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를 겨우 살아가는 방법
미시적 안목으로 닥친 현안만 대응하며 살아가다 보면 품위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영위할 수 없다. 큰 틀에서 나름의 기준과 원칙을 정하고 의미와 가치를 추동하다 보면 그래도 뭔가 자세 나오는 삶, 홀가분한 마음, 매듭짓고 나아가는 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곧 지치게 된다. 지표가 없으면 표류하기 마련이고 맹목적인 항해는 권태를 부른다.
매일의 삶이 품격 있게 지나가지는 않는다. 갖춰진 조건, 활용 가능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용하려는 궁리를 매일 하는 것도 때론 피곤하고 귀찮다. 어느 날은 그냥 살아지는 대로 살고 싶다가도 또 어느 날은 열심히 살고 싶은 욕구가 꿈틀거리기도 한다. 그러다가 또 대충 하루를 보내기도 한다. 사람이 보통 그렇지 않은가? 결국에는 그날의 날씨, 기분, 누군가의 말소리, 잔소리에 따라 마음도 바뀐다. 그만큼 연약한 존재다.
가끔은 책을 읽다가 ‘읽고 있는 이 대목이 나에게 쓸모가 있는가’를 두고 허탈해질 때가 생긴다. 열심히 뭔가에 몰입하다가도 어느 순간이 되면 ‘휴~’하고 한숨이 나온다. 겨우 겨우 살아가고 있다. 맞는지 틀리는지, 옳은지 그른지를 가끔씩 고민하면서…
사람들은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아우구스투스 황제, 저 가공할 인간, 소크라테스처럼 자신을 극복하고 침묵할 수 있었던 인간이 죽음의 순간에 자신에게 얼마나 경솔했었는지를. 그는 죽음 앞에서 자신의 삶이 가면을 쓴 희극에 지나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그는 국가의 아버지로서, 옥좌의 지혜로서 평생을 살았지만 실은 모든 것이 거짓이었던 것이다.
-프리드리히 니체, 즐거운 학문 -
혹시나 홋날, 거의 다 살아갈 때쯤 아우구스투스 황제와 같은 고백을 할까 걱정이다. 내가 세운 기준, 내가 정한 원칙은 어느 순간 안개처럼 허공에서 사라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의 기준과 원칙을 정하고 가치와 의미를 추동하는 것을 포기할 수 없다. 자존심이라고 해야 하나? 자존감이라고 해야 하나?
이 글과는 상관없이 모두들, 품격이 빛나는 삶을 이뤄가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