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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주 엄마 Mar 04. 2022

밤수 끊고 통잠 재우기 프로젝트(2)

나는야 수면교육 전문가

수면교육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수면교육 책들을 정독하고, '금쪽같은 내새끼'에서 수면교육 편을 남편과 함께 집중해서 보았다.


금쪽같은 내새끼 8화에서는 배우 이태규와 프랑스인 올리비아가 낳은 루나라는 딸 아이에게 수면교육을 하는 영상이 있었는데, 마치 나와 남편을 보는 것 같았다.


엄격하게 수면교육을 시켜서 바른 루틴을 만들어 주자고 주장하는 나와 아기가 우는 게 불쌍해서 도저히 못 참겠다는 남편..


남편의 입장을 물론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나 역시 같은 이유로 지금까지 계속 수면교육을 미뤄 왔으니까..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미룰 수는 없었다.


금쪽같은 내새끼 8화는 여러 가지로 배울 점이 많았는데, 엄마 올리비아가 수면교육의 그야말로 정석을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올리비아는 낮에는 아이가 충분히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도록 자연 속에서 충분히 몸으로 놀아주었고, 저녁이 되면 딱 정해진 시간에 목욕을 시키고 독서를 하고 베이비 마사지를 해주면서 일관된 수면의식을 매일 진행했다. 그런 후 아기 혼자 잠드는 연습을 할 수 있도록 굿나잇 키스를 해주고 바이바이~!


'수면의식'의 중요성에 대해서 아주 많이 책에서 읽었지만 이렇게 직접 눈으로 보니 더욱 와닿는 느낌이었다. 수면의식을 더욱 일관성 있게 제대로 수행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3세가 된 올리비아의 딸 루나가 말하는 것을 보았때는 복주가 말을 한다면 아마 저런 말을 하지 않을까 싶어서 서글펐다.


루나는 엄마가 혼자 자기를 두고 방을 나서자, 루나는 찢어질 것 같은 목소리로 "엄마가 재워줘~ 엄마가 여기에서 지켜줘 ㅠㅠ 엄마가 여기에서 지켜줘 ㅠㅠ"라면서 세상 서럽게 울먹였다.

그 울먹이는 목소리의 톤과 억양이 복주의 그것과 너무 똑같아서 복주도 말을 할 줄 안다면 저렇게 말하면서 울 것 같았다.


코끼리인형과 대화하는 장면에서 루나는 이렇게 말했다.


(언제가 가장 슬퍼? 라는 코끼리 질문에) "혼자 잘 때.. 계속 깨어나. 혼자 있어서.. 혼자 잠드는 건 안 좋아."


어제 복주가 40분 간 그렇게 울던 게 저 말을 하려고 했던 거였구나 싶었고, 루나도 복주도 모두 안쓰럽고 불쌍해서 눈물이 나왔다.

혼자 잘 때가 가장 슬프다는 루나(32개월)


하지만 그렇다고 수면교육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아기 때 잘 자지 못하는 아이는 성장호르몬이 제대로 방출되지 못해서 키가 제대로 크지 못할 수 있고, 주의력이 떨어지고 충동 억제가 잘 안 되어 ADHD 가능성이 높아진다.


수면교육이 혹시나 아기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을까 해서 논문들을 검색했지만 아기를 울리는 수면교육이 아기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논문은 검색되지 않았고, 반대로 제대로 통잠을 자지 못하는 아기, 밤에 자꾸 깨고 깊게 자지 못하는 아기, 밤잠 시간이 짧은 아기들이 유의미하게 ADHD에 걸릴 확률이 높고 지능 발달과 면역력 조절에 방해를 받는다는 논문만 잔뜩 검색될 뿐이었다.


또한 어릴 때 수면장애가 있었던 아기는 커서도 불면증에 시달리며 수면장애로 평생 고생할 수 있다는 내용도 있었다.


