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에서 만난 문화예술공간 '어반커뮤니티'
지역사회가 유지되는 이유는 수만가지가 있겠지만, 지역 예술인들을 위한 공간 그리고 로컬스페이스로써의 기능과 역할을 다하는 곳들의 분포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예술이란 사람들이 화합하도록 하는 매개가 되며, 그러한 측면에서 지역의 문화,예술은 당장의 수익성을 넘어 장기적으로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특히나 청년들의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요즘같은 시대에 청년 예술가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공간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더욱 실감하고 있다.
오늘은 안산 중앙동에 위치한 로컬 스페이스, 그리고 카페로도 아주 훌륭한 공간과 전시를 소개하려고 한다.
지난 주말에 다녀온 따끈따끈한 공간이다. 포스팅을 미루면 끝도 없이 미뤄지기에, 꼬박꼬박 기록하기로 다짐한 나에게 칭찬을 ,,
어반 커뮤니티는 이름부터 '커뮤니티' 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것이 이 공간의 정체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곳을 3-4번 정도 방문했는데, 올 때마다 거의 중앙의 큰 테이블에서 사장님과 직원분들인지 협업하는 분들인지 모를 다양한 분들이 모여 커뮤니티, 전시, 행사 들을 기획하고 있었다. 엿들으려던 건 아닌데.. 관심이 많다보니 관련 단어들이 들렸다. 그래서 어떤 때는 전시 준비 때문에 카페를 조금 일찍 마감하신 적도 있었다. 그런 날이면 빨리 나가야 돼서 기분이 안 좋기보다는, 어떤 전시를 하는지 어떤 기획을 준비 중이신지 속으로 호기심이 피어올랐었다.
현재는 '안산'이라는 도시 안의 여러가지 문화, 공간, 커뮤니티를 기획하는 포스터를 전시하고 있는 듯하다.
실제로 운영되고 있는 문화나 공간이 아니더라도 가상으로 기획하여 홍보하는 포스터 공모전 느낌도 난다. 이 중에는 실제 개발이 이루어진 지역의 스몰브랜드, 캐릭터 등도 전시되어 있었다.
디자인에 대해서는 진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으로서 한참을 들여다 봤던 포스터..이런 감각은 타고나는 걸까? 머리속으로 상상한 분위기, 컨셉을 실제로 구현한다는 건 얼마나 짜릿한 일일까. 그리고 이런 감각적이고 센스있는 포스터를 구경하며 많은 영감을 받고 즐거워할 수 있는 게 (그것도 공짜로) 감사하고 죄송할 따름이었다.
왜 22일까 생각했는데, 현재 안산에는 22그루의 보호수가 보존되고 있다고 한다. 다양한 종류의 나무들을 관찰하고 모아서 커다란 나무의 형태를 이루고 있는 녹색 포스터. nurse하면 간호사로만 알고 있었는데 nurse tree가 보호수라는 것 또한 하나 배우고 간다.
안산이라는 동네에 익숙하지 않지만, 대신에 나의 고향 동네를 떠올리면 로컬맵이 엄청 소중하게 느껴졌다. 우리가 여행을 갈 때에도 광고성 정보를 피하기 위해 '찐맛집', '로컬맛집' 등을 검색하지 않나? 그렇게 로컬의 의미는 생각보다 우리의 삶에 진하게 자리잡고 있다. 정말 현지인들이, 지역주민들이 신뢰하고 좋아하는 공간은 어디일까? 우리는 그게 참 궁금하다. '쉼'이 있는 공간도 마찬가지이다. 정말 여기 사는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안전지대와 같은 공간. 이웃이라고 하기엔 멀게 느껴지지만 그래도 같은 동네에 살고 로컬맛집을 공유한다는 것 만으로 유대감이 느껴지지 않던가. 위에 '짬뽕 맛집.. 추천해주세요..' 라는 글귀도 귀엽다.
