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anted Creative and Design Jul 20. 2023

직장인 월급복권 메이킹 후기 -
UX 편

리워드와 가입 경험, 그 사이 어딘가

Intro

안녕하세요, 디자이너 이상효입니다. 얼마 전 훌륭한 동료들과 함께 ‘직장인 월급복권’이라는 이벤트를 진행했는데요. 그 과정을 UX 디자이너 관점에서 공유드려 볼게요.




발단

평화로운 어느 날.. 원티드 그로스부문 민웅님에게 DM이 왔습니다. 원티드 가입자 한번 빵빵하게 늘려보고 싶은데, 함께 프로젝트 진행할 UX 디자이너를 찾는다며..

저는 당시 막 다른 사내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며 살짝 지쳐있던 상황이었지만, 민웅님이 공유 주신 프로젝트는 매우 재밌어 보였어요. 직장인 월급로또라니!

조금 고민하고 팀 내 논의 후 수락했습니다.


전개

기획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니 월급로또는 직장인 월급이 연상되는 금액(400만 원)을 복권처럼 당첨금으로 제공하는 내용이었고, 일단 제가 먼저 참여하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이었어요. 게다가 당시 원티드는 가입자 트렌드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큰 거 한 방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정규 업무가 아니라 사이드로 진행되었는데요, 정규 PM(혹은 PO)이 없었기 때문에 프로젝트 전반에 대한 키를 잡고 계신 마케터 현정님과 디자이너인 제가 기획 업무를 분담하기로 했어요. 유저 플로우 상세 기획은 제가, 데이터 측정과 운영은 현정님이 맡아 주셨습니다.


결과적으로 아래와 같은 드림팀이 구성되었어요. 

민웅 - 그로스부문, 큰 틀의 프로젝트 의사결정 및 TF외부 커뮤니케이션

현정 - 마케팅팀, 프로젝트 리딩 및 실무 운영

상효(나) - 디자인플랫폼팀, 유저 플로우 설계 및 화면 디자인

수민 - 브랜드팀, 월급복권 키비주얼 및 마케팅 디자인

건상 - 프론트팀, 화면 구현 및 당첨로직 연동

경묵 - 코어팀, (가장 중요한) 당첨자 서버 로직 설계 및 관리  


사이드 프로젝트이지만 회사 입장에서도 큰 금액을 지출하는 건이고, 본업으로 프로젝트에 투입된 분들도 계시다 보니 TF외부에서도 관심 있게 지켜본 프로젝트였습니다.



기획 구체화

아이디어 관점 

저는 UX(유저 경험) 디자이너로서 어떻게 이 달달한(?) 보상을 미끼로 유입된 유저를 원티드 가입으로 유도할 수 있을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퀄리티를 보장하면서도 빠르게 구현할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TF에 합류한 직후 빠르게 유저 예상 저니맵을 그려 공유했고, 이는 초기 아이디어를 모으는 데 큰 도움이 되었어요. 이로 인해 도입한 장치는 아래와 같습니다.


당첨자가 발생할 때마다 메인 페이지에서 실시간으로 노출해 복권 긁기 욕구를 자극한다 “김*드님 400만 원 당첨! - 5분 전”

복권 1회 긁은 후, 결과 화면에서 링크 공유 버튼을 강조 노출한다. 버튼 클릭해 링크 공유하면 하루에 복권 1개 더 준다.

긁을 복권이 없을 때 다음 시간을 예측하며 기다릴 수 있도록 애간장 태운다. “월급복권받기까지 00:01:53 남았어요”

친구가 공유 링크를 통해 월급복권에 첫 참여할 때마다 복권을 1개씩 더 준다.


메타포 관점 

처음에는 월급'로또'라는 워딩부터 출발했어요. 그래서 지속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장치로 다양한 메타포를 고려하게 되었습니다(슬롯머신, 뽑기, 긁기, 행운의 편지 등등). 다양한 관점에서 무엇이 최선일지 고민해 본 후, 사행성 요소가 너무 드러나면 원티드 브랜딩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여지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따라서 사행성을 전면에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유저들이 즐겁게,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만들 메타포가 필요해졌습니다. TF 내 고민 후 최종적으로 ‘긁기’ 경험을 통해 네 잎 클로버를 발견하는 방향으로 발전시켜 보기로 했고요.


사용성 관점

처음 프로젝트에 투입되었을 때 이벤트 자체 기획은 탄탄했지만, 디지털 제품 관점의 기획이 거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용성에 대한 고려 없이 바로 UI디자인부터 들어가는 것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판단했어요. 이상적으로는 유저 테스트를 진행해 사용성과 플로우를 검증할 필요가 있지만, 시간이 촉박한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개발되기 전 프로토타입을 제작해 미리 체험해 보며 약식으로 검증해 보기로 했습니다.


UI 관점

당시 다양한 원티드 비주얼 애셋이 디자인 시스템화 되어가던 타이밍이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면 UI제작 및 구현에 걸릴 시간을 많이 줄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바로 직전에 진행한 다른 프로젝트(AI면접코칭)에서 빠른 UI구현이라는 효용을 내부적으로 검증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디자인시스템 활용 노하우를 살려 효과적으로 화면 플로우를 디자인할 수 있었습니다. 프론트 개발에 걸리는 시간도 훨씬 절약되었고요. 



