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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복주 엄마 Nov 02. 2023

책육아 만렙 고수,엄마표 교육의 달인으로부터 받은 조언

30개월 이상 아기의 책육아를 위한 책추천 리스트

엄마표 영어를 좀더 집중적으로 복주에게 하자고 마음 먹은 순간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1. 영상 노출의 한계


30개월 동안 복주는 아주 특별한 경우(할머니 댁에 맡겼는데 할머니가 보여주신다든가, 손톱 깎아야 하는데 너무 거부를 한다든가)를 제외하고는 영상 노출을 거의 하지 않았다.

이제 30개월이 되었으니 하루에 20~30분 정도는 괜찮겠지, 라고 생각하고 최근 2주 가량 영상 노출(영어)을 시작하였는데..


아뿔사, 맨 처음부터 너무 자극적인 페파피그로 가서였던 것일까..?

페파피그는 화면도 빠르고 정신없이 내용이 흘러가서 영상이 상당히 자극적인 것 같았다.

덕분에 복주는 정신없이 영상을 보았는데, 영상을 끄면 더 보여달라면서 울면서 징징댔다.

그래서 이번에는 좀더 표현도 쉽고 덜 자극적인 '마메모 시리즈'의 DVD를 보여주었는데..

너무 장면만 나오고 대화는 거의 없어서 영어 흘려듣기의 효과가 적어 보였다. 내용도 단조롭다보니 복주가 이거 틀지 말라고 난리를 친다.

결국 잉글리시에그의 DVD를 틀어주게 되었는데, 그것도 화면이 단조롭다보니 복주가 이거 말고 다른 거 보여달라고 난리를 친다. (DVD플레이어의 버벅거림으로 인해 화면을 트는 데 버퍼링이 오래 걸리는 것은 덤)

애초에 처음부터 잉글리시에그 정도로 시작했으면 좋았을 것을..(잉글리시에그는 엄청나게 비싼 전집이지만 운좋게도 친구로부터 물려받았다.. 잉글리시에그는 안에 나오는 회화 표현도 자연스럽고 내용도 재밌는 편이었으며, 단계별로 같은 내용이 더 심화되어서 책이 나오는 것이 좋았다.)


게다가 영상노출을 시작했다는 심리적 압박 때문인지는 몰라도 복주의 집중력이 예전같지 않아 보였다.


책을 읽어줄 때 두 시간 가까이나 꼼짝 앉아서 내가 지쳐 나가 떨어질 때까지 책을 더 읽어달라고 보채며 집중해서 독서를 하던 아이가, 최근에는 몸을 이리꼬고 저리꼬면서 지루해 하기도 했고, 책을 읽어달라는 횟수나 집중하는 시간도 줄어든 느낌이었다.


맥락으로 영어를 익히게 하려면 영상이 효과적이기는 한데 아직 30개월인 복주에게는 좀 이르게도 느껴졌다.


그래서 당분간은 영상 노출을 멈추고 36개월 이후에 영상 노출을 조금씩 더 시도해 보기로 방향을 바꿨다.


2. 영어책의 한계


복주는 이제 제법 복잡한 수준의 한글동화들을 읽고 있다보니 예전부터 들여놨던 영어책들은 너무 쉬운 내용들이 많아서 복주가 재미를 느낄 만한 내용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복주의 인지 수준에 맞는 영어동화를 가지고 오면 표현이 너무 어려워서 그 또한 거부했다.


급기야 어제는 처음으로 "엄마, 영어로 말하지마!"라고 외치는 복주의 외침을 듣고야 말알다..



그래서 오늘 나는 육아의 달인, 내 사촌언니에게 SOS 전화를 했다.


언니는 책육아와 영유아 교육에 있어서 정말이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열혈엄마였다.

영어유치원에도, 영어학원에도 보내지 않고 엄마표 영어수업과 수학수업, 온갖 교규 수업만으로 아이의 모든 발달을 이끌었고, 영어유치원을 나온 웬만한 아이들보다 훨씬 영어를 잘하는 수준으로 자식을 이끌었다. (언니가 일곱살이 된 조카를 데리고 처음 김포에 있는 한 영어학원에 가서 레벨테스트를 받았을 때 영어학원에서는 개원 이래 이렇게 영어를 잘하는 일곱살은 처음이라고 극찬하면서, 엄마표만으로 정말 이런 수준에 온 것이 맞느냐, 어떻게 교육시키는지 내 쪽에서 먼저 좀 배워야겠다고 했다고 한다..;)

여섯 살 때 했던 웩슬러 검사에서는 상위 0.1%의 지능 수준을 보여 언어발달 뿐 아니라 다른 영역에서도 고루 뛰어난 발달 수준을 보였다. 조카는 이후 영재원에 다니기도 했는데, 만날 때마다 아이답지 않은 똑똑함으로 늘 나를 놀라게 했다.