커뮤니티가 성공하기 위해서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뾰족한 타겟'이다. 모두를 만족시키려고 하면 그 어떤 사람도 만족시킬 수 없다. 커피야 말로 단순하고도 뾰족한 타겟이 아닐까?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주변에 많이 봐 왔지만, 나처럼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드립커피를 내리고 원두를 직접 고르고 커피 축제에 참여하지는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찐커피' 축제가 있다면, 그 지역에 커피를 '찐'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이 다 모이지 않을까? 뾰족한 타겟으로 자리만 만들어주면 사람들은 즐거워할 수 밖에 없다. 왜 아직도 없나. 나라도 만들어봐야 하나..?ㅎㅎ.ㅎ...ㅎ..
안산에서 구비 전승되어 오는 설화와 민담을 모티브로 7종의 '꼬꼬지 친구들' 캐릭터를 개발하고 브랜딩 하였다고 한다. 무려 7명의 친구들이 상상력을 담아 만들었다고 하는데, 호랑이, 도깨비 캐릭터들이 너무 귀엽고 친근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런 아담한 다락방 같은 공간에 쇼파에 앉아 감상하기에도 최적의 그림이었다. 귀여운 강아지 발바닥은 덤..! 전시를 할 때 정말 중요한 건 동선, 공간 활용인 것 같다. 어떤 공간을 활용하느냐에 따라 보여주고 싶은 작품의 매력이 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로컬, 동네의 매력을 끌어올리는 건 고리타분한 현수막 광고나 배너가 아니라 귀여운 일러스트이다..!! 개성있고 잘 만들어진 일러스트를 볼 때면 이 지역사회가 얼마나 잘 굴러가고 있는지 대강 알 수 있다. 그만큼 감각있고 센스있는 인력들을 잘 활용하고 투자하고 있다는 뜻이니까. 그림에 재능이 없는 사람으로서, 스토리를 담은 일러스트 너무 소중하다. 기획도 잘하는 일러스트레이터란 ,, 정말 탐나고 소중한 인재..
숨겨진 공간에도 전시가! 작품들을 전시 하기에 좋은 공간이란 모름지기 지루하지 않은 공간인 것 같다. 오픈된 공간보다는 이렇게 히든 구역이 많을 수록 배치도 재미있게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갈대습지에 살고 있는 생명의 다양성을 알리고 싶다는 생각에 곤충과 식물버전 포스터를 만들었다고 한다. 다양한 도형을 활용해 역동적이며 화려한 색감이 눈에 띈다.
광산의 퇴적암을 보고 이렇게 알록달록 예쁘다고 생각한 적이 있던가. 예술이란 기존에 틀에 박힌 생각을 파괴하는 무언가 이다. 자세히 보면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원본을 유지하였고 반복되는 부분들에는 색깔들을 추가하여 겹겹이 쌓인 지층의 느낌에 다양한 색감을 더했다. 또한 왼쪽과 오른쪽의 색감이 대비되는 것, 지층이 가로로 겹겹이 쌓인다는 특징을 고려하여 가로선을 활용한 점이 돋보인다.
일상을 무심히 흘려 보내지 않고 더욱 소중히 하고 싶은 마음을 담은, 일상기록 콜라주. 나도 수집을 좋아하여 블로그에 차곡차곡 일상을 기록하고 있지만, 수집과 콜라주가 다른 점이 있다면 풀로 붙인다는 것이다. 조금 더 모양과 배치에 개성이 담길 수 있는 수집의 기법..! 디지털 기기로도 콜라주 어플이 있기는 하지만, 이렇게 아날로그로 일상을 콜라주화 한다는 것의 매력이 한눈에 드러나는 작품이었다.
문화스팟이 이렇게나 많았어?! 하고 놀랄만한 문화&예술 지도 팜플렛.
경기도미술관, 안산와스타디움, 안산문화예술의전당, 안산문화광장, 김홍도미술관..
이 중에 딱 두 곳을 가보았는데, 부지런히 다른 곳들도 방문해봐야겠다.
이 공간을 손수 만들고 꾸민 사장님과 결이 잘 맞다고 느껴서 더욱 단골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던 곳. 지난 주말 나의 아티스트 데이트는 완벽했다. 앞으로도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라면 어디든 달려가는 희게가 되어야겠다- 그렇기 위해서는 체력을 더욱 부지런히 길러야지 !