 아이에게 사냥도 가르치고, 털 단장도 가르치고, 화장실 예절도 잘 가르쳤어요. 그래요. 응아를 잘 덮는 기술 말이에요! 힘든 날도 둘이서 함께라면 어려울 게 없었어요. 추운 날엔 썩어가는 나뭇잎 위에서 아기와 꼭 붙어서 잤죠. 썩는 나뭇잎에선 냄새랑 같이 열기 같은 게 올라왔거든요. 냄새는 응아보다도 더 지독했지만요. 아니, 우리 응아 냄새가 더 지독했던가? 아무튼 막상막하였어요.


하하하. 계속 나오는 응아 얘기에 관중들이 다 함께 웃었다. 

나비와 희나도 웃었다. 행복한 이야기에 모두 즐거운 기분이 되었다.


-하하하. 응아래. 응아.


-당연히 고양이 응아 냄새가 제일 심하지! 샴 엄마. 헷갈렸구먼!


-호호호. 재미있다!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계속 아기 고양이랑 산에서 재미있게 살았나요?


관중들의 질문에 샴 엄마는 조용히 웃었다. 그래서 고양이들은 행복한 날들이 계속 이어졌나보다 했다. 

하지만 뒤이은 샴 엄마의 말은 그런 관중들의 생각과는 많이 달랐다. 


-그래요. 재미있고 행복한 날들이었지만, 그게 계속 되진 않았답니다.


행복한 날이 계속 되지 않았다니? 샴 엄마의 말에 관객들이 깜짝 놀라 숨을 죽였다. 

샴 엄마는 조용한 관중들을 둘러보며, 담담하게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아기가 어느 정도 컸을 때였어요. 이제 슬슬 자립시킬까 했었을 즈음이었죠. 그 때 그 일이 일어났답니다. 어떤 인간 아주머니가 제 아기를 데려간 거예요. 


그 순간, 모두가 놀라서 숨을 헉 들이켰다. 이윽고 여기저기서 안타까운 한숨소리가 터져 나왔다.

 힘들게 도망쳐서 겨우 아기와 함께 살 수 있게 되었는데, 결국은 헤어지게 되다니. 

모두들 샴 엄마를 동정했다. 하지만 샴 엄마는 모두를 보며 살며시 미소 지었다. 편안한 미소였다. 


-그래도 아이를 데려간 아주머니는 제가 아는 아주머니였어요. 산에 가끔 올라와 산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곤 하던 아주머니였죠. 물론 그렇다고 슬프지 않은 건 아니었지요. 저는 슬펐어요. 아주 많이요. 하지만 슬프기만 한 건 아니었답니다. 그 아주머니는 분명 좋은 사람이었어요. 제 전 주인과는 달랐어요. 아기는 아마도 그 아주머니의 집에서 행복하게 살았을 거예요. 춥지도, 배고프지도 않고,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말이에요. 그 생각을 하면, 걱정이 되다가도 마음이 놓였죠.


나비와 희나는 두 눈을 감은 채 샴 엄마의 이야기를 들었다. 샴 엄마의 말이 이해가 갈 듯 말 듯 했다.


-그 뒤로 저는 두 번 다시 제 아기를 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행복했답니다. 내 아기를 충분히 기를 수 있어서 정말 기뻤어요. 내 아기와 행복했던 기억들을 만들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 아직도 눈을 감으면, 제 아기가 저를 보며 달려오는 모습이 보여요. 그래요. 이게 제 행복한 이야기랍니다. 아직도 그때와 똑같이 행복해서 가슴이 떨리는 이야기에요.


희나는 샴 엄마의 이야기를 들으며 가만히 생각했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샴 엄마의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지나가 버렸다.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도 없이 어느 날 갑자기 끝나 버렸다. 

하지만 샴 엄마는 여전히 행복하다고 했다. 

어쩌면 행복한 기억이란, 시간과는 상관없이 영원히 그 주인과 함께하는 것일지도 몰랐다.


샴 엄마의 이야기가 끝났다. 사회자 고양이가 다시 무대 앞으로 나오더니, 샴 엄마에게 작은 비눗방울 통을 하나 건넸다. 투명한 분홍색의 아주 예쁜 비눗방울 통이었다. 


-잘 들었습니다. 샴 엄마님. 자. 그럼 여기 행복 방울입니다. 관중들을 향해서 행복 방울을 힘껏 불어보실 차례입니다.


샴 엄마는 사회자에게서 비눗방울 통을 받았다. 그러자 관중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무대 쪽을 향해 몰려갔다.

 나비와 희나도 뭐가 뭔지 몰랐지만, 일단 고양이들을 따라 앞으로 나갔다. 


샴 엄마는 비눗방울 막대를 집어 들었다. 마침 바람이 불었다.

 샴 엄마는 바람 방향을 잘 맞춰서 비눗방울을 불 준비를 했다. 그리고 마침내, 후!


샴 엄마가 작은 비눗방울 막대를 힘껏 불었다. 

비눗방울 막대에서 동글동글한 비눗방울이 수십 개나 만들어졌다. 

동그란 비눗방울은 바람을 타고 관중들을 향해 날아갔다.

 비눗방울들이 고양이의 머리나 귀에 맞아서 통통 터지기 시작했다. 

나비와 희나의 머리에도 비눗방울이 닿았다.


톡! 톡!


그 순간이었다. 나비와 희나의 머릿속에 어떤 장면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작은 아기 고양이 한 마리가 뛰어다니고 있는 장면이었다. 

나뭇잎이 가득한 산 속에서, 아기 고양이가 떨어지는 나뭇잎을 잡으려고 통통 뛰어다니고 있는 장면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기 고양이가 나뭇잎 하나를 멋지게 낚아챘다. 

그리고……. 그 고양이는 나비와 희나 쪽으로 폴짝 폴짝 뛰어왔다.

 물론 진짜 나비와 희나 쪽은 아니었다. 그 기억의 원래 주인, 샴 엄마 쪽으로 뛰어온 거였다.


-엄마! 이것 좀 보세요. 제가 잡았어요! 제가 잡은 거예요!


아기 고양이가 샴 엄마를 향해 웃으며 말했다. 그 모습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었다. 

나비와 희나는 저도 모르게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샴 엄마의 행복한 기억은 비록 과거의 기억이었지만, 그래도 변함없이 예쁘게 반짝거리고 있었다. 


모두가 웃었다.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아기 고양이의 웃음에 행복해졌다. 

나비와 희나는 하늘을 향해 손을 뻗었다. 샴 엄마가 다시 비눗방울을 불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톡! 톡!


나비와 희나의 손끝에 다시 비눗방울이 닿았다. 

그렇게 샴 엄마의 또 다른 행복한 기억이 모두의 눈앞에 펼쳐지기 시작했다. 

작가의 이전글 안녕, 나의 사랑하는 고양이 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