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사람들의 가능성을 담은 원티드 산스를 오픈 소스로 배포하며
안녕하세요, 원티드랩 디자인플랫폼팀 길형진입니다.
원티드에서는 오늘 ‘일하는 사람들의 모든 가능성’이라는 원티드 정신과 가까이 맞닿은 글꼴인 Wanted Sans—원티드 산스를 오픈 소스로 배포합니다. 원티드 산스는 새로운 원티드 로고가 가진 기하학적인 형태를 바탕으로, 제목과 본문 모두에서 자연스럽게 쓸 수 있는 구조와 함께 인간적인 목소리를 전달하는 산세리프 글꼴입니다.
오늘은 원티드 산스의 오픈 소스 배포를 기념하면서, 원티드 브랜드에서 일관된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한 전용 글꼴 프로젝트로 시작하고, 또 보편적인 상황에서도 두루 쓰일 수 있게끔 사용성을 다져 오픈 소스로 배포한 원티드 산스가 무엇이며 어떤 가능성을 가지는지, 그리고 우리 곁에 선보이기까지 어떤 이야기들이 있었는지를 이번 아티클을 통해 여러분들과 함께 나눠보려고 합니다.
이번 시간으로 그동안 프리텐다드 같은 중립적인 민부리—산세리프 글꼴을 쓰기에 따분함이 있으셨던 분들에게는 오래 쓸 수 있는 새로운 글꼴을 알아가는 시간이길 기대하고, 또 글꼴을 만들고 싶은 분들에게는 글꼴을 만들며 생기는 여러 에피소드를 알아가는 재미난 시간이 될 수 있길 기대합니다 ٩(๑❛ᴗ❛๑)۶ 내용이 조금 길긴 한데요, 꾹꾹 담았으니 같이 한번 함께해보시죠!
원티드 산스는 아래 다운로드 URL을 눌러 지금 바로 다운로드받으실 수 있답니다. 원티드 산스는 OFL로 배포되며, 자세한 설명은 끝자락에 마저 남겨둘게요.
첫 원티드 산스 프로젝트는 2022년 4월 21일에 열렸던 원티드 사내 해커톤인 ONEDAY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원티드 파생 브랜드가 계속 생겨나고 있었는데, 브랜드팀에서 원티드 로고 톤과 맞는 새로운 로고타입 작업에 시간을 적지 않게 투자하는 상황이었죠. 그러는 한편, 마침 자유 주제로 참여가 가능한 해커톤이 기획되는데요, 이참에 해커톤에서 원티드 로고와 자연스러운 글꼴을 만들어보면 구성원에게 꽤 도움이 되겠다 싶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이지만 사소한 이유인데요, Figma에서 표시되는 프로젝트 썸네일에 쓰인 글꼴을 볼 때 아쉬움이 크더라고요. 꾸미는 것으로 정체성을 담기 애매한 썸네일에서 글꼴을 통해 원티드 브랜드가 또렷하게 나타나길 바랐습니다. 그래서 같은 팀에 계시는 상효님을 꼬시고, 리스크 없는 해커톤에 참여해 첫 원티드 산스를 하루 밤샘으로 사내에 선보이게 됩니다.
한편으로는 잘 쓰일지 회의적인 시각도 있었지만, 막상 배포해보니 원티드 산스는 이미 다양한 브랜드 캠페인에서 유용하게 쓰이고 있었습니다. 또 하루 밤샘으로 완성되어 굵기도 한 가지만 있던 상황에서 더 많은 굵기를 찾으시는 경우도 있었고요. 그렇게 구성원의 공감대를 쌓는 한편, 한 해가 지나고 그동안 원티드가 쌓아온 자산을 더욱 또렷이 표현할 수 있도록 원티드 브랜드 리뉴얼이 기획됩니다. 그리고 그동안 유의미한 쓰임으로 증명된 원티드 산스는, 새롭게 전개하는 브랜드 캠페인에서 더욱 알맞고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본격적인 글꼴 프로젝트로 2023년 3월 21일부터 진행을 시작합니다. 아쉬운 썸네일에서 시작된 날갯짓이 전용 글꼴 프로젝트까지 이어진 셈이죠.
