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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주 엄마 Feb 19. 2022

베이비 카페에 간 복주

어서와, 베이비 카페는 처음이지?

복주는 10.4kg의 덩치에 걸맞게 에너지도 넘쳐났다.


복주의 하늘을 찌르는 에너지와 텐션은 조그마한 체구의 내가 감당하기에는 버거울 때가 많았다.


복주를 안아들면 마치 묵직한 철근을 드는 것 같았다.


복주는 좁은 집안에서 갑갑하게 노는 것이 지루하고 재미 없는지 자주 나에게 엉겨붙고는 했는데, 나의 얼굴을 끌어당겨서 거칠게 이리저리 만지고,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고, 내 손가락을 깨물고, 목을 잡고 매달리고는 했다.

 

밤잠도 낮잠도 적게 자면서도 하루종일 에너지가 넘쳐서 기회만 되면 무엇인가를 타고 오르고, 잡고 일어서고, 기어다니면서 넘어뜨리고, 서랍 속의 물건들을 끄집어 던져내고 하는 복주를 돌보고 있을 때면 진이 다 빠졌다.


이것은 진정 시지푸스의 형벌과도 같았다.


돌을 올리면 다시 굴러 떨어지고, 돌을 올리면 다시 굴러 떨어지는 형벌을 받은 시지푸스처럼


과잉 에너지를 분출하는 복주와 하루종일 씨름하다 재우고, 하루종일 씨름하다 재우면, 복주는 잠을 통해 다시 에너지가 풀충전되고 다음날 아침 그런 복주와 다시 씨름하는 것을 나는 매일 반복했다.


매일 매일 반복되는 거대한 노동..



에너지 넘치는 복주의 기운을 발산시키고 좀더 넓은 공간에서 자유롭게 뛰놀게 해주기 위해 베이비 카페를 가보기로 했다.


코로나 때문에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요즘은 백신패스에 예약제로 소규모인원만 수용하며 운영하는 곳이 많아서 한번 가보기로 했다.


지역 맘카페에서 리뷰가 가장 많은 베이비 카페를 찾아 복주를 데리고 갔다.


운동 삼아 복주를 유모차에 태워서 20분을 걸어서 갔다.

겨울이라 꽁꽁 싸매서 유모차에 태운 복주

유모차에서 잠든 복주를 보며, 집에서 유모차를 태울 땐 절대 안 자더니 밖에서 유모차를 태우니 이렇게 잘 자는구나 싶어졌다.


넓은 베이비 카페에 들어가자 일단 숨통이 확 트이는 것을 느꼈다.


빼곡한 장난감들로 가뜩이나 좁은 집이 더 비좁게 느껴지는 우리집과 달리, 수많은 장난감들이 있으면서도 널찍하게 확 트인 놀이공간과 아기가 기어다니고 걸을 수 있는 공간을 보자 속이 뻥 뚫리는 듯했다.


복주도 신이 나서 베이비 카페를 분주하게 기어다니며 새로운 장난감들을 탐색했다.


집에서는 기어다닐 공간도 부족하고 부딪힐 만한 장애물들, 더러운 물건, 높은 곳에 위치한 물건, 위험한 물건들도 있었는데 이곳에서는 넓은 공간에 위험한 물건도 없었다.


집에서는 복주를 쫓아다니면서 혹시나 어디 부딪치지 않을까, 실내화나 화장실 앞 발수건을 빨지 않을까,  빨래 바구니를 쏟지 않을까, 책장에 책을 꺼내다가 책에 부딪치지는 않을까 걱정하며 케어해야 했지만 이곳에서는 나도 마음놓고 복주가 돌아다니게 할 수 있었다.


베이비 카페! 그곳이 너와 나를 자유케 하리라.


넓은 공간에서 수많은 장난감들을 이용해서 복주와 놀아주니 육아 난이도가 확 내려가는 것을 느꼈다.


코로나 문제, 교통 문제, 비용 문제만 아니면 매일 베이비 카페에 출근해서 낮시간 동안 여기서 맨날 케어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베이비 카페에서 육아를 하는 장점>


1. 밥을 내가 해먹지 않고 시켜서 먹으니 이렇게 편할 수가 없다.

(No 상차림, No 설거지!)


2. 아이 혼자서도 잘 놀 수 있는 환경

집에서 놀 때면 엄마한테 끊임없이 달라붙어서 칭얼대고 엄마를 괴롭히던 복주가, 이곳에서는 혼자 이곳저곳 기어다니며 물건들을 탐색하고 장난감을 오래 오래 갖고 놀면서 혼자서도 즐겁게 잘 노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3. 다양한 장난감 체험

살까말까 고민 중이던 장난감을 체험해 보면서 복주가 이 장난감을 얼마나 좋아하고 잘 갖고노는지 확인해 볼 수도 있었다.


