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 금융기관의 적정 아웃소싱/인소싱 비중은 ?
불확실성과 복잡성이 지배하는 시대에, 금융기관도 자체적으로 모든 것을 할 수는 없다. 무슨 목적으로 어떤 영역을 내부역량으로 수행할 것인가는 기업마다 선택의 문제이다. 비용절감이 주요목적이었던 시대에는 Total 아웃소싱까지 검토했었지만, 기존 비지니스 모델까지 위협받는 디지털 시대에서는 인소싱을 통한 해결방법이 더 효과적인 영역이 증가하고 있다. 아래에서는 금융기관이 아웃소싱, 인소싱 정책을 검토할 때의 고려사항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돌아보면 국내에서도 2000년대 중반부터 IT에서 Total 아웃소싱을 검토해 왔다. 비용효율성과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 시대에, 비용이 증가하는 IT부서는 비용 효율화의 대상이었다. 글로벌 차원에서도 많은 기업들이 인도의 대형IT회사를 통해 Total 아웃소싱 서비스를 제공 받았다.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부터 본사 정책에 따라 기획부서만 남기고, 모든 IT기능을 아웃소싱하기 시작했다. 대형 프로젝트 수주전에서 가격 경쟁력을 위해, 대형SI사는 저렴한 인도 개발자와 함께 한국어가 가능한 저렴한 중국개발자도 소싱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하는 방법과 언어가 다른 국내 금융산업에서는 글로벌 아웃소싱 사업자를 잘 활용할 수 없었다. 많은 SI프로젝트는 표준화된 패키지보다는 Custom SI개발이 대부분이었고, (일본처럼) 단계별 문서화를 중요시하지 않고 신속하고 긴밀한 대면 커뮤니케이션을 중시하는 국내의 일하는 문화 때문이기도 했다. 반면에 SAP와 같은 표준화된 ERP 패키지를 사용하는 국내 제조업의 경우, 보다 용이하게 글로벌 아웃소싱 업체도 활용할 수 있었다. 정도의 차이만 있었지, 모바일, 디지털이 중시되는 2010년대 초반까지는 국내 금융산업도 아웃소싱은 하나의 트렌드였고, 글로벌 아웃소싱업체를 사용하느냐 마느냐 하는 방법상의 이슈만 남아 있었다. 이 무렵 계열사별로 분산되어 있는 인력을 IT자회사에 집중하여 효율성을 제고하고자, 국내에서는 그룹별로 IT자회사를 설립하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였다. 국내 금융지주사에서도 비용 효율을 강조하는 입장에서 IT자회사를 활용하고 있었다.
아웃소싱에서 인소싱으로 전환이 가속되기 시작한데는, 디지털 혁신이 강조되어온 2010년대 초반 부터라고 생각된다. 최근에는 코로나와 미중패권전쟁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해체되면서 reshoring 바람이 거세졌다. 그간 기술 중심 국가인 미국도 저렴한 노동력을 인도와 중국에 의존해 왔었다. 미중 패권 전쟁으로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던 중국으로 부터, 미국은 제조업을 국내로 재유치하려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하지만 IT서비스 영역에서는 이미 2010년 초부터 인소싱을 강화해 왔다고 생각한다. IT개발의 아웃소싱을 인도에 의존했던 미국기업들이, 디지털 시대를 맞이하여 점점 더 인소싱을 강화해왔다. 필자도 2016년 글로벌 보험사에 일하면서, 글로벌 본사 차원에서는 훨씬 전부터 인소싱을 강화해 왔음을 알게 되었다. 국내 법인에서도 인도에 풀 아웃소싱하려다가 많은 어려움으로 다시 IT 부서를 빌드업하고 있었고, 글로벌 차원에서도 전체 5만5천명 중 2~3000명에 불과하던 IT직원을 5~6000여명으로 증원하고 있었다. 