그리고 재밌는 사실이 있습니다. 바로 원티드랩에서는 스포카 한 산스 제작자, 그리고 프리텐다드 개발자가 있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오픈 소스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두 명의 의지 덕분에 원티드 산스가 힘을 얻고 진행할 수 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IT 업계에서 폰트를 직접 만드는 일은 굉장히 생소하지만, 폰트를 직접 만들어 본 두 명 앞에서 폰트 제작은 마냥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좋은 글꼴을 회사 내부에서만 쓰기보다는, 모두와 나누고 글꼴이 유용하게 확장될 수 있길 바랐습니다. 우리만 쓰기엔 아깝잖아요. 여기까지가 이상적인 답변이고요, 사실 원티드 산스를 한글까지 새로 만들기에는 개발 기간에 부담이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한글이 없는 글꼴로 쓰기에는 사용하는 데 제약이 클 것이기 때문에, 한글은 OFL로 배포하고 있는 본고딕을 프리텐다드와 비슷하게 개선해 적용하는 것으로 대신했습니다. 이어서 OFL인 글꼴을 사용할 때는 같은 라이선스로 배포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는데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원티드 산스도 OFL가 적용되어 오픈 소스로 배포하는 것이 솔직한 이야기입니다.
OFL 안내 전문에는 빌드 스크립트를 포함한 소스 코드 제공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것도 아시나요? 저는 오픈 소스 생태계가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프리텐다드를 배포하며 몸으로 느꼈기 때문에, 소스 코드까지 투명한 글꼴로 배포해 누군가가 글꼴에 관심이 있을 때 글꼴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또 누군가에게는 소스를 뜯어보며 알아가는 소소한 재미를 줄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글꼴에 관심이 있던 어린 제가 그랬던 것처럼, 세상의 원리를 알 수 있는 창구는 굉장히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원티드 산스는 지오메트릭—정원과 정방형과 같은 기초 도형에 기반한 형태를 가졌습니다. 하지만 지오메트릭은 잘못 쓰면 늘어지는 전개로 따분할 수 있고, 또 많은 리브랜딩 사례에서 지오메트릭이 인사하고 있는 요즘인데다, 심지어는 지오메트릭이 유행인 듯한 2023년의 끝자락에서 사람들이 피로도를 느끼고 있는 와중에 원티드 산스까지 지오메트릭 글꼴로 나서서 소개하는 것은 조금 조심스럽긴 합니다.
원티드 산스는 새 원티드 브랜드 정체성과 연속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지오메트릭 형태를 가진 원티드 로고타입 형태를 기반으로 합니다. 그리고 원티드 로고타입은 우리가 겪는 커리어 생활을 연속적인 형태로 그려 표현한 원티드 심벌의 기초 도형 형태를 기반으로 했습니다. 장황하게 해석해보면, 원티드 산스는 커리어를 유연하게 찾으며 지내는 우리 삶의 단면을 바탕으로 한다고 이야기해볼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원티드 산스는 보다 휴머니스트적인—인간다운 면모를 가져야 원티드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성과 어울린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따라서 일반적인 지오메트릭 글꼴이 가지는 정형화된—닫힌 형태를 열어 분위기를 환기하고, 또 재치가 필요한 상황에서는 제도화되지 않은 고전 글꼴에서 묻어나던 곡선을 유연하게 쓰며 부드러운 인상을 첨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여기서 더 이야기하면 지루한 글꼴 수업이 될 수 있으니, 이러한 의도와 가까웠던 글꼴들을 알려드리는 정도로 줄여보겠습니다: Twentieth Century, Akzidenz Grotesk, Google Sans Text, Avenir
요즘 여러분은 글꼴을 보면서 비슷한 숫자와 문자 모양들로 따분함을 느꼈던 순간이 한 번쯤은 있었을 것입니다. 그동안 중립적인 산세리프 글꼴이 여러 상황에서도 부담 없는 목소리를 전달했다면, 원티드 산스는 앞서 설명한 이유들로 그보다는 자유로운 목소리를 가집니다. 이를 다시 풀어보면, 원티드 산스는 정형화된 형태 속에서 인간다움을 꿈꾸고 실행하는 모습 즈음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는 s, t, 2, 7에서 도드라지게 나타납니다.
