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AON 다온 Jan 20. 2024

4. 군산은 세 번, 전주는 다섯 번, 종로는 아무때나

내가 같은 여행지를 계속 가는 이유

 여행은 일상을 환기시키기에 꽤 좋은 방법이다. 지루한 일상을 이어가다가 짧게는 당일치기, 보통은 2박 3일, 길게는 5박 6일도. 현대인들에게 여행은 일상탈출구라서 건강한 생활을 이어기가 위해 꼭 필요한 것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하는 나도 어느 정도 시기가 되면 일상에서 벗어나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여행은 집순이인 나도 두근거리게 만든다. 


 내가 여행한 곳들은 그리 많지 않다. 제주도, 부산, 전주, 군산, 여수, 광주, 담양 등등 주로 국내 몇 군데이고 5-6년 전쯤 일본 후쿠오카를 갔다 온 것이 내 첫 해외여행이다. 해외여행을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거의 국내로 다니고 있지만 사실 국내도 그리 넓게 다니는 편도 아니다. 좋아하는 지역을 몇 번이고 반복하면서 다닌다. 그래서 내 친구는 내가 툭 하면 언니와 전주를 가서 그만 좀 가라고 할 정도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전주를 좋아한다. 


 언니와 함께 하는 여행은 거의 지역이 정해져 있는데 또 그것이 나만의 취향이 아니라서 맞추기에 꽤 쉽다. 어머니의 영향이 있어서 자연을 느끼는 것을 좋아하고, 전통적인 분위기를 좋아해서 그런 것들을 찾아다니는 편이다. 그러다보니 우리에게 전주는 꽤 알맞은 여행지다. 그래서 언니와 같은 목표가 하나 있다면 계절마다 그 곳을 찾는 것이다. 그것이 목표가 된 이유는 달라지는 것들을 찾으면서 즐기는 여행이 꽤 재미있기 때문이다. 언니하고 함께 다니면 이런 저런 것들을 구경하면서 ‘여기에 이거 생겼네.’, ‘그거 없어졌다.’ 등등 틀린 그림 찾기를 하듯 예전과 달라진 것들을 이야기하면서 다닌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지난날이 떠올라서 여행지에 관련된 것뿐만 아니라 조금이라도 연관되어서 생각나는 것들을 나누게 된다. 둘의 이야기가 잘 끊이지 않는 이유 중 하나이다. 둘 다 하고 싶은 말이 참 많다. 


 최근에는 혼자 군산을 당일치기로 다녀왔다. 언니와는 두 번 정도 갔던 곳이고, 혼자는 처음 다녀왔는데 목적은 단 하나였다. 군산에 있는 동국사가 목적이었다. 일제강점기 때 지어진 동국사는 일제강점기의 잔재이기도 하지만 일본식의 절 느낌이 나서 우리가 흔하게 알고 있는 절의 모습과는 다르다. 하지만 처음 동국사를 가서 부처님 앞에 앉았을 때 이유 모를 편안함을 느껴서 가끔씩 떠오르는 곳 중 하나이다. 그래서 이번에도 군산에 가자마자 동국사로 향했고, 그곳에서 가을의 끝자락과 겨울의 첫 자락을 함께 느끼고 왔다. 


 내가 같은 여행지를 몇 번이고 가는 것에는 익숙한 것들이 많아서 편하다는 것이 제일 크지만 그 외에도 이유가 있다. 지나간 과거를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는 내게 잊고 있던 그 시절의 나와 내 옆에 사람을 생각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함께 해서 좋았던 그 시간들이 내게는 너무 소중하고, 그때와 달라진 나와 그 사람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된다. 그 곳에서 보낸 즐거운 시간이 내가 지루한 일상을 이어가는데 큰 힘이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3. 아빠가 생각나는 냄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