4. 아이게만 온전히 집중하는 육아

집에 있으면 온갖 집안일 거리가 눈에 보여서 육아에 온전히 집중하기 어렵다. 빨랫감을 보면 개야 할 것 같고, 쌓인 그릇을 보면 설거지해야 할 것 같고, 쌓인 먼지를 보면 청소해야 할 것 같고..


이곳에서는 집안일을 안 해도 되고(못하고) 아기와 몸으로 놀아줄 수 있는 충분한 공간과 부드러운 소재의 놀이가구들도 많이 있어서 아기에게만 온전히 집중해 줄 수 있었다.


5. 다른 아기 엄마들과 커뮤니케이션 가능

비슷한 개월수의 다른 아기 엄마들과 자연스럽게 대화의 물꼬가 터지면서 집에서보다 훨씬 덜 심심하게 육아할 수 있었다.


복주의 본명은 박시우인데 내가 베이비 카페에 도착해서

"가라,박시우~!"

라고 외치며 시우를 내려 놓자 앞에 있던 엄마가

"이름이 뭐라구요? 박시우? 얘는 박시후예요~"

라면서 대화가 시작되었다.  (흔한 이름의 장점?)

6. 넓은 공간에서 걸음마 연습 가능

집에서는 너무 좁아서 걸음마 보조기를 밀면서 걷다보면 장애물에 자꾸 부딪혀서 걷는 연습을 하기 어려웠는데, 이곳에서는 복주가 마음껏 보조기를 밀면서 사방팔방 종횡무진할 수 있었다.



이곳에서 특히 좋았던 장난감은 퍼니존이라는 브랜드에서 나온 유아 놀이가구를 이용해서 놀아주는 것이었는데, 터널과 미끄럼틀이 연결된 가구에서 복주와 놀아줄 때 복주도 나도 행복했다.


퍼니존 터널을 나오며 환하게 웃는 복주


터널의 계단 끝에 복주를 놓고 터널 반대편 미끄럼틀 끝에 내가 앉아서 "복주야!"하고 부르면,


복주는 터널의 구멍 속에서 내 얼굴을 쳐다보며 천사 같은 미소를 환하게 지었다.


"복주야, 엄마한테 와."


내가 두 팔을 벌리며 말하자 복주가 생글생글 웃으며 내게 기어 왔다.


보름달 같은 미소를 환하게 지으며 엄마를 향해 열심히 돌진하는 복주의 모습, 미끄럼틀을 타고 슈욱 내려가면서 꺄르륵 웃음보가 터지는 복주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 역시 행복으로 가슴이 충만해지는 것을 느꼈다.


장난감 집에 복주를 들어앉혀 놓고,


"똑똑똑. 거기 복주 있어요? (문을 열며) 안녕하세요! 엄마예요~"


하면 두 손으로 문을 활짝 열어젖히며 환한 미소로 나를 쳐다보는 복주가 귀여웠다.


베이비 카페에서 육아를 하자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나도, 복주도 너무 좁은 공간에서 갇혀 있었구나.


그동안 복주를 너무 닭장 같은 공간에서만 비좁게 키운 것 같아서 미안해졌다.


베이비 카페에서 활개치며 즐겁고 자유롭게 다니는 복주는 처음으로 넓은 들판에 나와 방목된 닭 같았다.


베카에서 자유롭게 다니는 복주


그렇게 베이비 카페에서 보낸 육아 시간이 정말 즐거웠던 나는 주말에 남편과 함께 복주를 좀더 큰 베이비 카페에 데려가 보기로 했다.


그래서 간 곳..!  베이비엔젤스.


송도 베이비엔젤스

그곳은 아기 풀장도 있어서 처음으로 복주에게 수영을 경험시킬 수도 있었다.


차안에서 잠을 자다 일어나 깨어보니 넓은 베이비 카페에 와있게 된 복주는 처음에 어리둥절해서 사방을 두리번두리번 거렸다.


그리고 이내 신이 나서 이곳저곳 기어다니면서 장난감을 만져 보았다.


핀스크린, 붕붕카 도로 등 집에서는 접하기 힘든 놀이기구도 있어서 좋았다.


핀스크린과 붕붕카 도로
꼬마 기차를 탄 복주

꼬마 기차를 타고 빙글빙글 돌면서 사방을 두리면거리며 호기심 어린 얼굴로 카페를 둘러보는 복주가 귀여웠다.