원티드랩에서 진행하는 여러 서비스에 필요한 디자인 과제가 많이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글꼴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다만 해커톤에서 만들었던 초기 원티드 산스 덕분에 그동안 원티드 산스가 필요한 구성원들의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어 있었고, 해커톤에서 총 두 명이서 밤새 기초 문자를 하루만에 만들어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자신감을 가지고 넉넉히 3주 정도를 새 글꼴 제작 기간으로 잡고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3주 안에 원티드 산스를 완성하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는데요, 맞습니다. 3주 안에 완성은 불가능했습니다.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기초 형태를 보는 데 3주는 적당하지만, 세부적인 모양과 문자 사이 여백을 추가적으로 조정하는 커닝, 그리고 만들며 나온 다양한 문제들을 바로잡는 여러 시행착오들까지 고려하면 최소한 3개월은 필요했죠. 그러나 3개월도 마찬가지로 전부 쓸 수 없기에, 기초를 만드는 데 3주를 잡고, 중간중간 원티드랩에서 필요한 과제를 진행하며 점진적으로 원티드 산스를 완성해 나가기로 합니다.
원티드 산스를 시작하긴 했으나 글꼴에 대해 해박한 지식이 있는 상태로 시작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안전하게 접근하기 위해 우선 도움이 될 만한 글꼴들의 구조나 형태를 유심히 참고했습니다. 이를테면 퍼센트(%) 모양은 San Francisco에서 Fraction—분수와 첨자 0의 조합과 거의 동일한 형태를 가졌고, 슬래시(/) 높이는 제목으로 쓰이는 글꼴에서 p와 l을 바탕으로 하는 것을 확인해 비슷한 규칙을 적용하는 식입니다.
다음은 다이어크리틱인데요, 다이어크리틱은 Å와 같이 라틴 문자에서 발음을 표현하기 위해 문자에 덧붙여지는 기호를 말합니다. 원티드 산스에서 삼은 작은 가치 중 하나는 라틴 언어권에서 원티드 산스가 가지는 라틴 문자와 다이어크리틱 형태를 보았을 때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고, 또 쓰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미적 형태를 중요시하기보다는, 현지 문화권에서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도록 정통적인 형태를 찾고 고수하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Ogonek과 Cedilla, 그리고 에스체트(ß)—독일에서 쓰는 ss 결합 문자에서 도드라지게 볼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시행착오가 유난히 많았던 Q입니다. Q는 원티드 산스에서 가장 굵은 굵기 기준으로 안쪽 사선을 배치하기가 굉장히 까다로웠습니다. 처음에는 마땅한 해결 방안이 보이지 않아 Avenir에서 접근한 것처럼 줄자 같은 모양으로 바꿨는데요, 하지만 다소 익숙하지 않은 모양으로 따로 옵션으로 두기로 하고, 모든 굵기에서 같은 모양을 유지하는 기존 접근을 다르게 해서 Q는 Weight별로 형태를 유동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모양을 맞췄습니다. 이어서 Q에서 적용한 것과 비슷하게 $와 ¢에도 비슷한 기술을 적용해 시각적 안정감을 챙겼습니다.
