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산역 일대_항공촬영(2020.6월)
사진 출처
5호선 발산역이 위치한 발산역사거리는 원당사거리라고 불렸습니다. 원당사거리의 '원당'을 알려면 인근 우장산부터 살펴보아야 합니다. 우장산은 북쪽 봉우리 검두산(검두산(鈐頭山)·검덕산(鈐德山)·검지산(劍支山)·검둥뫼라고도 불림.)과 남쪽 봉우리 원당산(원당산(元堂山)·남산이라고도 불림), 두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검두산과 원당산에서 기우제를 지내면서 두 봉우리를 합쳐 우장산이라고 부르는데, 검두산과 원당산 두 곳에 기우제단을 차려놓고 천신께 기우제을 지낼 때 제주(祭主)가 세번째 기우제를 지내는 날에는 언제나 소나기가 쏟아져 내리므로 이 날 참가자 모두가 우장(雨裝)을 쓰고 산을 올라갔다는 전설에서 유래된 이름입니다.
우장초등학교뒤 약수터(서울특별시 강서구 화곡동 984-12)는 '도당재샘물'이라 불렸습니다. 우장산에서 기우제를 지낼 때 이곳 샘물을 떠서 올릴 정도로 깨끗하고 정갈한 물맛을 자랑했다고 합니다.
마을 사람들이 모여 마을의 수호신에게 복을 비는 굿인 도당제(都堂祭)를 지내던 도당(都堂)이 있는 고개를 도당재라고 하고, 언덕이나 산, 둑, 성을 도당(陶唐)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중부지방에서 행하여지는 마을굿을 도당굿(都堂굿), 도당제(都堂祭)라고 표기하기도 하기에 원당산의 당(堂)은 이런 의미에서 연유한 것으로 보입니다.
도당굿은 일종의 지역신인 도당(都堂)을 모시고 행하는 중부 지역의 마을 굿입니다. 서울은 부군당굿이 진행되지만, 경기도 지역은 도당제, 도당굿이 진행되는데 도당은 산신이거나 산신계열인 반면 서울에서 모시는 마을신인 부군은 인물신으로 차이가 있습니다.
경기도 도당굿
https://www.nfm.go.kr/_Upload/BALGANBOOK/359/04.pdf
강서구는 1963년 김포군에서 서울 영등포구로 편입된 곳입니다. 강서구의 역사와 유래를 더듬을 때 주의해야할 점은 현재 쓰이는 이름과 의미가 아니라, 경기지역 문화를 교차비교하며 단어의 원류와 내포된 의미를 찾아야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강서구는 1993년 10월 발간된 『강서구지(江西區誌)』 이후로 발간된 향토자료가 없고, 1963년 김포군에서 서울 영등포구로 편입 이후, 1977년 영등포구에서 분리되어 1988년 신월동, 신정동, 목동을 양천구로 분리시켜 보낸 뒤 오늘에 이르기 때문에 부평, 김포, 영등포, 양천의 사례를 훑어 보아야 합니다.
전국적으로 '원당'이라는 지명을 지닌 곳은 많습니다. 고려 공양왕릉과 서삼릉 등 왕릉의 재실이 있어 '으뜸 원(元)', '집 당(堂)'자를 쓴 고양시 덕양구의 원당을 비롯해, 신라 경순왕 묘소가 들어서면서 이름이 붙은 경기도 연천군 장남면의 원당 등이 있습니다.
위키백과에서는 원당(元堂)은 한국의 신라, 고려, 조선 시대에 임금과 왕비의 묘소와 주변에 설치되어 이들의 명복을 비는 시설로 주로 불교 사찰 혹은 사찰의 일부였으며 또한 이런 사찰에 부속된 토지에 자리잡은 민가 및 상가가 있던 지역을 말하는 지명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발산역 근처 원당은 당(堂)집이 있었다고 원당이라 불렸다고 하지만 적확한 유래를 찾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강서구에 공장이 있었던 '미원+제일제당'을 합쳐 원당이라고 부른다는 말은 나중에 누군가 갖다 붙인 의미일 뿐입니다. 원당(元堂)이라는 이름도 어쩌면 1914년 일제가 행정구역을 개편하면서 붙인 이름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발산역 인근의 원당곱창, 원당근린공원, 원당아파트, 원당부동산, 원당어린이공원, 원당 경로당 등 '원당'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곳을 볼 때 "도대체 원당이 무슨 말이야?"라고 묻는 사람들에게 위와 같은 이야기를 전해줘야하지 않을까요.
민들레(13호) 음식天國 노회찬 <10> 강서구 원당곱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