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적인 출판 이야기
문자 한 통이 도착했다. 운전 중에 문자를 본 나는 설마 하고 차를 세웠다. <출간을 제안합니다.>로 시작하는 메일을 확인했다. 가슴이 쿵쾅거렸다.
'진짜 책을 낼 수 있게 되다니! 내 원고를 누군가 알아봐 줬어!'
원고에 대한 피드백과 함께 나는 옵션을 선택해야 했다. 의무판매 권수, 계약금 수령 여부, 편집 범위 등을 달리 한 기획출판 옵션이었다. 출판사도 밑지고 장사하는 것은 아닐 테지. 잠시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들겨보다가 독립출판 경험이 있는 지인에게 서둘러 조언을 구했다. 저자에게 가장 부담이 적은 옵션은 <계약금 無, 의무판매 200권, 기본적인 편집 및 출판, 인세 8%>였다. 나는 메일을 수신한 다음 날 바로 계약서를 썼다. 이후 두 개의 출판사로부터 출간 제의 메일을 받았지만 계약서를 쓴 뒤였기에 뒤는 돌아보지 않았다.
퇴고까지 여정은 약 한 달 남짓 걸렸다. 가장 먼저 손을 댄 것은 제목과 목차였다. 책의 내용을 잘 아우르는 제목과 목차명을 짓고 에피소드의 차례를 적절히 배치했다. 다음으로 문맥, 일관성, 중복확인, 외래어 표기법 등 수차례 편집자와 메일을 주고받으며 원고를 고쳤다. 편집자는 내게 두어 개의 예시만 들뿐 전체 원고에 대한 피드백은 일일이 하지 않았다. 원고 편집은 오로지 저자의 권한이라고 했다. 편집자와 두터운 우애를 자랑하며 영혼까지 나누는 일은 베스트셀러 작가의 영예일까? 잘 된 건지 아닌지 모르겠으나, 나는 돈 주고도 배우기 힘들다는 핵심글쓰기 기술을 속성으로 익혔다. 작법을 배우고 책을 쓰는 게 아니라 책을 쓰면서 작법을 배웠다. 종이책이 세상에 나오면 더 이상 고칠 수 없으니 그때 후회하지 않으려면 지금 쓸 수 있는 모든 힘을 쏟겠노라 욕심을 냈다. 건강하고 싱싱한 글을 퍼올리기 위해 자주 산책을 했다. 늦은 밤, 새벽에도 썼다. 쓰느라 끼니를 거르는 건 예사고 육아에도 구멍이 났다. 한 번은 글을 쓰다가 아들과 만나기로 약속한 시간을 놓쳐 원망세례를 받기도 했다. 마감기일의 짜릿한 압박도 맛보았다. 퇴고 전까지 이미지 포함 300페이지 원고를 단어까지 해체해 가며 수십 번 읽었다. (그때 알았다. 쓴 글을 소리 내어 읽어보면 퇴고가 쉽다는 것을.) 되돌아보니 40년 남짓 내 인생에서 그때만큼 열심히 산 적이 또 있을까 싶었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두어 번 고치고 마침내 퇴고한 원고를 발송했다. 원고는 내 손을 떠났다. 시원섭섭했다. 주어진 기간 내에 최선을 다했으니 미련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표지를 골랐다. 대형도서관에서 표지 스타일과 책등 디자인, 종이의 질감과 책의 크기들을 살펴보고 가장 마음에 드는 것으로 골랐다. 표지와 제목은 내 마음에 드는 것과 주위에서 많이 추천한 것 중 내 마음에 드는 것으로 정했다. 1년이 지난 지금, 이 선택에는 후회가 없다.
예약판매를 시작했다. 인쇄도 들어가지 않았는데 예약판매라니, 그래도 내 책이 이름만 대면 알만 한 온라인 서점 3사에서 판매를 시작했다는 사실로 나는 풍선처럼 부풀었다. 지인들이 책을 많이 구매해 줬다. 내 SNS에 준비해 둔 홍보(?) 글도 올렸다. 최종 오탈자 점검을 마치고 인쇄는 속전속결이었다. 책이 배송을 시작했다. 배송된 택배 봉투를 열어 본 나는 깜짝 놀랐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아는 이야기일지 모른다. 그러나 나의 사적인 출판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3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