이어서 원티드 산스는 Regular와 ExtraBlack 2개 도안—마스터를 이용해 7가지 굵기를 컴퓨터가 알아서 만들게끔 구성했는데요, 이렇게 마스터를 2개만 사용했을 때 A와 e, 그리고 s에서 안쪽 선 굵기가 일정하게 보이지 않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문자에 중간 굵기 레이어를 넣을 수 있는 Intermediate라는 옵션을 이용해 중간에 얇아지거나 굵어지는 부분을 보정했습니다. 원티드 산스에서는 이처럼 일부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두 개 마스터만을 이용해 모양을 만들었으니, 어찌 보면 글꼴 제작 기간 단축에 큰 기여를 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Q와 e 같은 예외적인 경우에서는 Intermediate라는 멋진 기능을 이용해 까다로운 조건임에도 완성도를 잡고, 성취감도 부차적으로 얻고요.
시간이 생명이라면, 작업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됩니다. 하지만 완성도도 챙겨야겠죠. 이런 상황에서 대개 돈은 시간과 완성도를 해결해주고, 아낀 시간은 다른 중요한 작업에 대신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글꼴 작업에서도 마찬가지로, 원티드 산스에서는 비슷한 문자 모양에서 일부 크기나 굵기, 폭을 변형해야 하는 상황에 Font Remix Tools—RMX라는 플러그인을 구입해 적극적으로 이용했습니다. 이를테면 고정폭 숫자를 만드는데 기존 가변폭 모양을 그대로 쓰기에는 너비가 균일하지 않을 때, 작은 크기를 가지는 서수나 심벌 문자를 만들어야 할 때에는 기준 문자로부터 조정할 값을 정의하고 버튼 한 번만 누르면 마법같이 일괄적으로 모양이 맞춰지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문자 224개를 손수 작업하는 시간을 아낀 것은 물론, 기존 문자 모양이 바뀌었을 때도 계속해서 소중한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은 관리 효율화입니다. 원티드 산스에서 한글 모양은 본고딕을 변형해 붙였는데요, 먼 미래에 원티드 산스에서 새로운 한글 모양을 선보일 때 본고딕 의존성을 덜고 원티드 산스 자체 소스를 보호할 수 있도록 소스 파일은 원티드 산스 자체 소스와 본고딕 소스로 나눠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최종 원티드 산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본고딕 소스와 원티드 산스 자체 소스를 병합하는 과정이 추가적으로 필요했는데요, 이렇게 자체 소스에서 수정이 생길 때마다 일일히 재병합하지 않더라도 자동으로 병합될 수 있도록 자동화 스크립트를 추가적으로 만들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이어서 원티드 산스에서 손길이 많이 필요한 다른 반복 작업들까지 모두 자동화했습니다. 제가 폰트 완성을 위해 하는 일은, 버튼을 누르고, 자동화를 돌리고, 올리는 것뿐입니다.
그리고 재밌게도 이런 스크립트는 모두 ChatGPT가 추천한 코드로 구성했습니다. 이제는 발전하는 AI 기술로 전문 지식 없이도 코드를 이해하고, 또 원하는대로 만들 수 있죠. 만약 여러분도 대화형 AI에게 도움을 받고 싶은데 답이 잘 안 나온다면, 단계별로 나눠 물어보거나, AI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요구사항을 명료하게 정리해보면 어떨까요? 앞으로 휘몰아칠 AI 파도로부터 주체적으로 대비해보는 것입니다.
다시 디자인으로 돌아오겠습니다. 본문 글꼴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가독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원티드 산스는 주로 제목용 글꼴에서 쓰이는 지오메트릭 산세리프 형태를 가지지만, 본문으로 쓰일 때에도 안정적으로 읽힐 수 있도록 여러 부분에서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거쳤습니다. 첫 번째는 자간이었는데요, 초기에는 자간 수준이 안정적인 그로테스크 산세리프인 San Francisco를 참고해 비슷한 흐름으로 읽히게끔 자간을 맞췄으나, 지오메트릭 산세리프인 원티드 산스와는 완벽히 맞지 않았습니다. 뒤늦게 파악한 원인은, 원형을 바탕으로 한 모양을 가진 지오메트릭 특성상 일반 그로테스크보다 원형을 그리는 문자 폭을 넓게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같은 자간으로 보면 상대적으로 문자 공간이 촘촘하게 보이는 점에 있었습니다. 이후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가적으로 늘린 자간은 단 0.2% 수준으로, 덕분에 지금 원티드 산스에서는 하나의 흐름으로 읽힐 수 있도록 알맞게 맞춰져 있지만, 이런 사실을 배포 단 2주 전에 파악하고 수정했다는 것이 재미있는 점입니다.
