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로와 라스베이거스, 그 사이 어딘가
안녕하세요. 원티드랩 브랜드 디자이너 오수민입니다.
상효 님의 직장인 월급복권 메이킹 후기 -UX 편에 이어, 이벤트 비주얼 디자인을 한 후기를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직장인 월급복권”은, 일하는 사람 모두를 응원하는 원티드가 직장인에게 가장 힘이 되는 월급을 한 번 더 준다는 의미를 담은 캠페인이었죠. 월급복권에 당첨되면 무려 400만 원을 get 하게 되는 군침 도는 이벤트였습니다.
400만 원이라는 큰 보상금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큰 후킹 포인트를 갖고 있었으나, 동시에 사행성 행사 이미지가 부각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큰 이벤트였습니다.
실제로 복권이나 당첨 등의 키워드로 검색해 보면 라스베이거스나 파친고 느낌이 물씬 나는 비주얼들이 검색결과를 점령하고 있었죠. 또한 이미 복권류의 유사한 이벤트 스킴을 다른 서비스들에서도 많이 활용하고 있었기에, 원티드만의 플러스알파가 필요했습니다. 원티드는 미국 라스베이거스가 아닌, 대한민국 서울시 올림픽로에 위치한 취업 플랫폼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순한 맛 비주얼을 뽑을 순 없었습니다. 과한 사행성 냄새가 나지 않으면서 동시에 적당히 매운맛을 내는 비주얼...
어떻게 해야 이 조건들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대표적으로 ‘행운’을 상징하면서 요즘 MZ세대 사이에 유행하고 있는 모티브인 네잎클로버를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세잎클로버는 ‘행복’을 의미하기도 하니, 이 두 개를 잘 활용하면 당첨되지 못한 사람들에게도 작은 위로를 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실제 이벤트 기획에도 반영하게 됩니다.
네잎클로버 아이디어에 TF 구성원 모두가 긍정적으로 반응하셨고, 곧 키 비주얼 작업에 돌입합니다.
클로버에 눈코잎을 붙여 캐릭터화해서, 감정과 무드를 전달할 수 있게 하면서도 귀여움과 친근감을 더하려고 했습니다. 또 UX를 담당하시던 상효님과 논의해서, 유저가 겪는 상황에 걸맞은 액션과 표정들을 생동감 있게 추가하게 되었고요.
이 캐릭터를 디벨롭하는 과정에서 시안 단계의 캐릭터를 얹어서 작업하고 계시던 상효 님이 의도치 않게 캐릭터의 눈동자 디자인 부분을 좀 비틀게 되었는데, 그 결과로 자본주의 광기가 눈에 서린 캐릭터 자클이*가 탄생하게 됩니다. (*자클: 자본주의 클로버의 줄임말)
캐릭터를 최종으로 다듬은 후, 참여자들에게 당첨과 낙첨 여부를 더 귀엽고 직관적으로 알릴 수 있는 자클이 애니메이팅 2종도 제작하였습니다.
타이틀 디자인 또한 삐뚤빼뚤한 선을 가진, 볼드하고 귀여운 형태로 제작했는데요, 전반적으로 친근하면서도 키치 한 뉘앙스를 띄게 해서, 본격적인 사행성 무드를 벗어나면서도 진지하지 않은 이벤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당락을 결정하는 액션 또한 복권을 ‘긁기’보다 네잎클로버를 ‘뽑’는 액션으로 하고 싶었으나, TF팀과 논의해본 결과 유저들이 당첨과 낙첨을 헷갈려 할 수도 있고, 이벤트 이름이 ‘복권'인 만큼 직관적인 ‘긁는’ 액션으로 정리하게 됩니다.
이렇게 런칭한 직장인 월급복권 이벤트는 뜨거운 관심과 바이럴로, TF 구성원들 모두 소위 뽕 맞은 기분의 잊지 못할 경험을 했습니다. 도파민 중독자인 저 역시 원티드 입사 이래 가장 열심히 참여한 것 같아요. 400만 원.. 정말 갖고 싶었어요. 자클이는 귀여움과 친근함의 요소를 추가하기 위해 만든 캐릭터이지만,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인 우리네 모습까지 녹아있는 것 같아 괜히 더 애잔하고 그렇습니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프로젝트 이끌이였던 마케터 현정 님의 모습과 실행 능력들이 저에게 고무적인 자극이 되었던 것 같아요. 디자이너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최고의 효율을 낼 수 있는 기획안을 써주셨던 것 같아요. 본인의 원래 롤인 마케터의 입장뿐 아니라 디자이너, 개발자의 입장까지 두루 캐치하는 모습이 너무 멋졌고, 저도 그런 작업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역대급 성과기록이 나온 이벤트에 디자인으로 발을 담그게 되어 너무나 영광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 어느 때보다 타 부서 작업자 분들과 긴밀하고 밀접하게 일해보는 기회였습니다. 마케팅, 개발 등 다른 팀에서는 어떤 목표가 있고, 어떤 관점을 가지고 일하는지를 알고 협업하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또, 매력적인 리워드와, 그 자극을 중성화시켜주는 디자인으로 원티드 직장인 월급복권이 유쾌한 이벤트로 자리매김했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했습니다. 물론 리워드가 컸던 만큼 디자인은 결과에 큰 영향이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 자클이는 월급복권을 한 달여간 긁어온 이벤트 참가자들에게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글. 원티드랩 브랜드 디자이너 오수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