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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뷰 Jul 19. 2021

진실은 승리한다. 2+2=4

About. 단편영화 <2+2=5>, 감독 : 바박 안바리, 2011


 학생들이 떠들고 있는 교실, 교사가 들어오자 학생들이 경직된다. 교실이라는 공간에서의 교사의 영향력과 학생들이 교사를 어떻게 인식하는지가 그들의 태도에서 드러난다. 교실은 권위와 복종이 존재하는 공간이다.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교사가 시계를 보고 곧이어 방송이 흘러나온다. 방송을 통해 교장은 “교사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 그것이 학교와 친구들을 자랑스럽게 하는 일이다.”라고 말한다. 맹목적인 복종을 강요하는 것이다.

 왜 교장은 화면에 얼굴을 비추지 않았을까? 왜 단지 음성으로만 등장했을까?


 권력자인 교장은 “여러분의 공부 시간을 뺏고 싶진 않지만”, “여러분이 학교와 급우들을 자랑스럽게 하리라 믿는다.” 등의 화법을 통해서 억압이 마치 학생들을 위한 일인 것처럼 ‘아량과 선’을 가장한다. 그는 한 발짝 물러서서 자신이 바라는 대로 학생들이 따라올 것을 암시적으로 강요하며 세뇌한다. 직접적인 억압은 교사들에게 일임하고, 자신은 정신적인 억압을 하는 것이다.      

 교사는 칠판에 ‘2+2=5’라고 적은 후 질문을 제기하는 학생에게 “생각하지 마, 생각할 필요가 없다”라고 말하며 기존의 질서와 진실을 부정하고, 논리도 합리도 없는 비상식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세계관을 상대에게 주입하려고 한다. 생각할 필요조차 없는 우매한 존재로 피지배자를 인식하고 비인격적으로 대하는 것이다.

 새로운 가치관의 강요에 침묵과 정적이 흐르는 교실에서 한 학생이 소신껏 일어나 교사가 주입하려는 새로운 사실은 거짓임을 항변하지만, 그의 저항과 거부는 권력자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선도부원들에 의해 총살이라는 처참함으로 끝나버린다.      


 설혹 ‘2+2=5’가 코페르니쿠스적 혁명이고 과학적 진보에 해당하는 혁신적 사실이라고 할지라도 권력자들에게는 상대를 이해시키고 설득하여 자신들의 뜻을 관철할 의지가 없다. 교실로 대표되는 조직사회에는 대화와 타협이 존재하지 않는다. 일방적이고 위압적인 독백만 존재할 뿐이다. 간결하고 낮게, 위압적인 목소리로 자신들의 생각을 강요하고 그에 반하면 즉각적이고 신속하게 제거할 뿐이다. 독재의 전형적인 공식이라고 할 수 있는 이러한 방법은 1970년대의 우리나라의 암울한 과거사에서도 그와 유사한 것을 찾아볼 수 있다.     

 총살당한 학생이나 과거 우리 민족사에 존재하는 깨어있는 지식인과 선각자들은 목숨을 걸고 자신의 신념을 지킨다. 그러나 대다수의 민중은 진실을 외면하려 하고, 자신에게 불똥이 튈까 몸을 사리는 비겁한 소시민적 성향을 보인다. 또한, 학생 집단의 수재라고 평가받는 선도부는 지식층으로서 학생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야 하지만, 잘못된 정보임을 알면서도 권력층에게 순종하며 악을 실행한다.


 영화 속의 학생들은 집단 연대의 힘을 보여주지 못했다. 학생들은 ‘2+2=5’라는 거짓 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학생을 비난하고, 심지어 그 저항을 말리기까지 한다. 만약, 거짓 정보인 ‘2+2=5’를 받아 적으며 복종하길 바라는 교사의 지시에 모든 학생들이 일어나서 “‘2+2=4’이다, 그것이 바로 진실이다.”라고 외쳤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도 있지 않았을까?

 어떠한 독재 권력이나, 혹은 물리적인 억압도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 ‘낙숫물이 댓돌을 뚫는다’는 속담처럼, 진실을 말하려는 학생들이 계속 등장하고, 진실을 밝히려는 소리들이 모인다면 교사로 대변되는 권력자의 권위적인 행동을 제지할 수 있지 않을까.          

 피를 부르는 응징의 효과는 참으로 거대하여 순식간에 주변을 굴복시키고, 모든 것을 제압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억압과 복종만 존재하는 상황에서도 진실에 대한 신념을 가진 자는 존재하고, 그것은 또 다른 불씨가 되어 진실을 찾으려는 새로운 저항과 혁명이 시작될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것이다. 엔딩 장면은 간결하게 처리되어 있지만 커다란 메시지를 가지고 있다. “진실은 언제고 드러나게 마련이다.” 감독이 말하고자 한 것은 결국 진실은 승리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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