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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스트라다 LaStrada Nov 12. 2021

반가사유상




국보 78호, 83호인 반가사유상 두 점을 용산 국립 중앙박물관에서 동시에 전시한다. 한 점이 국내에 전시되어 있으면 다른 한 점은 늘 해외 순회 전시를 했기에, 용산 국박의 3층 불교조각실에는 늘 한 점의 반가사유상만 전시되어 있었다.


두 점을 동시 전시하는 게 최초라고 하는 관련 보도기사가 있지만 아니다. 1986, 2004년, 2015년, 그리고 2021년. 두 점 동시 공개는 6년 만이고 이 번이 세 번째이다. 


2015년 가을 전시에서 두 점의 반가사유상을 동시에 보니, 마치 78호는 경주 불국사의 다보탑 같았고 83호는 석가탑 같은 느낌이었다. 78호는 화려했고 83호는 수수했다. 크기는 78호가 좀 더 작았다.


 "세상에서 가장 깨끗하고 가장 철학적인 예술품."


두 반가사유상을 보고 나면 독일 철학자 야스퍼스가 일본 고류지 広隆寺 반가사유상을 보고 했다는 극찬이 떠오른다. 삶의 희로애락으로 찌들었던 영혼이 우아한 정신의 고양감으로 정화되는 황홀함을 느낄 수 있다.



반가사유상을 봤다면 국립중앙박물관 본관 3층 불교조각실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국보 81, 82호인 경주 감산사지 출도 석조 미륵보살입상이 있다. 한국 불교미술 조각의 정수인 국보 78, 81, 82, 83 호를 연달아 볼 수 있는 기회다.


그리스부터 인도와 중앙아시아 중국, 그리고 일본 나라와 교토까지, 간다라 미술의 생성 전파 루트에 있는 수많은 나라들의 사찰과 유적지와 박물관을 다니며 수많은 멋진 작품을 봤지만 가히 최고라고 말할 수 있다. 무른 대리석이 아니라 단단하기 그지없는 화강암으로 만들었다.


개인적으로 국립박물관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다. 가장 아름다운 유물이 있는 공간이고, 가장 사람이 없는 한적한 공간이다. 그리스 로마의 대리석 조각에 감탄하며, 우리의 문화유산의 가치를 몰라보거나 폄훼하는 이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공간이기도 하다.


뱀발. 


2021년 국보에 번호와 서열을 매기는 제도가 폐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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