나 역시 아기였을 때 잘 자지 못하는 문제로 부모님을 크게 힘들게 했다고 하는데, 성인이 되어서도 불면증 문제가 아주 심각해서 오랫동안 고통 받아왔기 때문에 불면증으로 인한 불편과 고통이 어느 정도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복주에게 이런 고통을 대물림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독하게 수면교육을 하기로 하고, 복주와 나의 라이프 스타일을 완전히 바꾸었다.


스텝 1. 일관성 있는 하루 루틴 만들기


그전까지는 복주가 일어나는 시간이 기상 시간이었고, 복주가 잠드는 시간이 취침 시간이었다. 복주가 배고프다고 울면 밥 주는 시간이었고, 복주가 칭얼대면 낮잠을 재웠다.


그야말로 아기에게 끌려다니는 삶이었다.


그러다보니 복주에게는 일관된 루틴이라는 게 없었다.


루틴이 없던 이유는 1분이라도 복주가 더 자주면 그걸로 너무 감사했기 때문에 억지로 깨우지 못하는 것도 있었고, 복주가 너무 무거웠기 때문에 졸리지도 않은데 오랜 시간 안고 어르면서 억지로 일정한 시간에 재우는 것도 힘들어서 못할 짓이었기 때문이었다.


또 나는 언제나 만성 피로에 시달리고 있었기 때문에 루틴까지 챙겨가며 깐깐하게 육아를 할 여력도 에너지도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지기로 했다.


아침 8시가 되면 복주를 깨웠다. 복주를 일찍 재우기 위해서는 일찍 일어나야 했다. 일찍 자는 아기가 더 오랫동안 잘 잔다는 말은 어느 책에나 있었다.


아침 8시가 되면 창문을 활짝 열어 복주에게 환한 빛을 눈에 쏘아 주면서 14시간 후에 수면유도하는 역할을 할 멜라토닌이 분비되도록 했다.


처음에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복주라서 이렇게 깨웠지만 일찍 잠을 재우면서 복주가 알아서 아침 일곱시면 기상을 했기 때문에 3일만에 깨울 필요가 없어졌다.


아침 7시 기상, 수유 / 아침 9시 이유식 / 오전 11시 낮잠(30분~1시간) / 오후 12시 이유식 / 오후 3시 반 낮잠(1시간~2시간) / 오후 4시 간식 / 오후 6시 반 이유식 / 오후 7시 15분 목욕 / 7시 30분 수면 의식~재우기 / 오후 8시 밤잠 시작  


이렇게 하루 스케줄을 짜고 이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낮잠 자는 시간과 아침 기상 시간은 완전히 맞추기가 어려웠지만 밥 먹는 시간과 밤잠 재우는 시간은 무조건 맞출 수 있도록 노력했다.


이렇게 루틴에 맞추어 생활하자 시간이 지날수록 복주는 정해진 시각이 되면 잠들지 않고는 못배기게 되었고 잠을 재우는 것이 점점 더 수월해졌다.


다만 기상 시간이 아직 랜덤해서(새벽 5시 반~아침 7시 반 사이에서 랜덤하게 일어나고 있다) 고민이다.


너무 늦게 일어나는 것은 깨우면 되지만 너무 일찍 일어나는 것은 조절이 힘들었다.


그래도 일곱시 전에 일어나면 토닥여서 다시 재우려고 노력하다보니 조금씩 기상 시간이 늦춰지는 듯 하다.


복주가 매일 열한 시간 이상 밤잠을 자게 하는 것이 목표이다.


 스텝 2. 일관성 있는 수면 의식 만들기


사실 나는 수면의식이랄 만한 것이 없었다. 겨울이라 땀도 안 나는데 뭐하러 목욕을 뭐하러 매일 시키냐는 남편의 말에 따라 2~3일에 한번 꼴로 목욕을 시키고 있었고(똥 쌀 때마다 엉덩이는 깨끗하게 물로 씻어 줬지만), 동화책 읽어주기도 안 해 베이비 마사지도 안 해 똑같은 음악을 일관되게 틀어주지도 않아..


그야말로 수면의식이 엉망똥망이었다.


수면의식을 제대로 해보기로 하면서 완전히 똑같은 방법으로 일관성 있게, 그리고 충분한 시간을 들여서 수면의식을 시도했다.


