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반응하지 않고 한참 기다렸다가 가보기, 반대로 울자마자 바로 안아서 달랜 후 눕히기 등등..
계속 방법을 바꿔 가면서 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복주는 젖을 줄 때까지 악을 쓰며 울어댔고 나는 그 절규에 결국 굴복하고 말았다.
젖을 주면 얼른 달래져서 바로 다시 나도 잘 수 있지만 젖을 주지 않으면 오랜 시간 복주를 안고 달래야 한다는 것도 힘들었다.
밤수를 끊으려면 이제 내가 시도하지 않은 최후의 딱 한 가지 방법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그것은 바로 아기를 계속 울리는 것.
아기가 오열하는 소리를 듣는 게 너무 가슴이 아파서 눕혀서 재우는 것도 결국 성공하지 못하고 10kg이 넘는 10개월 다 되어가는 시점까지 계속 안아서 재우고 있는 나인데, 밤수를 끊기 위해 이것이 될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러는 동안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해서 나의 체력과 인내심에는 점점 한계가 오고 있었다.
너무 힘들었던 어느날, 브런치에 오랜만에 힘든 심경을 토로했다.
글로 마음을 정리하고 나니 이 상황을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 되겠다는, 해결해야만 하겠다는 절박함이 들었다.
이기적인 엄마가 되기로 했다.
아기를 제대로 울려보기로 마음 먹었다.
2월 13일, 밤..
세 시간에 한 번 정도씩 일어나던 복주가, 그날따라 이틀째 한두시간 간격으로 일어나서 사람을 미치게 만들고 있었다.
안 일어나게 하려고 자기 전에 이유식과 수유를 충분히 했는데도.. 혹시 기저귀가 젖어서 깨는 것일까봐 자는 도중에 기저귀도 갈아주었는데도 복주는 자꾸만 일어나서 젖을 찾았다.
(예전에 단유했다고 글을 쓴 후, 이렇게 다시 고백하는 것이 뻘쭘하기는 하지만.. 사실을 말하자면 나는 목디스크 수술 후 약을 먹는 2주 간 단유를 하다가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다시 모유로 돌아간 상태였다 ㅠㅠ 끊겼던 젖은 모유촉진차를 마시자 신기하게도 다시 돌아왔다..)
한밤중에 수시로 아기에게 젖을 주면서 극도의 스트레스를 느꼈다.
매일 하던 일이지만 그날따라 유독 마음이 분노와 답답함으로 가득차 오르는 것을 느꼈다.
아기를 낳고 처음으로 복주가 미워졌다.
머리로는 복주가 잘못이 없다는 것을 알지만, 나를 이렇게까지 힘들게 하는 복주가 정말 밉다는 생각이 들었고, 찰나였지만 처음으로 아기에게 든 부정적 감정에 나 역시 화들짝 놀랐다.
그렇게 귀엽고 사랑스럽게 여기던 복주에게 이런 감정까지 들다니.. 대체 내가 지금 얼마나 한계에 몰린 걸까 이런 생각이 들어서 정말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밤 나는 예전에 이미 읽었던 책들이었지만, 다시 한번 수면교육과 관련된 육아책들을 싹 정독하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사실 늦은 밤 일어나는 소란에 부모가 조금만 덜 반응하면 아기는 대체로 잘 잔다. 곧장 달려가는 부모일수록 그 아기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반복적으로 깨기 쉽다. - 프랑스 아이처럼
그래서 잠깐 멈추기가 필요하고 아기가 조그맣게 우는 소리를 낼 때마다 부모가 달려가 안아주지 않아야 한다고 하는데, 복주는 잠깐 멈추기를 아무리 해도 수면의 질이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 방법은 더이상 쓸 수가 없었다.
아기가 울면 우선 강보로 감싸거나 토닥이거나 기저귀를 갈아주고, 그래도 아기가 계속 울 때만 젖을 주라는 내용도 있었는데 그런 식으로 해도 복주의 수면 패턴은 나아지지 않았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야만적이면서도 잔인해 보이고 비안간적으로 보였던 극단적인 그 방법..
갑작스렇게 끊기(exgtinction, 절멸)뿐이었다.
잠깐 멈추기를 통한 수면교육 4개월의 적령기를 놓치면 전문가들은 극단적인 처방, 절멸(exgtincion)을 권한다.
