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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홀로길에 Jun 24. 2023

진작 열걸 그랬어

창문을 여니 푸른 향기에 마음이 설렌다. 진작 열걸 그랬어.


  밤에 일하고 낮에 자는 생활은 부족한 햇볕으로 인해 비타민D의 결핍을 일으킵니다. 관리를 잘해도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타납니다. 수면 부족이나 우울감이 대표적입니다. 해가 뜨는 걸 보며 잠이 들고 해가 질 무렵 하루가 시작되기 때문에 해를 볼 시간이 턱없이 부족해집니다. 그뿐 아니라 잠들 때쯤부터 각종 소음에 시달립니다. 공사소음, 등굣길의 조잘거림, 동네 장난꾸러기들의 아우성, 중고 가전제품을 산다는 확성기 소리 등 셀 수 없습니다.


  안대를 해보고 암막 커튼을 해보지만, 근본적으로 낮에 자는 건 자연의 섭리를 역행합니다. 대인관계가 협소해집니다. 쉴 때 만날 수 있는 사람은 대개 같은 조건에 있는 경우입니다. 12월 31일에 지는 해를 보며 일을 시작하고 1월 1일에 뜨는 해를 보며 일을 마칩니다. 미칩니다. 이런 생활에서 스스로를 구원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지 24년이 지나서야 실천했습니다. 너무 긴 세월을 세상과 등지고 산 것처럼 느껴집니다.


  밤에 자고 아침에 일어나는 보편적인 생활을 한 지 이제 4개월이 되어 갑니다. 누구에게나 흔한 일상입니다. 그런 하루하루가 제게는 아주 특별하고 가지고 싶은 일상이었죠. 생각보다 밤에 일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제 아침에 하루를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밤이 좋은 것과 밤에 일을 하는 건 다릅니다. 차 한 대 없는 도로를 달리고 있으면 졸음만큼 자주 우울함이 생깁니다. 세상 사람 다 신나 보이고 저 자신은 지극히 초라해 보입니다.


  24년 동안 바꾸지 못한 저의 환경을 갑자기 박차고 나오자, 주위에선 괴소문이 돌았습니다.

  '복권에 당첨됐다.'

  '아니다, 주식이 대박 났다.'

  '그동안 돈을 많이 벌어놨다.'

  남들이 뭐라 하던 저에게는 제 삶을 바꾸기로 결심하고 그걸 바로 실천했다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그동안 뭐가 그리 겁이 났을까 생각해 봅니다. 아이들의 양육과 교육, 경제적 이유, 미래에 대한 불안감. 뭐 많겠죠. 그런데도 용기를 낸 것은 아주 작은 우물에 갇혀있는 저를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하고 싶어 합니다.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기 원하죠. 미래를 위해 현재의 고통을 참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저도 그렇다고 생각했습니다. 얼마 전까지 그랬죠. 돈으로 행복을 사지 못한다고 말하면서 실상은 행복을 돈으로 사려고 했습니다. 그 근간엔 욕심이 있습니다. 남과의 비교가 있습니다. 저의 시야가 지극히 좁은 것이 문제였습니다. 내 안의 목소리는 무시했습니다. 아프다고 소리치면 참으라 했습니다. 그래야 좋은 날이 올 거라 고집을 부렸습니다.


  ‘그게 쉽냐?’

  ‘그러면 남들 다하지’

  ‘인제 와서 뭘’

  ‘너 돈 많아?’

  다양한 충고들이 난무합니다. 저를 위해 말해주는 거라 합니다. 모두 전문가입니다. 안될 이유를 끝없이 나열합니다. 대부분 이런 식의 충고는 저보다는 말하는 자신을 위함입니다.


  ‘넌 잘할 거야’

  ‘그래 그동안 고생했다’

  ‘결정 잘했다. 건강해라’

  ‘도와줄 거 있으면 연락해’

  진짜 저를 위하고 응원하는 사람은 자신의 방법을 충고하지 않았습니다. 조용히 곁에서 떠나는 저를 지켜봐 주었습니다. 누구도 삶을 대신 살아주지 못합니다. 저도 마찬가지죠. 정답을 말하지 못합니다. 똑같은 하늘이 단 하루도 없듯, 똑같은 인생 역시 없습니다. 남들이 어떻게 사는지 기웃거리기보다 돌이켜 후회 없는 삶을 위해 진심을 담아 오늘을 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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