비지니스 모델 혁신까지 요구하는 디지털 시대에 신 기술과 함께 Agile 방식으로 일하는 환경이 중요해지면서, 미국 금융기관부터 IT부문의 아웃소싱 비중을 줄이고 인소싱을 강화하는 전략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디지털 혁신의 본질은 비지니스의 근본적인 혁신, 그리고 (비지니스의 근본적인 혁신에 있어서) 비지니스 주체를 IT에 맡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때 IT에 맡긴다는 표현은, IT부서라기 보다는 IT와 신기술을 잘 알면서 혁신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조직에게 맡긴다는 의미이다. 전통적인 방식에 매몰되어 있는 IT부서원이, IT를 모르지만 열린마음으로 기술이 가져다주는 기회를 열린마음으로 접근하는 현업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
일본 전국 IT기술자의 약70%가 IT벤더(IT시스템, HW, SW 제조사 또는 IT서비스, 컨설팅 제공회사)에 소속되어 있으며, 사업회사 (IT시스템 사용기업)에 속한 IT기술자는 30%에 불과하다고 한다. ( 그림으로 공부하는 마이크로 서비스 구조, 2022년 8월, 다루사와 히로유끼) 결국 IT시스템과 관련된 모든 내용은 대형 SI사업자에게 의존하지만, 유연하고 신속한 IT시스템 개발과 운영에는 저해 요인이 된다. 국내 금융기관의 경우에도 마찮가지라고 생각된다. 모 금융그룹의 경우 인소싱 비중이 30~35%라고 측정한 바 있으나, 사실 분모에는 직접 상주하는 SI인력, SM인력만 포함한 것이라, 파트너사의 기술지원 간접 인력을 분모에 포함하면 실제 인소싱 비중은 더 낮을 것으로 생각된다. 결과적으로 내부IT인원은 금융기관이 요구하는 기획,행정 업무에 집중하게 되고, SI개발은 SI사업자에게 위임하는 turn key계약 형태가 대부분이게 된다. 나아가 개발된 디지털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변경해야되는 요구에 대응하지 못해서, 결국 주기적으로 업그레이드, 고도화라는 명분하에 시스템을 재개발하게 된다. 상대적으로 안정된 코아 시스템도 외부 운영 인력에 의존하다 보니, 기술부채, 기능부채가 쌓이면서 10년 주기로 대규모 차세대 시스템 구축을 반복하게되는 배경이 되기도 했다.
국내 금융기관들도 ABCDE 기술의 내재화와 핵심 비지니스 업무 프로세스를 장악하기 위해서, 내부적으로 디지털 인재와 역량있는 개발자를 확보하고자 노력해왔으나, 글로벌 금융기관 대비 인소싱 비중이 너무 적다. 코로나 위기가 지나가고, 최근 금융긴축에 따라 자본의 힘이 강해지고 있는 시기이기는 하지만, 금융기관별 기술전략 수립과 기술내재화는 지속적으로 추진해야할 사항이다. 하지만 디지털 혁신을 추진하고 있는 글로벌 경쟁금융기관과 대비하면 아직 거리가 많다고 생각된다.
국내 금융기관이 인소싱을 확대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가장 큰 사항은 비용효율성이다. 금융기관의 효율성을 평가하는 지표인 CIR(Cost Income Ratio)에서 분모인 Cost에서 차지하는 인건비를 무시할 수는 없다. 지점수가 줄면서 지점 영업인력 대신 본부 디지털,IT인력의 비중을 늘리고 있기는 하지만, 고용의 경직성과 높은 인건비를 감안하면, 적극적인 채용에는 보수적인 입장인 편이다. 넓게보면 단기적으로 CIR 자체에 집중하는 것 보다는 (CIR목표를 40%중반으로 하는 국내 시중은행 대비, 60%중반인 미국 상업은행들도 많은 점은 시사점이 있다), 인소싱을 장기적으로 디지털 경쟁력 향상을 위한 현명한 투자로 봐야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효과적인 인소싱 방안을 고민하는 데 있어, 대표적인 디지털 혁신 사례를 하나 살펴보고자 한다.