물론 조카의 타고난 뛰어남도 없을 수는 없겠지만, 언니가 치열하게 교육했던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이지 언니의 교육이 아이의 발달을 이끄는 데 한몫 단단히 했다고 생각했을 수밖에 없었다. (조카 스스로도 자기가 영재 테스트나 지능 테스트를 받을 때, 테스트에서 마주쳤던 어떤 어떤 문제들은 언니와 했던 어떤 어떤 교구 수업이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언니는 인스타와 유튜브, 책육아 카페의 모든 정보를 검색해서 최적화된 커리큘럼, 엄마표 프로젝트를 찾아내어서 그 프로젝트에 따라 발달연령에 맞는 엄마표 교규 만들기, 책 구입해서 읽어주기, 발달 놀이하기를 끊임없이 했다.


나는 나의 게으름과 의지 부족 등으로 인해 휴직 중인 상태에서도 언니처럼 할 자신은 예전부터 없었지만, 그래도 언니가 하는 교육의 그 반의 반의 반이라도 따라가보려고 생각하고는 있었는데, 누구보다도 많은 엄마표 책육아 경험을 통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언니였기 때문에 언니는 내가 육아에 대해 질문하면 언제나 수많은 유용한 정보들을 전해 주었고 언니가 해주는 조언은 늘 값지고 귀했다.


오늘은 그 조언들을 브런치에 대량으로 방출해 보고자 한다.


나) 언니, 복주가 영어책 읽는 걸 거부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언니) 30개월 즈음에는 모국어 능력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시기라서 모국어로 읽고 말하는 데 한참 재미를 들이고 있을 때인데 영어라는 인풋을 또 접해서 혼란스러운 것일 수 있어. 영어를 거부하면 거부하는 대로 너무 걱정하지 말고 그냥 아이가 영어책 읽기를 원할 때까지 내버려 둬. 일단 무엇보다 아이가 좋아할 만한 영어책을 찾아주는 게 핵심이야. 아이의 관심사, 예를 들어 자동차든 동물이든.. 그런 관심사를 잘 파악해서 그림도 잘 나와 있고 아이 수준에도 맞고 그림으로 내용에 대한 맥락 파악이 어느정도 될 수 있는 영어책을 잘 골라야 해. 책육아의 핵심은 책 선정이야. 인터넷 검색도 하고 매년 여름과 가을에 열리는 유아교육전 같은 데 쫓아다니면서 아이에게 적합한 영어책 선정을 정말 잘 해야 돼. 한국에서 만든 영어책보다는 영어 원서로 나온 동화책을 읽어주는 게 훨씬 표현이 좋아. '웬디북'이라는 사이트에 가면 영어원서를 전문으로 많이 취급하고 있으니까 거기서 책들을 둘러보는 것도 좋고, 유교전에서 영어 원서를 많이 소개해 주니까 거기도 가보는 걸 추천해.

(마침 검색을 해보니 오늘 11월 2일부터 5일까지 코엑스에서 유교전이 열리고 있었다..)


나) 영어동화책은 어떤 걸 보는 게 좋을까?

언니) 처음에 잘 모르겠으면 픽토리 세트 같은 거 사도 괜찮아. 유튜브에 니콜쌤 검색해서 쌤 영상 다 찾아봐봐. 난 전에 니콜쌤이 하시는 엄마표 프로젝트를 참여한 적이 있어서 그때 수업도 듣고 자료도 받았는데, 지금은 그런게 없네~ 그래도 쌤이 말하는 엄마표 영어와 방법들이 너무 좋으니까 찾아봐!

나) 언니, 아무래도 영어책은 그림만 나와 있으니까 읽어줄 때 아이가 맥락으로 내용을 이해하는 게 쉽지 않은데 어떻게 해야 해?

언니) 일단 그림을 짚어주면서 최대한 그림으로 뜻을 유추할 수 있는 어휘들을 말해주고, 그 그림들에 대해서 아이와 한국어로도 괜찮으니 small talk를 해봐. 그러면서 그림이 암시하는 이야기의 맥락에 대해서 아이가 스스로 유추할 수 있게 해줘. 그리고 그림들을 가리키면서 영어책을 아주 재미있고 실감나게 읽어줘. 너의 목소리, 톤, 표정, 온갖 손짓 몸짓 제스처 다 총동원해서 아이가 영어문장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짐작하게 해줘야 돼. 니콜쌤 인스타에 실제로 쌤이 아이들한테 읽어주는 릴스도 몇개 있거든!! 아이가 한 말에 어떻게 리액션하면서 읽어주는지 참고하기 좋을거야~ 니콜쌤이 읽어주는 책 중에 내가 갖고 있는 건 다 줄테니까 연습해서 읽어줘봐. 이렇게 읽어줘서 재미없어하는 애 아직 못봤어.


