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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쌤쌤 Dec 21. 2022

MZ세대는 DMZ에서 무엇을 생각하나

 영화 <육사오(6/45)>를 보고

- ‘로또’가 ‘로또 했다’라는 한 줄 평을


 2022년 8월 24일에 개봉한 한국 영화 <육사오(6/45)>를 보고 전쟁이라는 단어가 생각 안 났다. 다르게 말하면 정치, 이념, 어떤 개념 없이 그냥 실컷 웃고 봤던 영화다. 이는 내가 한국전쟁을 잊었다는 말도 아니며, 자본주의에 푹 빠진 지독한 개인주의자가 되었다는 말도 아니다. 영화가 처음부터 끝까지 ‘코미디  ’ 그 본질에 충실했다고, 최신 유행어처럼 주인공인 ‘로또’가 ‘로또 했다’라는 한 줄 평을 적어 보는 것이다. 


 38선 근처 술집에서부터 쓰레기통에 들어갔다가 바람 타고 오토바이에 매달렸다가 군대로 가는 차에 붙어 군대 정문까지 나비처럼 들어간 로또 한 장과 멧돼지가 지뢰밭을 달릴 때마다 폭죽 터지듯 축제장으로 묘사되는 장면의 도입을 통해 ‘로또’ 한 줄의 결론은 우리가 익히 주말마다 몸소 깨닫지만 영화가 상영되는 113분 동안만큼은 흥미진진하고 싶은 가슴으로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다.   








 - 메가폰과 총알


 국경에서 ‘총알 소리’로 경쟁한다. 웃으면서 긴장하고 웃으면서 전쟁할 수 있는 유일한 곳으로 분단국가의 설움 따위는 아예 없다. 메가폰으로 날리는 상대 국가의 선전용 총알 소리가 몇 알인지 대략 계산하여 그보다 많은 총소리를 날리는 일과, 남한 병사 방귀남과 북한 병사 아이유의 대남 대북 방송 배틀 전을 보면서 2005년에 상영되었던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이 생각났다. 인민군 군관이 동막골 촌장에게 "고함 한 번 지르지 않고 부락민들을 휘어잡는 위대한 영도력의 비결이 뭡니까?"라고 묻자 "뭐를 좀 마이 맥여야지. 뭐..."라고 말한 대사가 인상적이었는데, 영화 <로또> 또한 눈 뜨면 누가 더 잘 먹고 잘 사는지 자랑하고 있다.  


 <진짜 부자는 남을 무시하지 않는다>는 책을 읽는 남쪽 말년 병장(박천우)은 망한 목장주의 아들로 우유만 마셔도 소의 종을 안다. 이는 북을 이롭게 하는 우연이 되는데, ‘망한’ 목장주의 아들은 ‘흥한’ 북쪽 병사가 되어 박수갈채를 받는다. 북의 엄격한 검열로 인해 한 영화만 백 번도 넘게 본 독일 전쟁영화 덕에 북한 병사(리용호)는 남쪽에서 독일 시민권자가 한국 병역 의무를 다한 영웅으로 구사일생되는 사건이 전개되는데, 마치 영화 제목 <로또>처럼 반전되는 상황들이 상세하게 표현되어 있다.  




 - 공동급수구역


 ‘로또’ 당첨금을 받으면 딸의 피아노를 사주고 / 어머니 병원비 드리고 / 가수가 되고 싶은 동생을 지원하고 / 독일제 틀니를 아버님 사드리고, ‘부자’가 되면 농장을 만들어 평생 출산해야 되는 젖소를 위해 산후조리원을 만들고 /  


 이 소망 속에 남과 북이,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어디 있나? 이 영화가 그냥 웃기고 재미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 동네 이야기처럼, 같은 밥상에서 나온 이야기처럼 ㄱㄷㄱㅅ水(평화의 뒷문)에서 족구도 하고 술과 간식을 나누고 또한 로또 당첨금 협상부터 당첨금 분배까지 ‘물’ 안에서 정리된다. 물은 유연하다. 깨어지지 않는 협상이, 꿈이 공동급수구역 안에 있다. 