이 방법대로 아기를 울리면 단 며칠 만에 커다란 효과를 거두고 대체로 성공을 거둔다면서 이렇게 말한다.
'절멸에서 가장 큰 장애물은 부모의 일관성 부족이다.'
이 방법은 아기에게 저녁에 목욕을 시켜주고 자장가를 불러 준 다음 적당한 시간에 아기가 깨어 있는 채로 침대에 눕히는 것이다. 그런 다음에 오전 7시가 될 때까지 아기가 울든 말든 그냥 놓아두는 것이다.
나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남편에게도 복주를 아주 길고 심하게 울려서라도 수면교육을 한번 제대로 해보자고 했다. 남편도 동의했다.
일단 범퍼 침대부터 새로 장만했다.
기존의 범퍼 침대는 복주가 자라면서 가드를 뛰어 넘어갈 수 있게 되어 무용지물이 되어 쓰지 못하고 넓은 요만 깔고 거기에서 재우고 있었는데, 그러다보니 불안해서 복주를 혼자 방안에 놔둘 수가 없어서 분리수면을 그만 두고 나와 남편이 번갈아 가면서(주로 내가 하기는 했지만) 복주와 함께 잠을 자고 있었다.
복주가 뛰어 넘을 수 없는 높은 범퍼 침대(도노도노 하이가드 범퍼 침대)를 구입했다.
그리고...
2월 14일의 밤, 나는 잔혹한 엄마가 되었다.
책에서는 아기를 안아 주지 않고 누워서 스스로 자게 하는 것까지 포함해서 '갑작스렇게 끊기'를 하지만, 나는 첫 밤잠이 드는 것만큼은 도와주고 싶어서 원래 하던 대로 아기를 안아서 재워 주었다.
PM 10시 반에 잠든 복주.. (그 무렵 복주는 밤 10시~12시 사이에 랜덤하게 잤고 아주 늦게 자는 편이었다. 기상시간은 8시~10시)
그리고 드디어 운명의 시간이 왔다.
PM 12시 반.
복주가 또다시 잠에 깨서 칭얼대며 울기 시작했다.
울어라 아들아! 얼마든지 울려무나. 이 엄마는 달래주지 않을 거란다.
복주의 울음소리가 점점 더 커졌고 마침내 복주의 오열이 시작되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앙!
복주의 울음소리 1분 1분은 마치 영겁의 시간처럼 느껴졌다.
울음소리를 10분 동안 듣고난 후 복주에게 갔다.
원래 책에서는 아침 7시가 되기 전까지 방문을 열어 보지도 않고 그냥 혼자 내버려 두라고 했지만, 혼자 무서워할 복주가 가여워서 도저히 그럴 수는 없었다.
범퍼 침대 밖에서 남편과 함께 복주를 지켜 보았다.
나와 남편은 복주를 바라만 볼 뿐, 안아 주지도 않고 말을 걸지도 않고 그냥 지켜만 보았다.
복주는 우리를 보며 발을 동동 구르고 절규하고 악을 쓰며 울어댔다.
그렇게 지옥 같은 시간이 40분이 흘렀다.
그 시간 동안 수만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이게 맞는 건가, 이래도 되나, 목이 다 쉬어서 어떡하나, 정서에 괜찮을까, 트라우마가 생기는 건 아닐까,
부모에 대한 불신이 생기면 어떡하지, 저 어린 것한테 내가 무슨 짓을 하는 거지, 우리 불쌍한 복주..
마음이 찢어졌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오열이 40분 간 지속된 후, 복주는 훌쩍 훌쩍 울면서 혼자 잠이 들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복주는 6시간 넘는 통잠을 자고 새벽 6시 반에 일어났다.
나는 오랜만에 통잠을 자고 일어나자 너무 상쾌해서 몸이 날아갈 것 같았다.
가뿐한 컨디션, 기분 좋은 아침..!
하지만 수면교육은 그렇게 쉽게 성공하는 것이 아니었다.
복주의 인생 최고 수난 기간이었던 수면교육 프로젝트는 2주일이나 지속되었고, 2주 간에 수면교육 끝에 우리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복주의 '통잠'이라는 성공을 마침내 얻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