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교육, 성인지 감수성을 말하다 줌강연 후기

페미니즘 공부

by 박조건형

대안교육, 성인지 감수성을 말하다 줌강연 후기


제주 동백작은학교 이임주 교장선생님의 인스타에서 이 강연 피드를 봤다. 이임주 선생님이 일차 강연을 하시고, 동백학교의 교사 두분과 학생들이 또 참여해 발언하고 질문에 답하는 시간이라 꼭 듣고 싶어 여쭸더니 교사가 아니더라도 참여가능하다고 해서 들었다.


‘계집신조’ 라는게 학생들 사이에 밈으로 형성되어 약자에 대한 혐오와 조롱이 만연한 학교 현실에서 우리들은 무엇을 해야할까. 비인가 학교 오십여 곳이 함께 하는 대안교육연대에서 기획한 자리라 다른 대안학교 교사분들도 참석해 주셨다.


스텔스 페미니즘이라는 말이 있다. ‘페’ 자만 꺼내도 공격하고 민원을 넣는 지금 세태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스텔스 페미니즘을 전략적으로 선택할수 밖에 없었다. 교사도 젠더문제를 이야기 꺼냈을때(특히 여성 교사) 학생들로부터 공격을 당하고 조리돌림을 당하기에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있다는 사실을 내놓기가 공포스러운 현실이다.


페미니즘이나 성인지 감수성, 젠더 문제는 일회성의 인권교육으로는 학생생들의 변화를 이끌수 없다. 페미니즘 교육은 시민으로서 타인과 어떻게 함께 살며 갈등을 어떤식으로 조율할지 배우는 인권교육이기에 오랜시간 대화와 설득과 교육이 필요한 인권교육이다.


동백작은학교에서는 입학할때 양육자들이 서약을 해야한다. 페미니즘에 대한 반감이 너무 큰 학생이나 양육자는 들어오기 힘든구조다.(그래서 들어오는 학생이 적은 것인가^^;; 그래도 안전한 학교 분위기를 위해서는 필수적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기후위기의 측면에서 동백학교에서는 전면적으로 채식을 채택하고 있다. 오로지 채식만 해야하기 때문에 더 맛있는 메뉴를 개발하게 되어서 사람들의 편견과 달리 음식이 다들 맛있다고 한다.


3년차 나우, 4년차 다올, 5년차 다솜은 동백학교 학생으로서의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들려주어서 좋았다. 한달전에 내가 읽었던 페미니즘 책을 20권 정도 동백작은학교로 보내며 기증했는데, 학생들이 자기에게 맞는 책을 골라 읽으며 페미니즘의 몰랐던 분야를 알아가고 공부하는 모습이 동료로서 반갑고 그리고 고마웠다.


페미니즘 교육은 끊임없는 대화의 교육이다. 이임주 선생님은 다정한 지적질이라고 한다. 반페미니즘 적인 정서를 가졌던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다정하게 지적하고 설명하고 그리고 기다려주었다. 그 학생은 학교에서 이렇게 알려주면 정말 필요한 교육이라는 것이라는 걸 쉽게 알텐데, 사회에서는 전혀 알려주지 않아서 안타깝다고 했다.


내가 주인공인 자리는 아니고, 학생들과 교사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들은 것 메모하며 계속해서 질문을 채팅창에 남겼더니, 다른 대안학교 교사들은 저 사람은 대체 뭐길래 하는 궁금함이 있었나 보다. 그래서, 마지막에 한마디 발언권을 주셔서 나를 설명하고 내가 왜 페미니즘 공부를 2008년부터 지금까지 해 오고 있는지 이야기를 짧게 들려드렸다. 페미니즘 뿐만 아니라 교육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은데, 지금 청소년들의 문제는 단지 교사들만의 책임이 아니기 때문이다. 30대 중반에는 내가 교사도 아니지만, 우리가 학교 현실과 청소년의 실태에 대해서 전혀 모른다는 인식에 2년동안 오늘의 교육(‘교육공동체 벗’에서 나온 격월간 잡지)을 읽고 이야기 나누는 독서모임을 꾸린적도 있고, 교육공동체 벗 조합원으로 잠시 활동도 했었다.


최근에 넷플릭스에서 봤던 4부작 영국 드라마 “소년의 시간”을 보면서 다시 새삼 우리가 학교 현장과 청소년에 대해서 전혀 모른다는 것을 충격적으로 인식했다. 청소년은 우리의 미래, 이 사회의 미래라고 하면서 왜 우리는 어른으로서 아무 개입도 하지 않고 그들의 등에 책임감만 지우는지 이사회의 어른으로서 미안함과 책임감을 느낀다.


내가 교사도 아니고 성교육 활동가도 아니지만 교육에 대해서, 페미니즘에 대해서 공부하고 고민하는 분들을 만나서 반가웠다. 동백작은 학교 교사분들과 학생들과 페미니즘 동료로서 오래 교류하고 싶고 그들의 삶이 어떻게 바뀌어 가는지 눈으로 계속 확인하고 응원하고 싶다. 내가 제주에 살았다면 동백작은학교에 자주 놀러갔을텐데….오늘 줌강연을 들으면서 동백작은학교 학생들과 페미니즘에 대해 한번 이야기 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개구리 선생님에게 제안을 드리긴 했다.


페미니즘이나 교육에 대해서 고민하다보면 이 고민을 나눌 동료가 정말 없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그래서, 그나마 어떤것이 좋은 교육인지 고민하는 교사들이 전교조 활동을 하는 것 같다. 물론 전교조 교사들이 모두 젠더의식이 있지는 않은 것 같다. 페미니즘에 대해서 다방면에 걸쳐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동료 만나기가 하늘에 별따기 이다보니 그런 이를 만나면 너무 반갑고 동료의식을 느낀다.


2시간이 넘는 강연이 금방 흘러가고 우리들은 채팅창에 인사를 했다. 스텔스 페미니즘도 좋으니(공교육에서 여성교사가 페미니즘을 내놓고 교육하기는 정말 위험하다) 각자의 위치에서 생존하자고 남겼다. 우리 생존해서 종종 만나고 동료가 적지 않음을 느끼고 오래오래 이 고민들과 사유를 이어갔으면 좋겠다. 내가 페미즘을 공부하는 것은 내가 행복하게 잘 살기 위해서이고, 나만 행복할 것이 아니라, 내 주변의 사람들도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이며, 내가 사는 사는 세상인 아주 조금씩이라도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게 페미니즘의 혜택을 잔뜩 누린 내가 선배 페미니스트의 투쟁에 대해 답하는 것이며, 좋은 어른으로서 살아가겠다는 각오이자 책임감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동백작은학교의 페미니즘 교육실천을 담은 <국어, 수학, 페미니즘>을 강추하고 글을 마무리한다. 학생들이 ‘국수페’ 라고 불렀다. ‘국수페’ 많이 읽어보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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