다음으로는 굵기로, 보통 그로테스크 글꼴에서는 더욱 읽기 쉽게 하기 위해 가로획과 견주어 세로획을 더 얇게 보이도록 조정합니다. 반면 지오메트릭 글꼴에서는 조형적인 아름다움도 함께 신경써야 하기 때문에, 가로획과 세로획이 가지는 폭이 서로 도드라져보이지 않도록 획 대비가 완만하게 맞춰져 있습니다. 원티드 산스에서도 그러한 특징을 동일하게 가져갔고요. 슬프게도 이렇게 획 대비를 완만하게 만든 만큼 전체적인 획 굵기를 조금 얇게 맞춰야 한다는 점을 문자를 다 완성한 다음 알 수 있었고, 이어서 대소문자 굵기 변화 양상이 수치로 보았을 때 자연스러워 문자를 전부 완성했으나, 눈으로 다시 유심히 보니 어색하게 보여 문자를 전체적으로 다듬는 작업을 총 세 번이나 다시 해야 했습니다. 이처럼 정갈한 수치는 단순히 우리의 안정을 돕는 것일 뿐, 맹신해서는 안 되며 전체적인 시선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점이 교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큰 시행착오를 딛고 일어난 덕분에, 원티드 산스는 기본적으로 읽기에 부담 없는 가독성을 가지는 것은 물론, 각 언어권에서 자연스러운 굵기를 보장합니다.
가장 애를 먹었던 작업입니다. 커닝은 특정 문자 조합에서 사이 간격을 조정하는 것으로, 문자가 어느 상황에서 위치하는지에 따라 커닝 조합 경우가 달라지기 때문에 커닝 작업을 끝마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또한 하얗고 까만 배경과 문자를 계속해서 집중해서 봐야 하기 때문에 신체적인 피로도도 적지 않고요. 시간과 정신의 싸움인 셈이죠. 이를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자동화 플러그인도 찾아보았으나 마땅한 것을 찾지 못해, 원티드 산스에서는 커닝 조합을 전부 맞춰볼 수 있는 Kernkraft라는 무료 플러그인으로 모든 커닝 경우의 수를 훑어보고 수동으로 전부 조정했습니다. 필수 문자 100여 개에 커닝을 적용해보니 모양별로 재사용 가능한 커닝 그룹으로 묶어 반복 작업을 덜더라도 그 조합만 1,400여 개였는데요, 커닝을 자동으로 생성할 수 있는 다른 방법도 물론 있었지만, 치밀하고 안정적인 가독성을 위해 인고의 시간을 감내했습니다.
모든 게 마찬가지인 이야기지만, 글꼴 작업에서 어떤 작업을 마쳤더라도 아직 끝난 게 아닙니다. 여유 시간을 확보하고 계속해서 테스트하면서 어색함을 고치는 작업도 상당한데요, 원티드 산스는 1차 완성 이후 3개월 정도를 여유 시간으로 두며 다양한 환경에서 자유롭게 써보며 피드백을 받는 식으로 점진적으로 완성도를 높여갔습니다. 또한 원티드랩에서는 디자인 도구로 Figma를 주로 쓰고, Organization 플랜을 사용하는 덕분에, 글꼴 업데이트가 있을 때는 Organization 플랜에서 제공하는 글꼴 관리 기능을 이용해 관리자인 제가 일괄적으로 업데이트함으로써 빠르게 문제를 개선하고 적용할 수 있었습니다.