 통일부 공식 블로그에서는 이 영화 리뷰를 통해 남북한 병사들의 ‘롤린’ 댄스 배틀이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꼽았는데, 남한의 문화에 빠삭한 철진이 한국에서 군통령으로 불리던 브레이브 걸스의 롤린에 맞춰 아이돌 못지않은 끼를 보여주고, 모두 함께 ‘롤린’의 포인트 안무인 ‘가오리 춤’을 신나게 추던 장면이 57억을 위해 군사분계선을 넘나들어야 하는 긴장되는 상황 속에서 해맑게 웃으며 춤을 추는 남북 청년들의 모습이 웃기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씁쓸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이제는 친구가 되어버린 서로를 떠나보내며 전했던 “통일이 되면 만날 수 있겠지?”라는 담백한 작별 인사는 눈물로 이별을 맞이하는 것보다 더 가슴 아프게 느껴졌습니다는 마무리로 이 영화 리뷰를 끝내고 있는데


 이 영화가 연령 구분 없이 인기 많았던 이유를 찾는다면 걸그룹의 춤 노래를 완벽하게 따라 하는 북한 병사들의 모습과는 또 다른, 작가가 의도든 그렇지 않든 생명 존중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에서 동물복지를 몇 차례 강조하는데 이는 로또를 주운 박병장을 통해 남에서 북에서 강조하는 부분이다. 대놓고 상생이거나 미래지향적 영화가 아니더라도 이전부터 코미디는 이렇게 지금 우리가 절대적으로 우선 실천해야 하는 것들을 ‘웃기게 돌려 말하고’ 있는 것이다.  





- MZ와 DMZ


 현재 군 복무 중인 세대는 Z세대다. Z세대는 1990년대 경제 호황기 속에서 자라난 동시에, 부모 세대인 X세대가 2000년대 말 금융위기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고 자랐기 때문에 안정성과 실용성을 추구하는 특징을 보인다. 영화 속에서도 이는 또렷이 나타나는데, 남북 캐릭터의 로또 당첨금 사용 희망처나 이미, 앞에서도 언급한 공적 이익 창출 및 상생을 위한 병사들의 존재와 역할을 통해 Z세대들의 디지털 대왕 외의 특징을 알 수 있는 영화다. Z세대 못지않게 중요한 DMZ라는 특수 지역은 영화에서 아주 중요한 ‘원주민’의 역할을 다하는데, 이는, Z세대를 어릴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서 자란 '디지털 네이티브(디지털 원주민)'이라 부르듯, 비무장지대는 40여 년간의 출입통제구역이었기 때문에 그 자연상태가 잘 보존되어 있어 자연생태계 연구의 학술적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기에 이 또한 ‘원주민’이라 부른다면 이 여화를 보는 시각을 좀 더 넓게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  로또, 짧은 만남 긴 이별


  긴 사연 끝에 역대급 당첨금은 사라졌으나 남과 북 병사의 소소한 행복은 이룰 수 있을 만큼의 돈은 생겼다. ‘영끌’이라는 신조어가 생기고 이에 속속들이 부채와 투자의 문제로 매일 시끄러운 뉴스가 들린다. 국방의 의무만이 존재하던 군대에 ‘돈’이 생기니 ‘탈’도 낫지만 이 영화로 처음부터 끝까지 웃을 수 있었던 이유는 이들의 욕심또한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애초, 나에게는 없는 것들을 바랐더라면 한없이 불편했을 이 군대영화가 미움을 사지 않았던 이유이다. 또한, 아직은 분단국가로서의 긴장이나 전쟁의 아픔을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함을 등장하는 ‘달러’를 통해, 멧돼지가 물고 간 돈 가방을 통해, 전쟁은 짧았으나 이산이 너무나 길다는 것을 ‘말하지 않음으로서 말하고’ 있는 영화다. 2022년 군대 이야기를 하면서 3.8선을 진지하게 그려내기도 어렵거니와, 그렇다고 우리가 당면한 이야기를 AI에 맡겨 로봇도 좀비 아닌 것으로 그리기엔 너무 슬프지 않은가.


 국방부 홍보 블로그 동고동락에서 어느 서포터즈의 글과 이미지를 보면 MZ 세대의 군대 일과를 볼 수 있다. 디지털 원주민 세대답게 핸드폰 사용으로 전자책과 오디오 북 대출을 받아 독서를 하고 있으며, 온라인 수업 강의를 들을 수 있어 학업 단절을 최소한으로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 경희사이버대학에서 군인학생이 수상하고 있음을 강의 게시판이나 토론방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영화 <육사오(6/45)>에서 ‘코미디가 코미디를’ ‘로또가 로또를’ ‘MZ가 MZ를’ ‘했다’. 최선을 다해 웃겼고 최선을 다해 당첨금을 남겼고 최선을 다해 상대국에서 군대생활을 했다. 각자 있던 자리로 돌아가 다시 일상이지만, 우리는 누구든 어느 시대 속에서 어떤 성질로 살아가는 존재건, 최선을 다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요즘 애들은 말이야,”라는 말이 먼 소크라테스 시절에도 있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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