나) 지금 복주는 여태까지 너무 창작동화나 전래동화 등 재미있는 스토리 위주로 읽힌 것 같아서 요즘에는 수학동화, 과학동화, 자연관찰 같은 지식책을 많이 읽히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해?

언니) 수학동화, 과학동화는 조금 이르지 않을까..? 일단 그 시기에는 책에 대한 흥미를 느끼는 게 중요하니까 창작동화를 많이 읽어주는 게 좋을 것 같아. 자연관찰은 지금 시기에 읽어주는 거 강추해. 특히 결이 다른 전집, 예를 들면 아람의 자연이랑과 그레이트북스의 놀라운 자연 같은 전집을 두 개 들여서 서로 비교해 가면서 읽어주는 것도 좋아. 6-7세쯤에는 탄탄와이드로 업그레이드 해주고.


나) 한글책도 추천해 줄 수 있어?

언니) 비룡소 사각사각 그림책, 그레이트북스 도레미곰, 차일드애플, 프뢰벨 영아테마동화, 이거 다 읽고 5세쯤에는 프뢰벨 테마동화1은 꼭 읽히길 추천해!! 책이 너무 좋아. 사파리 그림책, 상상수프, 토틀피카소, 글끼말끼, 키즈엠시리즈, 바나나세계창작 정도를 추천해. 이건 창작책들이고 전집이지만 각각의 단행본을 모아놓은 전집들이야~ 이렇게 읽다보면 아이가 좋아하는 작가나 출판사책들이 보일거고 그럼 그 작가의 다른책이나 그 출판사의 다른 라인들도 살펴보면 도움이 될거야. 지금은 영역별 지식책보다는 무조건 창작을 많이 읽는게 제일 좋구~ 세계창작 국내창작 일본창작 다 정서와 결이 다르니 고루 읽히면 좋은거 같아!!

수학동화는 지금보기엔 수담뿍이나 빅키즈 수학 정도? 4세 하반기나 5세쯤 수학공룡 들이면 될거같아~ 지금은 자연관찰이랑 창작,생활동화 많이 읽기!!

지식책들은 아이의 독서수준에 따라 빨리 들일 수도 있는데 수학공룡-알파짱수학-꼬마수학뒤집기 이런 라인으로 가면 괜찮구...과학도 만3세 후반쯤 과학공룡-꼬마과학뒤집기로 보면 괜찮을거야. 과학공룡 구입할 때 물아저씨 시리즈랑 매직스쿨버스가 소전집으로 왔는데 책이 좋았어! 근데 이건 우선 만3세 중반은 되어야 할듯~

더 많은 책들 정보는 호통맘카페에 복주 개월수를 넣어서 검색해봐~ 추천도 많고 댓글도 많으니까!! 앞으로 봐야하는 책들을 사는거니까 지금 시우 개월수보다 플러스해서 검색하면 정보가 아주 많을거야!! 뺑구닷컴도 정보가 많이 있는데 거기는 영유아보다는 초등책육아 정보가 좀더 많아.


나) 교구는 어떤 걸 써야 해?

언니) 가격이 부담되지 않고 활용 방법을 잘 찾아볼 수 있거나 수업을 받으러 센터에 다닐 수 있다면 프뢰벨 은물이나 몬테소리 교구도 좋지만.. 나는 그거는 가성비가 별로인 것 같아서 그냥 인터넷의 엄마표 프로젝트에서 추천하는 대로 교구 만들기를 따라했었어. 몬스터매스에서 나온 교구들도 많이 이용했었구.




언니와 대화를 마친 후, 그날 저녁 바로 언니가 가르쳐 준 대로 영어 읽기를 해보았다. (시도한 영어책은 '영문판 추피'.. 진짜 강추다. 내용 자체가 너무 재밌어서 영어책으로 끌어들이기에 좋았고 내용도 아주 어렵지도 너무 쉽지도 않고, 영어 원서라서 표현도 자연스럽다.)

나는 온갖 비언어적, 준언어적 표현을 총동원하여 영어문장의 맥락이 느껴지게 했고(예를 들면 복주의 눈을 손으로 감기면서 아주 느린 말투로 'Now, close your eyes slo~~~~w~~ly'라고 말하는 등), 아주 업된 텐션으로 책을 읽어줬다. 그러자 복주는 꺄르르 웃으면서 영어책을 함께 읽고서는 "재밌었다"라고 말하며 또 한 권의 추피책을 가지고 와서 그것까지 재밌게 다 읽었다.


언니는 한글로 절대로 직독직해해주지 않고 반!드!시! 영어만으로 맥락 안에서 뜻을 유추하게 해야 한다고 했는데... 한글을 전혀 섞지 않고 복주의 집중력을 잘 유지시키기가 쉽지는 않아서 고민이다.


엄마표 책육아... 계속 해나가다보면 언젠가 또 나름대로의 잘 읽어주는 방식을 나도 터득해 나갈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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