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회에서 주관하는 노래자랑이 열린다. 그것 때문에 온 동네가 시끌벅적하다.
수영멤버들이 나보고 나가서 인기상이라도 타오라고 부추겼지만 썩 내키지는 않았다. 그런데 노래를 무척 사랑하고 잘 부르는 언니가 수그러드는 분위기에 못내 아쉬워했다. 작년에 나가서 2등 상을 탔던 언니는 자기가 올해도 나가면 민폐라고 자기 대신 나라도 나가보라며 오랜만에 신이 나 들떠있었다. 그런 분위기와 기대를 한꺼번에 져버리려니 나는 곧 미안해졌다.
언니랑 노래방을 갔더랬다.
내가 좋아하는 김종서. 김경호. 마야 등의 가수가 부른 락발라드 노래로 열창을 했다. 자기랑 노래방 간 사람들 중에서는 내가 제일 잘 부른단다.
칭찬에 으쓱해져서는 체리필터, 진주 등의 노래로 고음을 열창하며 기대에 부응하고자 장사 같은 힘을 성대에 썼더니 그만 목이 쉬어버렸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그동안 숨기며 꼭 꼭 마음을 닫으며 터질 것 같은 복장이 내 목청으로 터지며 기가 뻥 뚫리는 듯했다.
어색하던 콧노래도 자유로이 나온다.
예선접수를 위해 녹음을 했어야 했지만,
그날까지 목소리는 돌아오지 않았고 결국 참가신청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기회는 또 다른 기회를 몰고오나보다.
몇 달 전부터 교회 찬양대에 서보지 않겠느냐는 유치부 선생님의 제안에 쑥스러워 미뤄왔던 결정을 이번기회에 확답할 수 있었다.
생목을 써야 하는 거친 락발라드 보다 고운 두성을 쓰는 찬송가는 내 영혼을 청아하게 만들어주었다.
해봐야 안다는 말.
그게 무슨 뜻인지 잘 안다고 자부했던 짧지 않은 인생 위에서 또 다르게 다가온다.
해봐야 그것이 맞는지 아닌지 알게 되고
그다음이 보인다는 것.
무엇이든 해보고 마는
나의 저돌적이고 용감한 성격에 감사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