< 일관성 있는 수면 의식 단계 >

1. 저녁 이유식을 다 먹인 후, 소화할 시간으로 30분 정도를 준다.

2. 따뜻한 물에서 목욕을 한다. 탕 안에서 아기가 장난도 치고 따뜻한 물에 몸이 이완될 수 있도록 한다.

3. 아기에게 로션을 발라준 후 베이비 마사지를 한다. (베이비 마사지를 하면서 아기와 눈을 마주치며 다리 관절을 꾹꾹 눌러주는데 복주가 너무 좋아하면서 꺄르륵 웃어서 이 시간이 너무 좋았다. 이렇게 좋아하는 걸 그동안 왜 안해줬을까 후회스러울 정도였다.)

4. 동화책 한 권을 읽는다.

5. 불을 끄고 암막 커튼을 쳐서 완전히 어둡게 한 후 매일 들려주는 똑같은 자장가 음악을 튼다.


원래는 복주를 재워주면서 노래를 불러주곤 했는데 그러다보니 매일매일 불러주는 노래가 달라지고는 해서 수면인형을 사용하게 되었다. 블루래빗에서 나온 '러블리 부'라는 인형을 사용하니 매일 똑같은 오르골 자장가 음악을 손쉽게 들려줄 수 있어서 수면의식을 진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이제는 이 음악을 들으면 나까지 잠이 오고는 한다;;ㅎㅎ)


스텝 3. 분리 수면 하기


복주가 범퍼 침대를 넘나들 수 있게 되면서부터 혹시나 방안의 물건들에 부딪히거나 줄을 잡아당겨 뭔가를 떨어뜨리거나 범퍼 침대를 넘다가 바닥에 콰당 부딪히거나 할까봐 걱정이 되어서 복주와 함께 자게 되었다.


그런데 복주와 함께 자다보니 복주가 자다가 깨서 칭얼거릴 때 바로 반응하게 되고, 또 나도 잠결에 졸리다보니 빨리 복주를 재우고 다시 자고 싶어서 젖을 쉽게 주다 보니 복주의 잠 패턴이 더욱 망가져 버렸던 것 같았다.


그래서 복주와 같이 자지 않고 분리 수면 하기로 했다. 그래야 더욱 느리게 반응하는 '잠깐 멈추기'를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 테니까..


복주가 넘나들 수 없는 높은 가드의 범퍼 침대를 구입하고 복주를 혼자 재웠다.


범퍼 침대는 푹신푹신해서 자다가 벽에 부딪혀도 아프지 않을 것 같았고 복주가 안전하다고 우리가 안심할 수 있었기 때문에 마음 놓고 분리수면을 할 수 있었다.


범퍼 침대를 놓고 베이비캠을 설치해서 핸드폰으로 방 안을 들여다 볼 수 있게 했다.


스텝 4. 통잠을 방해할 만한 모든 요소 없애기


온도는 언제나 일정하게 22.5도, 습도는 60%. (귀찮아서 켜지 않던 가습기를 다시 틀기 시작했다.)


창문으로 찬 바람이 최대한 들어오지 않도록 뾱뾱이로 창문을 막았다.


그리고 벽과 범퍼 침대 사이에는 기존에 쓰던 범퍼 침대의 매트리스를 사이에 두고 세워 놓아서 최대한 찬 바람을 막았다.


아기가 철분이 부족하면 잠에서 자꾸 깨어날 수 있다고 해서 철분제를 새로 구입했다. (원래 이유식에 넣어서 먹이던 철분제가 있었는데 맛이 너무 비릿해서 그것만 넣으면 이유식을 복주가 하도 안 먹으려 해서 철분제 먹이는 걸 잘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찾아보니 딸기맛의 맛있는 철분제가 있어서 그걸로 새로 주게 되었다. 철분제 이름은 '닥터라인 헤모키즈 유아 철분제')


또 바닥이 충분히 푹신푹신하지 않고 딱딱하면 잠에서 잘 깬다고 해서 범퍼 침대 크기에 딱 맞는 두꺼운 토퍼를 주문해서 깔았다. 그리고 토퍼 위에 또 이불을 깔고 요를 깔아서 최대한 푹신푹신한 환경을 만들어 주었다. (복주는 이제 10개월이 되어서 영아돌연사 위험성은 없기 때문에 푹신푹신한 환경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직 어려서 되집기를 못한다면 질식사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푹신푹신한 침구는 안 된다고 한다.)