수영장에서의 복주가 특히 너무 귀여웠는데, 다른 아기들이 엉엉 울면서 물을 무서워하는 것과 달리 복주는 처음에만 무서워하며 칭얼거리고 두손으로 난간을 꼭 잡다가 이내 곧 적응해서 열심히 물장구를 치며 까르르 수영을 즐겼다.



복주가 너무 능숙하게 수영하는 모습을 보여 직원이 "아기가 수영장에 자주 왔었나봐요~"라고 말할 정도였다.


처음에는 복주에게 목튜부를 씌어 주었는데 복주가 어느새 키가 많이 자라서 발이 수영장 바닥에 닿을 정도였다. 또 물에 너무 깊숙이 잠기다보니 복주도 더 무서워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상반신이 나오는 일반 튜브로 바꿔 주었더니 복주는 더 즐겁게 수영을 했다.


수영장의 다른 아기와도 눈웃음을 주고받으며 즐겁게 수영하는 복주의 모습을 보니 내가 더 즐거워졌다.


신혼여행 때 바다가 보이는 예쁜 풀빌라 리조트에서 마음껏 수영을 하며 즐거웠던 그때 이상으로 복주의 수영을 바라만 보는 것만으로도 내가 수영하는 것처럼 대리만족이 되는 것 같았다.


이래서 아이가 잘 먹는 것만 봐도 엄마는 배가 부른다고 하는 거구나...


앞으로 복주가 성인이 되기 전까지 복주를 데리고 이곳저곳 많이 놀러다닐텐데, 그때마다 복주가 처음 보는 신기한 풍경과 처음 경험하는 재미있는 놀이들에 이렇게 얼굴에 웃음을 띄며 즐겁고 행복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나 역시 참으로 행복할 것 같았다.


네가 행복하다면 나도 행복해, 복주야..



베이비 카페에 다녀온 날 복주는 정신없이 깊은 잠에 골아떨어졌다.



집에 와서 눈을 감고 상상을 해보았다.


베이비 카페처럼 넓은 집을..


마당이 있는 전원주택의 넓은 집이 있었으면 좋겠다.


마당에는 트램폴린도 있고 키즈풀장도 있고 뛰어다닐 수 있는 잔디밭도 있다.


넓은 방들이 많이 있어서 방 하나에는 퍼니존 유아 가구들을 들여 놓거나, 대형 에어바운스 장난감을 들여놓아서 미끄럼틀과 터널, 정글짐, 볼풀장이 있는 그런 놀이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또 하나의 방은 온전히 아기의 침실방으로 사용해서 예쁘게 침대를 꾸며 주고 알록달록 귀여운 디자인으로 아기방을 꾸며 주었으면 좋겠다.


거실은 놀이공간이 아니라 예전 우리집처럼 멋진 우드슬랩이 있는 북카페처럼 꾸미고 싶다.


그러고도 방이 남아서 지금처럼 나와 남편의 컴퓨터 작업공간이자 책들을 둘 수 있는 서재도 유지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늘어나는 옷들을 넉넉하게 보관할 수 있는 드레스룸도 제대로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갑자기 넓은 집에 대한 욕망이 샘솟듯 솟구쳐서 남편에게 슬쩍 운을 떼어 보았다.


"자기야, 혹시 이 집 전세 놓고 몇 년만 좀더 넓은 아파트나 전원주택 가서 살아볼 생각 없어?"


"어휴, 이사 번거로워. 돈도 많이 들고."


단칼에 거절당했다.


그래.. 이사도 쉬운 일은 아니지.


좁은 공간이지만 지금 내가 가진 공간에서 좀더 행복해질 방법을 찾아야겠다.


부피 큰 장난감들과 불필요한 내 물건들을 최대한 처분하고 좀더 넓은 공간에서 아기를 마음껏 기어다니게 하면서 놀게 해주어야겠다.


더 많은 옷들과 책들과 물건들을 과감하게 버리고 더 넓은 공간을 만들어 보자.


그러면서 오늘처럼 어쩌다 베이비 카페에 다니면서 놀게 해주는 것으로 만족하자.



좁은 공간에서 아기를 키우는 대부분의 부모들처럼, 나 역시 상상의 나래로만 육아에 최적합화된 이상적인 주거 공간을 머릿속에 그려보며 좁은 우리집에서 아기와 부대끼며 오늘도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본다.

 

아들, 코로나가 괜찮아지면 좀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러 나가 보자.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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