디지털 혁신의 성공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싱가폴 DBS는 인소싱 비중을 늘려온 대표적인 금융기관이다. '22년 말 시가총액도 67조USD (한화 87조), 직원 4만여명이 대형 금융사이다 (16년도 시가총액 30.42조 USD). 디지털 기술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IBM에 아웃소싱하던 IT를 인소싱으로 전환을 시작했는데, 2016년 55%에서 2022년 말 95%까지 인소싱 비율을 전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2016년 DBS IT직원 4,000여명과 아웃소싱 2,000여명이 규모가, 현재는 DBS IT직원이 10,000여명에 이르고 있다. 10,000여명의 구성도 싱가폴 법인에도 소속되어 있지만, 인도,중국,폴란드 등 세계 각지의 현지 법인에서 채용하고, 현지에서 근무하고 있다. 하지만 싱가폴 본사의 거버넌스하에서 DBS 디지털 경쟁력을 위해 역할과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한다. 싱가폴 내에서의 개발자 선호도도 , 1위 빅테크 기업인 그랩, 2위 싱가폴 정부에 이어 3위의 위상을 차지하고 있어, 개발자 구인난 시대에 높은 이직율에도 불구하고 인적자원 확보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인소싱을 추진한 이유로는 DBS는 기술회사이고, 기술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기본 철학이 기반이 되었다고 한다. 아웃소싱으로는 바용 효율성은 일부 달성할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차별화와 경쟁력 강화는 달성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생각된다. 금융기관 전체의 비용효율성을 측정하는 지표인 CI Ratio (Cost Income Ratio)도 디지털 투자를 진행했던 시기는 높았었다가 현재는 40%대 초반으로 내려와 있다. 비지니스 내용 측면에서도 전체수익에서 예대마진(Net Interest Income)이 대부분인 국내금융기관과 달리, 수수료 수입의 비중이 30%에 이르고 있다. 또한 수수료 수입도 이체수수료, 카드수수료 등 Retail 거래 수수료가 아니라 WM(Wealth Management) 수수료, 기업 CMS/Trade Finance 수수료 비중이 더 크고, 디지털 기술을 통한 경쟁력이 이를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10,000명이 넘는 IT직원이 있으니, 당연히 Corebanking 시스템은 자체개발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피나클이라는 패키지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단순한 Transaction 처리보다는 AI,데이타,클라우드 등 신기술에 자체인력을 더 집중하고 있었다. 다.ㅠCorebanking의 경우, 안정적인 패키지를 엔진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API를 통한 대내외 시스템 연계와 BaaS(Banking as a Service) 영역에서는 내부 역량을 집중하고 있지 않을 까 생각된다. 같은 논리로 자본시장의 주식,채권,파생상품을 위한 상용 패키지들도 사용한다고 한다. 즉 시장에서 검증된 패키지는 제대로 활용하되, 차별화를 가져올 수 있는 영역 (자본시장의 경우, 어떤 차익거래를 수행해야 할지) 에 대해서는 기술내재화와 함께 내부 인력을 집중적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글로벌 시대에, DBS 사례를 기반으로 보면 인소싱을 위한 내부인력을 반드시 국내에 한정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국내 노동시장이 경직적이라면, 보다 유연한 환경을 가지고 있는 글로벌 시장에서 개발자를 채용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실제 싱가폴의 노동시장도 한국보다는 유연하지만, 미국처럼 유연하지는 않다고 한다.) 코로나 시대에 원격지에서 일하는 환경에도 많이 익숙해 졌고, 클라우드 기술을 활용하여 보안에도 유의하면서 협업할 수 있는 기술적인 개발환경이 성숙해지고있다. 언어적인 문제가 있지만, 국내 금융기관들도 글로벌 진출을 도모하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의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글로벌 IT인력확보를 추진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하는 방식의 변화이다. 문제를 나누고 관리하는 능력, 분석하고 설계하는 역량이 있다면 언어적인 문제의 이슈는 상대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글로벌 인력외에도 국내 파트너사와의 장기계약을 통해, 내부인력에 준하는 안정적인 인력을 확보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소모적인 갑을 관계가 아닌 파트너쉽에 기반한 관계를 희망하는 파트너사들도 시장에 많다. 무엇보다 금융그룹의 경우, IT 자회사 인력을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보안, 규제를 엄격히 적용하면서, 접근 권한을 제한하면서 IT자회사 인력의 역량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면밀히 보고, 방안을 찿아나가야 한다. 금융그룹이 아니더라도, 파트너사들의 역량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게 하는 과도한 권한 제한 (보안규정)에 대한 점검과 함께, 주어진 일만 하게하는 하도급 문화도 개선하면 전체적으로 IT 역량을 높일 수 있다고 본다. 국내 외국계 금융기관의 경우, 갑을 문화보다 사람을 존중하는 신뢰에 기반한 파트너쉽 문화가 있어서 개발자 구인란이 심각할 때도 상대적으로 인력변동이 적었던 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