스텝 5. 아가가 자다가 깼을 때 개입 최소화하기


아기가 자다가 깼을 때 무작정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기다리는 건 너무 힘들어서 10분이라는 시간을 정해놓고 기다리기로 했다.


어쩌면 작정하고 한 두시간 울렸으면 책에서 말하는 대로 수면교육에 더 빨리 성공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그렇게 독하지는 못해서 10분 후 아기에게 달려갔다.


10분을 기다리다보니 그 10분 안에 아기가 다시 잠든 적도 여러 번 있었다.


이전에도 아기가 울 때 바로 반응하지 않는 '잠깐 멈추기'는 꾸준히 했지만 그래봐야 30초~2분 정도밖에 안 됐었다.


10분을 기다리다 보니, 아기가 3분~5분 정도 울고 자는 것도 볼 수 있었다.


아마 그전 같으면 이런 금세 사그러들 울음까지도 일일이 반응을 했을텐데, 10분을 정해 놓으니 이런 울음은 흘려보낼 수 있었다.


아기들에게는 이렇게 울고난 후 다시 잠드는 경험이 수면 싸이클과 싸이클을 스스르 연결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는 중요한 연습이 된다고 한다.


10분 넘도록 아기가 울면 달려가되, 개입은 최소화했다.


앉은 채로 아기를 끌어안고 진정될 때까지 등을 토닥였고 진정되면 다시 눕혔다.


개입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나중에는 조금만 토닥여도 다시 잠이 들었고 수면교육 2주 후에는 새벽 5시 이전에는 한번도 깨지 않고 통잠을 내리 잤다.


스텝 6. 바람직하지 않은 수면 연상 모조리 없애기(=눕혀서 재우기)


통잠을 재우는 것은 바람직한 수면 연상이 자리잡히는 것과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고 한다.


수면 연상(아기를 잠들 게 만드는 무엇. 엄마의 안아줌, 젖 물고 빨기, 짐볼에서 안고 흔들기 등)이 바람직하지 않으면 아기는 자다가 일어났을 때 다시 잠들지 못한다고 한다. 자기가 잠들었던 그 환경에 있어야만 다시 잠들 수가 있고 스스로 잠드는 방법을 익히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통잠을 못자는 아이들은 대개 바람직하지 않은 수면 연상을 함께 가지고 있다.


복주가 중간에 깼을 때 다시 스스로 잠들게 하기 위해서는 바람직하지 않은 수면 연상을 없애야만 했다.


복주는 안아서 재우기로 오랫동안 수면 연상을 가지고 있었는데 수면 교육을 하기 직전에는 젖물잠으로 수면 연상이 이동하고 있었다.


수면교육 직전에 복주가 1~2시간 간격으로 갑자기 너무 많이 깨게 된 것은 어쩌면 수면 연상이 젖물잠으로 이동했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었다.


젖물잠이 심해지자 밤에 깨어났을 때 밤수를 찾는 경우가 많아졌고, 밤수를 자꾸 하다보니 기저귀가 젖어서 기저귀 때문에 또 깨고, 다시 잠들기 위해서 다시 젖을 찾고... 완전히 악순환이었다.


이제는 복주가 아무리 울어도 젖으로 재우지도, 안아서 재우지도 않기로 했다.


복주를 눕혀서 재우기 위해서 기나긴 울림이 시작되었다.


수면교육의 가장 큰 난관이자, 언제나 나를 포기하게 만들었던 것.. 그것은 바로 아기 스스로 잠들게 하는 것이었다.



('아기를 스스로 잠들게 만들었던 과정'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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