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시서점 Jul 30. 2024

발행인은 아리송해

과잉관광 현상(오버투어리즘) 그리고

발행인은 아리송해 - 과잉관광 현상(오버투어리즘) 그리고



이탈리아 북부 수상도시 베네치아는 과잉 관광으로 생기는 현상(오버투어리즘)을 해결하고자 올해 세계 최초로 도시 입장료를 도입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크루즈 운항 횟수를 대폭 축소할 예정이라고 밝혔고, 매년 단계적으로 과잉 관광 문제를 해결해 2035년에는 에이(Ij)강에 있는 항구를 영구적으로 폐쇄할 예정이다. 예상되는 경제적 손실에도 불구하고 많은 나라와 도시가 계속 이어진 과잉 관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안을 내놓고 있다. 단기 임대 숙소 허가 폐지, 호텔 신축 금지,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광고 캠페인, 관광세 등 적용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을 적용하지만, 도리어 관광객이 늘어나기도 한다.



매년 2,300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바르셀로나는 관광객들로 인한 소음, 쓰레기, 교통체증 등으로 인해 관광객에게 물을 뿌리거나 관광버스 타이어에 구멍을 내는 등 극단적 행동을 하는 주민들도 생겨났다. 약국, 병원, 미용실, 세탁소와 같이 생활에 밀접한 공간이 외곽으로 밀려나 주민들의 고통은 배가 된다. 그 자리에는 관광객의 쇼핑을 위한 공간이 들어섰다. 관광지를 훼손하는 무례한 관광객은 점점 늘어나고 주민의 삶은 사라졌다. 타인의 삶을 관람하는 사람과 관망하는 행정가, 정치가 사이에서 주민의 삶은 찾아볼 수 없다. 우리도 관광지가 되어버린 많은 거주지에서 밀려나고, 사라지는 사람들을 보아왔다.



비단 관광지만의 문제일까. 신도심이 생긴 이후로 은행과 학교가 이전하고, 노인들은 은행을 가려 버스를 탄다. 재개발이 예정된 지역은 불편함을 당연하게 여기고 산다. 건물은 낡고, 북적이던 거리에는 사람이 없다. 비교적 월세가 저렴한 곳으로 사람들이 모이고, 잠시 북적이면 어느새 돈 냄새를 맡은 사람들이 관망하고 방관해도 괜찮은 소규모 관광지를 만든다. 요즘은 전국 방방곡곡 돈 냄새 나는 관광지를 만드는 일이 유행처럼 번진다. 주민의 삶은 카메라에 담기는 일로 치환된다. 당연히 앵글에 담겨야 하는 존재가 되는 일을 거부해도 소용없다. 빨리 떠나는 것만이 가장 충돌 없는 해결책이다. 슬픈가, 아닌가.



지역이나 사람을 단정하고 명명하는 일은 사실 꺼림칙한 일이다. 새로 만든 이름 뒤에 숨어버리는 모습이 있다. 케이팝, 케이컬처처럼 하나로 정의되기 어려운 말들이 무분별하게 쓰이는 와중에 지금의 케이팝과 케이컬처를 만들어 온 다양한 문화는 가려진다. 신촌과 이대로, 홍대로 모이던 사람들과 공간을 대신해 옷 가게와 화장품 가게가 즐비한 그 거리의 또 다른 버전을 지역과 마을에서도 마주한다. 사람을 가리는 수많은 일을 마주한다. 다시 묻는다. 비단 관광지만의 문제인가. 지원이나 혜택을 누리는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최소한 누릴 수 있는 행복을 이야기하는 것이 잘못인가. 잘못이라고 말하면 기분이 좋은가.



이런 이야기가 멀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지금도 주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사람이 몰려 주민이 삶이 밀려나고, 인프라가 줄어들어 주민의 삶이 힘들어지는, 이상한 단어 조합으로 사람 대신 번지르르한 말장난이 난무하는 이야기. 계속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는 일들이 쌓인다. ‘천 길 높이의 큰 둑도 사소한 개미구멍이 커져서 무너지는 것’이라는데 모른 척 넘겨왔던 일들, 나와 상관없다던 일을 떠올려보자. ‘나만 아니면 된다’라는 ‘1박 2일’ 식의 생각이 아닌,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의 모든 면을 고민하자. 사라지거나 떠나기 전에 좋은 기억을 남기는 것조차 욕심이라면 지금이 그토록 힘겹게 지나온 시대와 무엇이 다른가.



어차피 사라져버릴 ‘것’이기에 괜찮은가.



* 강서 소식지 <방방> 8월호 



다시서점 스테디오


https://link.steadio.co/PP2CsDriELb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