원티드 산스는 제목과 본문 모두를 겸하는 글꼴로 방향을 잡았으나 조형적 완성도에도 힘을 실었기 때문에, 보통 본문 글꼴에서 가독성을 위해 I와 l과 같은 대소문자의 어센더 높이를 서로 구분하는 것과 다르게 같은 높이로 맞춰져 있습니다. 다만 그럼으로 인해 Illustration이나 Isolation과 같이 I와 l이 가까이 마주하는 상황에서는 판독성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게 되는데요, 원티드 산스에서는 OpenType 기능에서 문맥 대체(calt) 기능을 이용해 문맥에 맞춰 대소문자가 서로 다른 높이를 가지도록 했습니다. 흔히 말하는 바코드 닉네임처럼 쓸 경우에도 원티드 산스는 문맥을 인식하고 형태를 알아서 맞춰주는 것입니다. 원티드 산스에는 이뿐만 아니라 다양한 OpenType 기능을 제공하는데요, 아까 잠깐 언급한 고정폭 숫자, 바코드 닉네임 같은 경우에서 더 확실하게 문자 형태를 구분할 수 있는 가독성 향상 스타일 세트, 그리고 재치있고 특별한 모양으로 바꿔주는 스타일 세트 등 다양한 상황에서 가능성을 잃지 않고 유연한 모양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원티드 산스에 이렇게 OpenType 기능이 다양하더라도 이를 지원하는 애플리케이션의 편차가 크고, 또한 추가 기능이기 때문에 실제로 이를 모두 알고 잘 쓰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OpenType 기능에 대해서는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많은데, 분량이 많으니 다음 주제로 나눠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원티드 산스는 원티드에서 선보이는 다양한 제품과 상황에서 두루 쓰일 예정입니다. 원티드 산스는 원티드에서 알맞게 쓰기 위해 시작된 글꼴이지만, 원티드 이전 슬로건인 ‘나다운 일의 시작’처럼 나다움을 표현하고 싶을 때, 또는 현재 원티드 슬로건인 ‘일하는 사람들의 모든 가능성’처럼 커리어 생활에서 글꼴을 이용해 다양한 가능성을 표현하고 싶을 때 유용하게 쓸 수 있도록 마음을 담았습니다. 그동안 평범한 산세리프 글꼴을 쓰기에는 따분했거나 아름다운 글꼴을 쓰기에는 오래 함께하기 어려웠다면, 원티드 산스가 그 자리를 오랫동안 나지막이 채워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많은 분들께서 걱정하실 수 있는 부분인데요, 원티드 산스는 업계에서 굉장히 유용하게 쓰이는 본고딕과 프리텐다드와 마찬가지로 SIL 오픈 폰트 라이선스—OFL로 배포되며, 글꼴 단독 판매 또는 글꼴 라이선스 변경, 동일 글꼴 이름 배포를 제외한 어떠한 상황에서든 별도 허가 없이 자유롭게 무료로 사용하고, 또 재배포하실 수 있습니다. OFL에 대해 자세히 확인하시려면 이곳에서 확인해보세요: https://scripts.sil.org/OFL
앞서 원티드 산스에서는 OpenType 기능으로 여러 유용한 기능을 담았다고 했는데요, OpenType 기능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쓰는지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2부로 주제를 이어서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이번 아티클을 통해 원티드 산스가 무엇인지, 그리고 글꼴을 만들면서 생겨난 여러 이야기들을 알아보는 재밌는 시간이었길 바라며, 다음 아티클을 기대해주세요! 긴 글을 예쁘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૮₍˶ᵔ ᵕ ᵔ˶₎ა
참, 원티드 산스를 지금 다운로드받고 싶으시다고요? 찾으시던 원티드 산스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디자인. 원티드랩 디자인플랫폼팀 길형진, 브랜드팀 강한빈
제작. 원티드랩 디자인플랫폼팀 길형진
기획. 원티드랩 BX 부문 김동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