출시 전 비하인드 스토리

디지털 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는 아무리 멋진 아이디어라도 일정과 공수를 고려해, 가장 중요한 작업을 판단하고 전략적으로 수렴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론칭 일정을 고려해 논의되던 스펙을 가지치기했는데요. 처음에는 그 과정에서 개발 일정을 고려해 “공유받은 유저가 첫 참여할 때마다 공유한 유저에게 복권을 주는 스펙”을 제외하려고 했으나, Massive inflow를 위해서는 유저 공유를 통한 유입이 핵심일 것 같다는 논의를 재차 거쳐 부활시켰어요. 이로 인해 개발 기간이 좀 더 소요되었지만, 결과적으로 이 복권 지급 기능은 바이럴 핵심 축 중 하나를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당첨/미당첨 상태를 명확하지만 캐주얼한 그래픽과 함께 나타내주는 것도 중요했습니다. 키 비주얼을 공유받은 후 기쁘거나 슬픈 상태를 움직이는 그래픽으로 표현한다면 전달력과 제품 매력도가 훨씬 커질 것이라고 판단했거든요. 브랜드 디자이너분과의 긴밀한 협업 끝에 키비주얼 클로버 캐릭터 ‘자클이’에 생동감 있는 모션을 넣었고, 만족스러운 화면 결괏값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그래픽 작업을 할 일이 많지 않은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브랜드 디자이너와 멋지게 협업해 생동감 불어넣기에 기여하는 소중한 경험을 갖게 되기도 했고요. 


부가적으로 ‘로티’라는 브릿지 툴과 애니메이션 가이드 숙련도를 높일 수 있었던 점도 좋았습니다. 실무 모션 디자인 툴인 애프터이펙트에서 제작한 대로 제품에 구현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거든요. 로티는 디자이너가 제작한 모션그래픽을 디지털 제품에 효율적으로 구현할 수 있게 도와주는 가교 같은 툴인데, 어떤 상황에 어떤 식으로 애니메이션을 시작하게 할 지 개발자분과 디테일하게 고민해 가며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UI관점에서도 새로운 논의가 오갔습니다. 원티드 디자인 시스템은(특히 새 프로젝트라면) 라이트/다크 모드를 지원하고 있어요.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에도 사용자 설정에 따라 라이트&다크 두 가지 모드를 모두 지원하려고 했는데, 브랜드팀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논의 끝에 이벤트 성격 페이지인 점, 키비주얼과 더 잘 어울리는 점 등을 고려해 다크모드 UI로 고정하는 방향으로 이번 프로젝트에 한해 진행했는데, 결과적으로 나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당첨자 확정이 민감한 이슈였던 만큼 QA(Quality Assurance - 론칭 전, 제품이 의도대로 동작하는지 확인하는 과정)도 중요했어요. QA팀의 자문을 받아 테스트 케이스를 발전시켰고, TF멤버 전원이 QA미팅을 잡아 짧지만 밀도 있게 테스트 케이스를 수행했습니다. 덕분에 큰 기술적 이슈 없이 안전하게 이벤트를 론칭, 마무리할 수 있었어요.


신규 그래픽과 기술을 도입하는 건이다 보니 디자인 QA 과정도 놓칠 수 없었습니다. 다만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디자인 QA이슈는 하나하나 지라 이슈를 만들어 진행(정규 프로세스)하지 않고, 디자인 QA 전용 스페이스를 만들어 프론트 개발자분께 스크린샷과 가이드 시안을 기반으로 공유, 하나씩 바로바로 처리하는 식으로 진행했어요. 완료된 이슈는 반투명하게 만들어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했고요. 이 프로세스는 저와 개발자 간 QA 핑퐁을 매우 효율적으로 만들어 주었어요. 월급복권 프로젝트 이후에도 속도감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마다 지속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결론

월급복권은 당초 TF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반향을 일으켰고, 그 결과를 이벤트 기간인 한 달 내내 지표를 통해 매일매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원래 목표했던 유저가입 이외에도 휴면 유저 활성화 등 다양한 지표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는데요. 다만 ‘월급복권을 긁기 위해 가입한다’는 멘탈 모델은 통상적인 가입자에 비해 구직 관련 퍼널로 이어지는 비율이 낮았기 때문에 향후 비슷한 맥락의 프로젝트 기획 시 이러한 맥락을 고려하게 될 것 같아요. 


강력한 리워드는 맥락에 맞는 공유와 외부 바이럴을 일으킬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다만 위에 설명했듯 통상적인 서비스 유저의 멘탈 모델과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진행 전 충분한 고려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프로젝트 진행 후 TF 회고 미팅을 진행했습니다. 직무나 역할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의견이 오갔던 것이 가장 좋았고, 이로 인해 다음 업무에 적용할 수 있는 소중한 인사이트를 함께 나눌 수 있었어요. 바이럴을 위해 크게 힘써주신 마케팅팀에도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Outro

평소 협업 접점이 많지 않았던 분들과 함께 일할 수 있어서 더 각별했던 프로젝트였던 것 같아요. 그것이 좋은 성과로 이어져서 더 좋았습니다. 다만 좋지 않았던 점들도 함께 공유, 고려해서 앞으로의 제품 설계의 나침반으로 활용하면 더욱 의미 있는 프로젝트로 남을 것 같습니다.


월급복권 비주얼 디자인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